용인읍에서 내사면을 거쳐 원삼면으로 가려면 꼬불꼬불한 산을 넘어야 한다. 이 산이 검지산(411m)으로 이 곳에는 성원사와 봉수대 터가 있다. 우리가 찾아 가는 곳은 16세기 후반에서 17세기 전반까지 조선의 문학을 선도한 양천 허씨(陽川許氏) 묘역으로, 원삼면 맹리 건지산의 아래쪽에 있다. 이 곳은 매골․맹골․맹동이라 불리는데, 1914년 행정 구역 폐합에 따라 지금의 맹리가 되었다. 이 곳에는 초당(草堂) 허엽(許曄)과 아들인 허성(許筬)․허봉(許篈)의 묘가 있고,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許筠)의 묘와 여류 시인으로써 당대를 풍미하였던 허난설헌(許蘭雪軒)의 시비(詩碑)가 있어 일명 양천 허씨의 묘역이라 한다. 원래 이 묘들은 다른 곳에 있었는데, 도시 개발에 의하여 후손들이 힘을 모아 이 곳 수정산 기슭에 이장한 것이라 한다. 허엽은 정실인 청주 한씨(淸州韓氏) 사이에 허성(許筬)과 두 딸을 두었고, 한씨가 일찍이 세상을 떠나자 예조참판 김광보(金光輔)의 따님, 강릉 김씨(江陵金氏)를 얻어 허봉(許篈)․ 허난설헌(許蘭雪軒)․허균(許筠)을 두었다.



    초당의 생애

   허엽(許曄, 1517～1580)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자는 태휘(太輝), 호는 초당(草堂)이며, 본관은 양천(陽川)이다. 군자감 부봉사였던 한(澣)의 아들로 태어나 1546년 식년 문과에 급제하고 장령(掌令)의 벼슬에 올랐으나, 재물을 탐한 혐의로 파직되었다. 그 후 필선(弼善)에 복직되고, 1562년에는 동부승지로 참찬관(의정부 정2품)이 되어 왕 앞에서 경서를 강론하는 경연(經筵)에 나가 조광조(趙光祖)의 억울한 원한을 풀어달라고 과격하게 상소함으로써 파직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곧 경상도 관찰사에 복직되어 1568년에는 진하부사(進賀副使)로 명나라에 다녀 오기도 한 초당은 언론에 강하여 동․서인의 당쟁이 시작될 때에 김효원(金孝元)과 함께 동인의 영수가 되었으나, 병이 들어 동지중추부사(同知中樞府事)로 임명되었다가 경상도 상주(尙州)에서 객사하였다. 저서로는 「초당집(草堂集)」과 「전언왕행록(前言往行綠)」이 전한다.


    초당두부를 판 초당의 유택과 일화

   맨 위쪽에 위치한 초당(草堂)의 묘는 잡초에 가려 들어가기가 힘이 드는데, 풀을 헤치며 묘 앞에 서니 봉분에도 잡초가 무성하다. 묘 앞에 있는 비문에는 경상도 관찰사를 지냈던 초당의 벼슬을 적고, 이어 청주 한씨와 강릉 김씨와 합장한 내역이 적혀 있다. 묘 오른쪽에는 또 다른 묘비(墓碑)가 있다. 오랫동안 묘를 돌보지 않아 잡초가 아닌 참나무가 봉분에서 자라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갑게 한다. 초당에 대한 일화로, 강릉부사로 재직시 그 관아 앞 마당에는 깊고 맑은 샘물이 있었는데, 어찌나 그 물 맛이 좋았던지 그 물로 두부를 만들고, 바닷물로 간을 맞추면 천하일미였다 한다. 소문이 나자 두부를 만들어 시중에 팔았고, 그 두부는 특별히 자신의 호인 ‘초당’을 써서 ‘초당두부’라 이름하였다. 많은 사람이 그 두부 맛을 보고자 몰려 들어 큰 부자가 되었는데, 이 일로 그는 재물을 탐한다 하여 관직을 삭탈당하기도 하였다. 현재도 후손이 수원에서 초당두부를 만들어 파는데, 물은 역시 강릉의 그 샘물을 길어다 쓴다 하며, 지금도 그 맛이 뛰어나다고 한다.
   「연려실기술」에 의하면, 초당은 학문을 토론하기를 좋아 하였는데, 의논에 착오가 많고 통하지 않은 바가 많았다. 하루는 이황과 더블어 학문을 토론하였는데, 소견에 틀린 데가 있자 이황이 웃으면서 말하기를, “태휘가 만약 학문을 하지 않았으면 참 착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라고 희롱을 하였다 한다. 또한 ‘석담일기’에는 초당이 여색(女色)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고 자칭하였으나, 영남에 머무를 때 한 기생에게 빠져 그녀의 말을 모두 좆으니 각 고을의 뇌물이 그 기생의 집으로 모였고, 그녀와 함께 교자(轎子)를 타고 다니는 일도 있어 원성을 샀다. 또한 색(色)으로 인한 병을 얻어 상경 도중에 상주에서 객사하였다 한다.



