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조루에서 찾아본 풍수적 지혜들

     [가옥의 입지환경]
     ● 집 뒤의 산에 기대는 집 터를 잡는데(배산背山), 산기슭에 바짝 붙여 집을 지었다.

     ● 뒤에 산에 있되 경사가 완만하면 일조와 함께 배수가 양호하고, 또 산에는 수목이 무성하다. 수목은 물과 흙을 보호·유지하고,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여 쾌적한 미기후를 조성한다.

     ● 앞이 낮고 뒤가 높은 집터를 풍수에서는 〈진토晉土〉라하여 길하게 여긴다. 중국 진나라는 황하지역에 도읍을 정했는데, 그곳은 북쪽이 높고 남쪽이 낮아 번성했으나, 양쯔강 유역에 도읍을 정한 초나라는 북쪽이 낮고 남쪽이 높아 미개한 나라로 끝났다.

     ● 운조루는 대문 앞으로 계곡물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른다. 즉, 외당의 섬진강은 서류동출하는데, 운조루의 앞물은 동류서출로 ㅅ로 반대이다. 물의 흐름이 역행함으로써 지기의 응집이 더 강하다. 또 집이 남향을 놓았는데 남향의 집은 햇볕이 많이 들어 집에 양명한 기운이 복돋운다. 한국에서 남향집은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바람이 막혀 아늑한 집이 된다.

     ● 운조루는 뒷동산이 활처럼 굽어 휜 안쪽의 중심부에 위치한다. 따라서 작지만 좌우로 청룡과 백호가 감싸안아 장풍이 용이하다.

     ● 산등성이 끝나는 벼랑 아래쪽의 터는 집터로써 꺼린다. 좌우에서 바람이 세차가 불어오는 곳으로 각종 풍병에 시달린다.

     ● 길이 막다른 곳에 집을 지으면 흉하다. 즉, T자형으로 길이 교차된 과녁배기이거나 막다른 골목의 끝은 바람이 화살이 되어 와 꽂히는 형국으로 장풍이 되지 못한 곳이다.

     ● 운조루는 대문에 호랑이뼈(현재는 도둑을 맞아 말머리뼈)를 걸어두어, 잡귀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풍수에서 잡귀를 막기위해 엄나무를 대문 위에 걸쳐놓거나, 또는 문패를 밤나무로 하면 도둑이 들지 못한다고 한다.

     ● 대문 밖에는 200평의 네모진 연목을 파놓고 그 가운데에 섬을 두었다. 이것은 조산인 관악산이 화산임으로 화기(火氣)를 제압하기 위해 물을 가둬논 풍수적 비보책이다.

     ● 운주루는 내청룡이 짧아 수구가 허하다고 여겼던지 수구 가까이에 조탑(造塔)을 만들어 비보(裨補)했다. 수구막이로 돌무더기로 수구를 막는 것은 한국의 오래된 풍습이다.

     [가옥의 家相的 특징]
     ● 안채는 민가의 구조이면서 사랑채는 누마루 중심의 궁전 주택을 영향받아 지었다. 풍수에서 주변보다 집을 높거나 크게 지으면 흉하다고 한다. 구설수에 올라 집을 오래도록 보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운조루도 대군 집의 60칸보다 큰 73칸을 짓고, 나아가 사랑채를 궁궐형식을 쫒아 비록 주인이 집을 짓기 전에 삼수의 유배에서 풀려났지만, 집을 거대하게 지어 반역의 의도가 있었다는 오해를 받기도했다.

     ● 행랑채가 25칸이나 되는 일자형으로 궁전 주택 영향을 입은 것 같다. 이 역시 집 밖에서 보면 집이 궁궐처럼 큰 집으로 보이게하여 흉하다. 반란이나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피해를 당하기 쉽고, 또 도둑과 강도의 표적이 되기 쉽상이다. 집은 밖에서 보면 작은 집처럼 보이나 안으로 들어가면 큰 집이 가장 이상적이다.

     ● 운조루는 중문칸에 안채의 통로까지 겸한 큰 부엌을 두었고, 그 북쪽으로 사랑채로 향하는 쪽문을 두어 사랑채와 안채의 출입문을 따로 두었다. 또 집의 규모에 비해 장식적인 의장은 적어서 길하다. 풍수에서 집을 화려하게 꾸미면 마치 촛불이 마직막에 더 밝은 빛을 뿜어내는 것처럼 곧 쇠락할 징조로 여긴다.

