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현리에서 경부고속도로 옆을 지나 수지면 고기리로 가면 세종 때 대마도를 정벌하여 공을 세운 이종무 장군의 묘가 있다. 장군의 묘를 찾아 가는 길은 험하고도 험하다. 수신면 읍내를 통하는 고속도로 옆으로는 성남과 서울을 연결하는 6차선 도로로, 성남시 경계 지역을 조금 지나 수신면 끝 부분에 ‘두꺼비 주유소’가 있다. 주유소 오른쪽 개천을 따라 산길로 접어들면 저수지가 나오고, 이 저수지 상류가 고기리(古基里)인데, 묘는 관음사입구에서 산으로 올라가면 된다. 오른쪽으로 맑은 시냇물이 흘러 많은 사람들이 피로를 씻고, 조금 더 가니 물이 두 갈래로 갈리는 곳에 다리가 있다. 다리를 지나면 양쪽으로 길이 있고, 장군의 묘는 관음사의 푯말이 있는 왼쪽 길을 따라 가야 된다.



   대마도를 정복한 이종무

    이종무(李從茂, 1360～1425)는 조선 초기의 무신으로, 본관은 장수(長水)이다. 어려서부터 말타기와 활쏘기에 능하여 장군의 기질을 보였고, 22세 때는 강원도에 침입한 왜구를 아버지를 도와 격파하였다. 장군은 주로 왜구를 섬멸하는 공을 세웠는데, 1397년 옹진 만호로 있을 때는 침입한 왜구를 격퇴한 공으로 첨절제사에 오르고, 1400년(정종 2) 상장군으로 방간(芳幹)이 일으킨 2차 왕자의 난을 평정하여 좌명공신(佐命功臣) 4등에 녹훈되고 통원군(通原君)에 봉하여졌다. 북쪽 지방의 병마절도사를 역임한 후 1406년 장천군(長川君)에 봉하여졌다.

   「연려실기술」에 의하면, 1419년(세종 1) 5월 대마도에 근거를 둔 왜적이 3천 척의 배를 이끌고 황해도 해주(海州) 등지에 들어와 약탈을 한다는 황해 감사의 보고를 접한 세종은 역습으로 저들의 소굴인 대마도를 정벌하기를 결의하였다. 이에 장천군(長川君)을 삼도 도체찰사로 삼아 중군을 거느리게 하고, 모두 227척의 배와 군졸 1만 7천여 명, 그리고 65일치의 식량을 싣고 마산포(馬山浦)를 출발하였다. 배 10여 척이 먼저 대마도에 이르니 적은 자기네 군대가 식량과 재물을 가지고 오는 줄 알고 술과 고기를 준비하고 기다리다가, 우리 대군이 두지포(豆知浦)에 이르자 적은 넋을 잃고 도망쳐 버리고, 다만 50여 명이 맞 싸우다 패하였다. 대마도의 적장 도도웅와(都都熊瓦)는 우리 군사가 오래도록 머물 방책을 세우자, 편지를 보내어, “7월 사이에 항상 큰 바람이 일어나니, 대군이 오래 머무러 있음은 좋지 않습니다.” 라고 알려 왔다. 이에 장천군은 대군을 이끌고 거제로 돌아와 서울로 상경하였다.

   귀경 길에 밀양에 이르렀을 때, 박실(朴實)의 부인이 방에 있다가 울면서 계집종을 데리고 길가에 나와 말하기를, “내 남편은 어디에 있는가.” 하였다. 장군이 말고삐를 어루만지면서 길게 탄식하고 소매로 얼굴을 덮고 지나면서, “그것은 나의 죄가 아니오. 여러 장수들이 가벼이 나아간 탓이오. 원컨대 낭자는 나를 허물하지 마시오.” 하여 길가 사람과 이웃 사람이 모두 눈물을 뿌렸다 한다. 장천군이 대마도를 정복하기 위하여 떠날 때, 임금(세종)은 한강정(漢江亭) 북쪽에 거둥하여 전송하며 안장․말․활․화살․옷․갓․신 등을 주었으니, 출진에 거는 세종의 마음을 알 수 있다.「국조보감」에는 대마도가 당초 경상도에 예속된 우리의 땅이었다는 글이 있어 주목을 끈다.



   장천군(長川君)의 유택

    논두렁을 따라 산에 오르니, 산 길은 매우 가파르고 길은 잡초와 잡목이 무성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중턱을 오르면 멀리 계단이 있다. 산 중턱을 깍아 만든 묘역은 앞쪽에 2단으로 돌 계단을 쌓고, 그 위에 봉분을 만들었다. 묘는 1단의 호석을 두른 원뿔형인데, 정면은 곧게 호석을 치고 그 끝에서 각을 지게 호석을 뒤로 둘렀다. 묘 앞에는 묘비와 상석․향로석을 두었으나, 묘비는 모진 풍상에 비문이 모두 지워지고 다만 상석 정면에 ‘獻華’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팔작지붕을 얹은 신도비는 오석 비신으로 ‘贈推忠奮義翊戴佐命功臣 行輔國崇祿大夫議政府左贊成三軍都體察使 長川府院君對馬島征伐東征元帥 長川李公從茂. 配貞敬夫人 平壤趙氏之墓’라 쓰여 있고, 옆과 뒷면에는 장천공의 일대기가 국한문 혼용으로 쓰여 있다. 인가와 멀리 떨어져 있고 깊은 산 속의 고적감이 흐르는 장천공 산소는 문인석만이 몇 백년을 변함 없이 시립하고, 이름 모를 산새들이 뜻밖에 찾아온 참배객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