    임진왜란을 직고(直告)한 허성(許筬)

   맏아들 허성(許筬, 1548～1612)은 자가 공언(功彦)이고 호는 악록(岳麓)․산전(山前)이다. 1583년 별시 문과에 급제하여 삼사(三司)의 하나이며 외국에 가는 사신을 동행하는 서장관(書狀官)이 되어 통신사 황윤길(黃允吉), 부사 김성일(金誠一)과 함께 정세 탐색을 위하여 일본을 다녀 왔다. 그러나 허성은 김성일과는 같은 동인이었으나, 일본을 다녀온 후 일본이 조선을 침략해 올 것 같다는 의견을 낸 의인(義人)이다.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이조 좌랑으로 강원도 군병 모집의 책임을 지고 군병 모집에 전력하였으며, 후에 예조․병조 판서를 역임하였고, 성리학(性理學)과 문장으로도 이름을 날리었다. 적자(嫡子)이면서도 다른 형제들에 비하여 성격도 원만하고 천성이 정직하여 옳다고 한 일은 끝까지 관철시키는 활동성을 보였다.



    방랑 생활을 한 허봉(許篈)

   강릉 김씨에서 난 맏아들 허봉(許篈, 1551～1588)은 자는 미숙(美叔)이고, 호는 하곡(荷谷)이다. 가문의 혈통을 이어 받아 1572년 친시 문과에 합격하고, 1574년에는 서장관으로 명나라에 가서 ‘하곡조천기(荷谷朝天記)’를 쓰기도 하였다. 동인으로 서인들과 대립하였고, 병조 판서인 율곡 이이(李珥)를 탄핵하다가 오히려 갑산(甲山)으로 유배 가기도 하였다. 1585년 다시 기용되었으나 거절하고 금강산에 들어가 방랑 생활을 하였고, 술로 세월을 보내다가 서울로 돌아 오는 도중 금화 생창역(生昌驛)에서 객사하였다. 남긴 저서로는 「의례책기(儀禮刪記)」․「북변기사(北邊記事)」등이 전한다. 전해지는 허봉에 대한 일화는 여러모로 그의 성품과 문장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총명하고 민첩하여 10세 이전에 재화(才華)가 나타났는데,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한 번 보면 문득 외워 고금의 일을 꿰뚫어 보았다. 또한 시와 문(文)을 금방금방 지어 상소문은 대소를 막론하고 모두 그가 지었다. 그러나 그는 용모와 행동이 맑고 예리하여 그를 아는 사람은 그의 비상한 재주를 사랑하였으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가 지나치게 재주를 드러내는 것을 병통으로 여겼다. 한 친구가 귀양길에 있는 그를 보려고 하자, ‘도(道)가 같지 않는 자와는 함께 일을 꾀하는 것이 아니다.’하며 만나지 않았다. 또한 자첨(子瞻)이 그를 희롱하여 이르기를, ‘그대의 시가 비록 아름답기는 하나 맑지 못하니, 반드시 귀양살이의 고생을 겪어야만 속태(俗態)를 면할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과연 갑산으로 귀양간 뒤에 시가 나아졌다 한다.” 라고 기술하고 있다. 허봉은 어느 봄날 저녘 처마로 제비가 날아 들자 문득 여인에 대한 그리움을 읊었다.

해 저문 저녘 제비는 짝을 지어 날건만 (雙燕呢喃下夕陰)
우리 님 그리운 맘 부칠 곳 없네 (相思無路托春心)
그리운 맘 쓸데 없이 쓸쓸하기만 하니 (春心已矣空怊悵)
꿈도 없는 이불 속에 들어가 무엇하나 (短夢虛勞入錦衾)



   허 난설헌(蘭雪軒)의 시비(詩碑)

   양천 허씨 묘역의 신도비 뒷쪽에는 화강암으로 된 비가 서 있는데, 이것이 바로 여류 시인 허난설헌의 시비(詩碑)이다. 앞면에는 ‘蘭雪軒許楚姬詩碑’라고 쓰여 있고, 그 좌측 위쪽에는 친필을 네모지게 테두리를 두르고 음각하였는데, 글씨가 아담하고 여성스러우면서도 획의 뻗침과 붓의 놀림이 시원하고 조화로와 많은 사람들이 탁본을 하여 집에 걸어 놓는다 한다. 그 내용은 ‘한견고인서(閒見古人書)’, 곧 ‘한가하면 옛 사람의 책을 보라’는 뜻으로 난설헌이 얼마나 책을 좋아하고 여러 사람의 문장을 섭렵하였는지를 여실히 들어내는 글귀이다. 시비(詩碑) 뒷면에는 생전에 지은 시를 1969년 시를 추모하는 문인들에 의하여 각(刻)을 하여 놓았다.