     ● 현재 부엌의 자리에 안방을 두기로했으나, 돌거북이 출토되어 안방을 오른쪽으로 돌렸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안방과 부엌의 배치를 『양택삼요』의 길흉에 맞추어 풍수적으로 감결해 평가한다.

     ● 운조루는 대문 앞과 집 안에는 큰 나무가 없어 길하다. 나무는 흙에 함유된 물기를 빨아들여 집안의 흙이 건조해지고 윤기를 없어지게 만든다. 또 사람이 假死 상태로 잠을 자는 밤동안 산소를 빨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 집 안에 산소의 부족을 초래한다. 집 안에 큰 나무가 있으면 〈곤궁할 곤 困〉로 가난해지고, 대문 앞에 큰나무가 있으면 〈막을 한 閑〉이 되어 집안으로 좋은 기가 들어가는 것을 방해한다.

     ● 대문과 중문, 중문과 안방의 문이 서로 일직선 상에 놓이지 않아서 길하다.

     ● 문들이 일직선 상에 두면 대문을 통해 들어온 바람이 곧장 방으로 들어닥친다. 따라서 기온차에 의해 방안의 사람에게 해를 끼치고, 또 직접 바라다보이면 사생활이 침해되어 방안에서도 불안을 느낀다.

     ● 지기는 흙에 따라 흐르고 흙에 머물기 때문에 집을 지을 때면 흙을 파내고 땅을 평평하게 고룬 다음 집을 짖는 것을 꺼린다. 땅의 생긴 경사도에 맞추되, 경사면에는 돌계단이나 대를 높여서 자연스럽게 집을 층차감있게 사람채와 안채를 짖는다. 운조루는 자연적 지형을 그대로 살여 건물을 층차감있게 지었다.

     [구만촌(九灣村)]
     구만촌의 지형적 특징
     구만들은 구례읍내 동녘으로 노고단(1705m)으로부터 흘러내린 덕은내(토지천)와 섬진강이 만나는 곳에 있다. 서시천과 만나는 구례벌보다 규모가 작아 토지면의 소재지 터로 되었다.

     또 노고단을 꼭지로 섬진강까지 20리가량 흘러내리는 '덕은냇'이 목을 축여 주는 탓으로 구례군의 다른 들판이 모두 가뭄으로 씨앗을 건지지 못하는 때에도 끝까지 열매를 건져주는 곳이라 '종자들'(鍾子坪)이란 별명이 붙어 있다. 때문에 구만들도 삶터로 소문나서 풍수지리가들이 금환락지로 꼽았다.

     덕은냇(德隱川)은 박광일이 은거한 내로 그의 호를 따서 손재천(孫齋川)이라고도 하며, 문수봉(文殊峰)이라하는 노고단의 물이 흘러 문수천으로도 불린다. 유제양은 "이 내가 아닌 다른 내는 내라 할 수 없다(타불천他不川)란 글을 바위에 새겼다.

     [택리지의 평가]
     구만촌은 시냇가에 위치하고 강산 토지와 거룻배를 통해서 얻은 생선·소금의 이득이 있어 가장 살 만한 곳이다. 본디 지리산은 동쪽에 지맥이 있고 전라도쪽인 서쪽에는 지맥이 없으나 오직 홀로 한 지역이 서쪽으로 뻗어 구만에 닿아 끊어졌다.

     구만은 잔잔한 물이 굽이쳐 돌고 강 너머에는 오봉산(五峰山)이 남쪽에서 조회한다. 두 도 사이에 끼어 재화를 쌓으며 나르는 곳이고 들이 모두 기름지다. 대개 구만을 다른 계촌과 비교하면 생리가 넉넉하다.

     앞서 든 다섯 시냇마을은 지리와 생리가 모두 극히 아름다워서 도산(陶山)이나 하회(河回)에 견주면 더욱 훌륭하나 고개에서 떨어진 것이 조금 멀기 때문에 다만 평시에는 살만하지만 전쟁이 나면 피난가는데 불리하다. 시냇가에서 살려면 반드시 고개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야 좋다.

     구만마을은 모든 계촌(溪村)과 비교하면 생리가 더욱 넉넉하다. 다만 남해에 가까워서 물과 흙(水土)이 이북의 마을보다 못하다. 이 다섯 시냇마을은 지리와 생기가 모두 극히 아름다워서, 도산·하회에 비하면 더욱 훌륭하나 영(嶺)에서 떨어진 것이 약간 멀기 때문에 다만 평상시에는 세거(世居)를 감당할 수 있으나, 전쟁을 피하는 데는 불리하다.