하늘 하늘 창가의 난초잎들은 (盈盈窓下蘭)
어쩌면 저렇게도 향기가 나는가 (枝葉何芬芳)
서풍 한 번 잎새에 스치고 나면 (西風一披拂)
그만 찬서리에 시들어지는데 (零落悲秋霜)
뛰어난 그 모습은 초췌해져도 (秀色縱凋悴)
맑은 향기는 더욱 짙구나 (淸香終不死)
이 모든 것은 내 마음을 슬프게 해 (感物傷我心)
자꾸만 옷깃에 눈물 적시네 (涕淚沾衣袂)

이 시는 난설헌이 지은 ‘감우(感優)’라는 연시(聯詩)의 첫째 연인데, 창가의 난을 보고 자기 신세를 한탄한 노래로, 시상(詩想)과 문장력이 뛰어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싯귀에서 느끼는 바와 같이 그녀는 27세에 요절할 운명을 타고난 듯 슬픔이 가득하다. 아직 채 인생의 깊은 의미를 알기도 전에 결혼하여, 변변치 못한 남편에게 실망하고 연이어 자식 둘을 잃으니, 시심(詩心)과 감수성이 예민한 난설헌에게 사는 것이 고통이요 슬픔이었을 것이다.



    홍길동전의 작가 허균(許筠)

   부친 허엽(許曄)과 형 허봉(許篈)의 가운데에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許筠)의 묘가 자리 잡고 있다. 허균의 묘는 후손이 돌본 지가 오래되었는지 잡초가 무성히 자랐는데, 무덤 앞의 비석에는 ‘資憲大夫議政府左參贊禮曺判書 陽川許公諱筠之墓. 貞夫人 安東金氏. 貞夫人 善山金氏.’라 쓰여 있다. 세월은 무정하여 생전 말 한 마디에 나는 새도 떨어트릴 수 있었던 사대부들과 왕후장상도, 그들 밑에서 숨 죽이고 짐승처럼 산 백성도 모두 예외 없이 이 땅에 묻힌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다만 그가 생전에 꿈꾸고 몸부림쳤던 자취만이 남아 후세에 전할 뿐이다.



   등용과 파직을 거듭한 허균

   허균(許筠, 1569～1618)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자는 단보(端甫), 호는 교산(蛟山)․성소(惺所)이다. 강릉 김씨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5세부터 글을 배우기 시작하여 9세에는 시를 지을 수 있었고, 학문은 유성룡(柳成龍)에게서, 시는 삼당시인(三唐詩人)인 이달(李達)에게서 배웠다. 이달은 둘째 형 허봉의 친구로 당시 원주 손곡리(蓀谷里)에 살았는데, 인생과 문학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전하여 진다. 교산은 26세(1594년)에 정시 문과(庭試文科)의 을과(乙科)에 합격하여 설서(說書)를 지냈고, 1597년에는 문과 중시에 장원을 하였다. 이듬해에는 황해도의 도사(都事)가 되어 부임하였으나, 서울에 있는 기생을 끌어들여 가까이 하였다는 탄핵을 받고 여섯 달만에 파직되었다. 이 것이 그의 첫번째 파직이고, 그 후 그는 춘추관 기주관(春秋館記注官)․형조 정랑을 지내고, 1602년에는 사예(司藝)․사복시 정(司僕寺正)을 역임하고 원접사 이정귀(李廷龜)의 종사관이 되어 활약하였으나, 1604년 수안군수(遂安郡守)로 재직할 때 불교의 오묘한 진리를 접하고 그에 심취하였다가 탄핵을 받아 파직되었다. 이 때 술회하기를, 만약 내가 불교의 오묘한 진리를 접하지 않았다면 한 평생을 헛되이 보낼 뻔하였다.”라고 할 정도로 한때는 출가하여 중이 되려고도 하였다.