     이 점이 황수(潢水)북쪽의 여러 마을에 미치지 못한다. 이처럼 이중환은 국내에서 살만한 곳을 자연의 지세와 생리 등을 따져 밝히면서 구례의 구만들이야말로 산골짜기가 아니면서 산골짜기 마을 못지 않게 살만한 복지(福地)라고 칭찬했다.

     [구만촌의 영욕]
     구례 '구만들'은 시냇가 마을의 으뜸으로 들가운데 앉아 계천과 강을 끼고 있으면서도 등뒤에 높은 산을 지고 있다. 이중환의 이론에 따른다면 구만들은 평시에 살만하면서 난리통에도 뒷산으로 숨기 좋은 곳이다. 그러나 실제 역사는 이 이론과는 너무나 달랐다.

     쉽게 숨을 산과 고개가 있었던 탓으로 이곳을 낙지(樂地)라고 찾아든 사람들에게 너무나 많은 시련과 고통을 주었다. 구만들의 동쪽 들목의 석주관에는 고려 말엽 왜구를 막기위해 성을 쌓았었다. 다만 그때 이곳 사람들이 얼마나 괴로움을 당했는지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을 뿐이다.

     ≪고려사≫나 ≪대동지지≫ 등 기록을 보면 1350년인 충정왕 2년에 구례조공선이 왜선에 털리고 1384년인 우왕 10년에는 아얘 구례가 함락당했다고 적혀있다. 이어 창왕(昌王)때도 구례 등이 왜구에 털린 기록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구만들에 살던 사람들도 온전치 못했음이 분명하다. 그후 여순반란과 빨치산과 관련되어 엄청난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입었다.

     [구만들의 마을들]
     마산면 사도리
     본래 지명은 사도리(沙圖里)로 도선국사(道詵國師, 827∼898)가 15세에 머리를 깎고 지리산에 들어가 글공부를 할 때 어떤 사람이 모래를 모아 풍수지리법을 가르쳐 주었다는 것이다. 당시 사도리는 섬진강물이 드나들어 모래밭을 이루고 있었는데 도선이 이 모래로 산수지리의 그림을 배웠다고 해서 '사도리'가 되었다고 전해온다.

     80세 이상의 노인이 많이 사는 '장수마을'로 샘물이 좋기로 이름나 있다. 구만들과 경계를 짓는 '배치재'를 '배틀재' 또는 '배들이재'라고 부르는데서 옛날 섬진강에 배가 드나들 적에도 하사동네곁 '배들이 재'밑에 배를 댔음을 알 수 있다.

     오미동(五美洞)
     운조루가 있는 오미동은 본디 백동(白洞)이라 부르던 곳이다. 풍수상으로 앵무새가 버드나무에 둥지를 튼 형국의 유지앵소(柳枝鶯巢)라고 말하기도 하고 금귀몰니(金龜沒泥)라고도 말한다. 구만들에서 앞이 탁 트이고도 북서풍을 막아주며 동네사이로 봇물이 흐르는 동네는 역시 이 동네가 제일이다.

     파도리(把道里)
     예전에는 섬진강 수량이 훨씬 많아 마을 앞을 돛단배가 드나들었으며 동네앞 강이 굽이쳐 홍수가 일면 배를 이 동네 깊숙이 메달아 놓아야 할 자리이다.

     용두리(龍頭里)
     마을 이름인 용두란 노고단, 형제봉, 베틀재를 거쳐 섬진강에서 멈춘 지리산 줄기의 모양이 용의 머리와 같다고 한데서 비롯되었다. 마을이 생기기 전, 섬진강 물이 마을터까지 넘쳐 각처의 장삿 배들이 드나들었다. 1917년에 펴낸 조선총독부지도에는 아예 '주치(舟峙)'라고 적고 있으나 이곳 주민들은 선녀가 베를 짜고 있는 형국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말한다. 그밖에 베를 짜서 군납하던 곳이란 설도 있다.

     용두리(龍頭里)의 이용근(李龍根)씨
     구례에서 하동을 향해 섬진강을 따라 4킬로쯤 가면 '배틀재'(舟峙)란 언덕 길이 나온다. 이 배틀재 왼쪽에 새로 생긴 주유소가 있고 오른쪽 시멘트 포장길로 내려가는 쪽이 '용머리'라 부르는 용두리이다. 마을 어귀에 고목나무가 있고 이 나무 곁에 「서울한약방」이있다.