   1606년에는 명나라 사신인 주지번을 영접하였는데, 이 자리에서 교산은 학문과 글 재주를 높히 평가 받아 그와 교유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누나인 허난설헌의 시집을 중국서 간행하는 계기가 되었다. 교산은 이 공로로 삼척의 부사가 되었는데, 이 곳에서도 불상을 모시고 염불과 참선을 한 일로 탄핵을 받아 쫓겨났다. 그 뒤 공주목사로 기용되었는데, 이 곳에서는 그 지방의 서류(庶流)들과 가까이 지낸 관계로 또 다시 파직 당하였다. 파직 후 전라도 부안에 내려가 그 곳의 산천을 유람하였고, 이 때 그 곳의 명기인 이계생(李桂生)을 만나 서로 깊이 사귀었다. 계생은 조선의 3대 시기(詩妓)로, 송도(松都)의 황진이(黃眞伊), 성천(成川)의 김부용(金芙蓉)과 더불어 부안(扶安)의 명기(名妓)이며, 호는 매창(梅窓)이다. 지금도 전라북도 부안에서 멀지 않는 곳에 ‘梅窓의 燈’이라는 공동 묘지가 있는데, 이 곳에 그녀의 무덤이 있다. 또한 부안 시내 뒷산 공원에는 옛날 매창이 거문고를 탔던 금대(琴臺)바위와 그녀의 시비(詩碑)가 있다. 시비 전면에는 그녀가 8세에 지었다는 시가 새겨져 있다.

걸어서 백운사에 오르니 (步上白雲寺)
절이 흰 구름 속에 있네 (寺在白雲間)
스님이여 흰 구름을 쓸어내지 마소 (莫僧掃白雲)
내 마음은 흰 구름 속에 한가롭소 (自閒白雲間)


그리고 그 비의 뒷면에는,

술 취한 나그네 나삼을 잡아 (醉客執羅衫)
당기는 손길에 비단치마 찢어졌네 (羅衫隨手裂)
그까짓 치마 한 벌 무엇이 아까우리오 (不惜一羅衫)
다만 그 온정 끊어질까 걱정이요 (但恐恩情絶)

   현재 부안 사람들은 이 매창을 변산 반도의 명소인 채석강․적벽강․ 내소사와 더불어 고향의 자랑으로 여긴다. 교산은 1609년 첨지중추부사가 되고 이어 형조 참의가 되었으나, 조카와 사위의 시험 합격을 도왔다는 탄핵으로 또 다시 전라도 함열(咸悅)로 유배되었다. 교산의 파란만장한 벼슬길은 실로 그 뒤부터 시작되는데, 앞의 수 많은 탄핵과 사직은 오히려 그가 인생을 폭 넓게 살고 배움을 얻는 즐거움이었다고 할 수 있다. 1613년 계축옥사가 일어나 평소 친분이 있었던 서자 출신의 서양갑(徐羊甲)․심우영(沈友英) 등이 처형 당하자 교산은 신변의 위험을 느껴, 당시 실력자인 이이첨(李爾瞻)에게 접근하여 대북파(大北派)에 참여하였다. 1614년과 그 이듬해에는 천추사(千秋使)와 동지 겸 진주부사로 중국에 다녀 왔고, 이 때 많은 명나라 학자들과 사귀는 동시에 「태평광기(太平廣記)」등 천주교 기도문과 지도를 들여 왔다. 1617년에는 좌참찬이 되어 폐모론을 주장하다가 영의정인 기자헌(奇自獻)과 사이가 벌어져 마침내 길주로 유배되었다. 이에 기씨의 원한을 산 교산은 그 아들 기준격이 아버지를 구하기 위하여 교산의 죄상을 폭로하는 상소를 올리고, 또한 1618년 8월 남대문에 격문을 붙인 사건의 주모자로 역적 모의를 하였다는 죄를 얻고 동료와 함께 저자 거리에서 능지처참을 당하였다.


   울분에 살다 간 교산(蛟山)

   교산은 사람됨이 경박하고 인륜 도덕을 어지럽혔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총명하고 시를 알았으며, 문장과 식견이 뛰어나 우리 국문학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그가 지은 「홍길동전」은 호민론(豪民論)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이상적인 혁명 사상을 구체적으로 형상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의 문집에 나타난 사상은 민본사상을 주축으로 하면서 국방 정책․신분 계급의 타파․인재의 등용으로 백성을 편하게 함을 근본정신으로 삼고 있다. 또한 교산은 유교에 기본을 두면서도 불교․도교에 깊숙히 심취하였고, 특히 도교 사상에 대해서는 양생술과 신선 사상에 깊은 관심을 보여 은둔 생활의 방법을 제시한 「한정록(閑精錄)」도 저술하였다. 이처럼 교산은 당시 예교(禮敎)에만 얽매인 선비 사회에서도 다각적인 식견을 가졌고, 편협한 자기만의 시각에서 벗어나 핍박 받는 하층민의 입장을 대변하며 정치와 학문을 펼친 선각자라고 할 수 있다. 조선 중기 서경덕(徐敬德)의 문인으로 학문과 문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허엽, 그리고 당대의 정치가와 문장가가 즐비한 그의 자녀들이 묻힌 묘역을 보니 흐뭇한 마음이 절로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