     이 동네는 크게 나누면 웃뜸(上村), 아랫뜸(下村), 예천(醴泉), 장여동의 넷으로 나눌 수 있으나 저마다 명당터를 찾아 집을 지은 탓으로 들과 등성이에 집이 분산되어 있다. 이곳 용두리 구능의 강변에는 1917년에 세운 용호정이란 정각이 있어서 선비들이 시회(詩會)를 자주 가졌고 강에서 잡은 생선을 회쳐먹는 장소로 이름나 있다. 용호정 동쪽동네를 '예천'이라 하는 것은 물맛 좋은 샘이 있어 강건너 오봉산의 봉황새가 목을 축이는 샘이란 뜻으로 지은 것이며 '정감록비결'에 보신지지 열곳중 '예천'땅이 그중 하나를 비결에 맞춰 지은 이름이기도 하다. 이용호도 이곳이 바로 금환락지라고 믿고 30여년전인 1968년 이곳에 들어와 터를 잡았다.

     <저는 16대조부님이 중종(中宗)때 영상을 지낸 동고(東皐?李浚慶 1499∼1572)이십니다. 그 할아버지 유서 때문에 이곳을 찾아왔지요. 서울에서 살다 1?4후퇴때 부산으로 갔다가 제주도에 갈 생각을 했지요. 저는 방장산이 제주 한라산인줄 알았으니까. 동고 선조의 유서에 방장산을 찾아가라는 대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주를 가려면 목포로 가라고 그래요. 그래서 목포로 옮겨 좀 있다가 방장산이 한라산이 아니라 지리산이란 것을 알고 여수로 옮겨 생활하다가 68년 이곳으로 왔습니다. 서울이 제 고향이지요. 아버지께서 3·1만세를 부르고 만주로 옮겼어요. 제가 열세살 때 수송공립보통학교 다니다 만주로 가서 대성중학교를 나오고 신경의대를 들어갔습니다.

     아버지께서 돈을 잘 버셔서 저는 공부도 제대로 안하고 졸업을 마친뒤에 중국사람 왕치수란 사람한테서 침술을 배웠지요. 그래가지고 목단강에서 병원 채리고 있다가 해방되어 가지고 나와 서울에 살았지요. 저는 어렸을 적부터 지리학을 무척 좋아했지요. 저희 숙부님이 지리학의 명사였습니다. 그래서 큰산이라는 산은 거의 다 가보았습니다.

     전라도 와서는 '방종표'라는 지사를 만나 돈을 많이 썼습니다. 논 한마지기에 2만원도 못할 적에 근 오백만원은 썼으니까? 그래가지고 방종표 월강이란 사람을 소개받았어요. 그 사람이 지금 사는 이 집자리(190-2번지)를 잡아 지었습니다. 그 양반은 산에 들어가 근 10년 공부한 분입니다.

     산에서 '진처사'라는 도통한 분을 만나 37년 공들인 끝에 이 집자리를 구해 들어와 살았습니다. 방씨 얘기를 들으면 이 자리가 바로 '지리산 청학동 금환낙지'라는 것입니다. 그 집을 84년도에 제가 샀지요. 그 양반이 집을 지어 놓고 제사를 지내고 아침 저녁으로 주문을 외우고 해도 안되더라 그말이죠. 제가 여수에서 관상보는 안사민씨를 알고 지냈는데 월강을 잘 알아서 소개를 받았지요.

     월강의 주선으로 이 집 뒷집을 50만원 주고 사서 약방을 하는데 이분이 우리 할아버지 유서를 읽은 뒤 제게 자기집을 인계해 주었습니다. 유서 가운데 <월수공>(月水工)이란 대목이 있는데 월수공이란 결국 방월강(月江) 자기를 예견한것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월강이 살던 집을 2백만원에 사서 지금 살고 있습니다.

     "37년 지리공부해서 잡은 자리를 결국 이미 점지해둔 주인한테 넘기지 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방씨 말로는 중국천지에도 이만큼 좋은 집자리가 없다고 합니다. 저 건너 오봉산을 이집에서 보면 숫캐가 암캐를 올라타고 있는 형국이지요. 월강이 하도 억울해 해서 그 양반 손자딸을 우리 큰며느리 삼았습니다.

     결국 그분은 제 사부님 노릇을 하시고 남원에서 사시다가 올해 유월 여든네살로 돌아가셨습니다. 우리 집터는 갑자년(1984)년)부터 운이 들어올 자리입니다. 이미 팔년째 접어들고 있어요. 청학동 금환낙지는 <청학동 무학도>를 보아도 여기가 틀림없어요. 몇 년전에 저 건너 구만리 이수해씨 담장에서 이 옥도장이 나와서 내가 샀는데 이 도장에 <三神靑鶴桃園興退指金環>(삼신청학도원흥퇴지금환)이라고 새겨 있었어요.

     신미년(辛未年)에 무슨 일이 생길거라는 비결도 있어요. 의성 후인 김창희(金昌熙)라는 사람의 옥도장인데 이 사람은 5백여년전 사람으로 이 도장을 만들어 구만들에 묻어 두었던 것 같아요. 이 도장에 병술(丙戌) 신묘(辛卯)가 두 번 겹쳐 쓰여 있는데 이 도장을 발견한 날짜가 병술년(1946) 신묘달(2월) 병술일(9일) 신묘시(9시)였답니다. 이 도장글자를 풀어보면 바로 구례 토지면이 '청학도원'이란 뜻입니다.〉

     [토지 사람들은 아직도 명당을 믿는다]
     풍수사상이 삶으로 현재화되었던 토지 지역에 있어서, 오늘을 사는 주민들의 풍수의식은 어떠한지에 대해 오미리나 금내리에 살고 있는 58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① 구만들에 명당 세자리가 있다는데 알고 계십니까.
        금환낙지 42명(72.41%), 잘모르겠다 16명(27.59%)

     ② 위와 같은 명당설은 누구로부터 들었습니까.
        동네사람 27명(46.55%), 선조 12명(20.69%), 잘모르겠다 11명(18.97%),
        지관 4명(6.90%), 기타 4명(6.89%)

     ③ 지금의 집터를 잡은 내력을 아십니까.
       명당이란 소문을 듣고서 18명(31.03%), 생활의 편의를 위해 16명(27.59%),
       별다른 이유없이 13명(22.42%), 집안과 후손의 번영을 위해 6명(10.34%),
       우환을 피해 2명(3.45%), 잘모르겠다 3명(5.17%)

     ④ 지금 사는 곳을 명당으로 여긴다면 어떤 효험이 있었습니까.
       큰 재앙 없이 살고 있다 33명(56.90%), 잘모르겠다 13명(22.41%),
       입신출세할 수 있었다 4명(6.9%), 자식들 대에 그 보람이 나타날 것이다 3명
       (5.17%), 기타 5명(8.70%)

     ⑤ 풍수를 어떤 때 유념하십니까.
       묘지를 정할 때 24명(41.38%), 아예 적용치 않는다 18명(31.03%), 모르겠다
       6명(10.34%), 건물지을 때나 창호를 낼 때 4명(6.9%), 묘지·건물 정할 때
       6명(10.34%)

     ⑥ 풍수명당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면 옳은 것도 같다 40명(68.97%), 이치에 맞는 주장으로 틀림없는
       사실이다 8명(13.79%), 고리타분하고 허황된 주장이다 7명(12.07%), 잘모르겠다 3명(5.17%)

     ⑦ 어느 곳을 명당으로 보십니까.
       천지의 이치와 사람의 덕이 보태져야 복을 만날 수 있는 땅 25명(43.10%), 생활하기 편리한 곳 17명(29.31%), 천지의 이치에 맞는 땅으로 복이 절로 얻어지는 땅 8명(13.79%), 없다 4명(6.90%), 잘모르겠다 4명(6.90%)

     비교집단이 없기 때문에, 위의 설문결과를 놓고 어떤 경향을 끌어내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몇몇 문항에서는 풍수설과 관련한 토지면의 특수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③항의 집터내력의 경우 44.83%(26명)가 양택명당설에 따른 정착 사실을 나타내고 있으며, ⑥항 풍수설에 대해서도 72.76%(48명)의 주민들이 타당성을 인정하고 있다.

     ⑦항의 명당인식에서는 아직도 56.89%(33명)의 주민들이 전통적 풍수설에 따른 명당관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밖에 ①항의 3대혈에 대한 답변이 금환낙지(72.41%)로 집중된 것은, 일제 때 있었던 금환락지형의 흔적을 더듬을 수 있게 한다. 세대가 바뀌면서, 풍수설에 대한 믿음은 점점 퇴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금 진행중인 구만들 경지정리 공사과정에서, 수로나 마을 진입로를 세로로 내지 말고 가로로(동서쪽으로) 내야 한다는 주장이 거셌다고 한다.

[사진 : 구례 구만들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