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에 전하는 천하의 명당들

     [구례에 명당이 많은 이유]
     음택보다는 양택 명당
     구례는 풍수설에서 천혜의 명당으로 일컫는 금환낙지형(金環落地形)과 구례의 4대 혈, 지리산의 4대 혈 등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명당을 간직한 고장으로 알려졌다. 특히 선녀가 지리산에서 목욕을 하고서 올라가는 도중금가락지를 떨어뜨렸다는 토지면의 금환낙지형은 전국의 이름난 풍수사라면 누구나 한두번씩은 다녀갔을 정도로 이름이 났다. 도선국사도 문장재사가 많이 나올 땅으로 구례를 주목하였다.

     하지만 구례의 3대 명당은 묘를 써서 발복을 기대하는 음택 명당보다는 좋은 집터로 여기는 양택 명당이다. 이것은 〈명산에는 명당이 없다〉라는 풍수원칙에 따른 결과로 1,000m 가까운 산 속에서 음택 명당을 찾는 일은 마치 발전소에 생산된 전기를 집에서 직접 사용하려는 의도처럼 무모한 일이다.

     전기는 변전소→변압기→두꺼비집을 통해 전압이 낮아져야 가정에서 쓸 수 있는 것처럼, 명당은 높은 산에서 가지쳐 구비구비 흘러내린 낮은 산줄기가 강과 시냇물을 만나 더 전진하지 못한채 기를 응집시킨 곳에서 찾아야 한다. 그럼으로 구례 땅은 하늘을 찌들 듯이 높은 뒷산이 아닌 산이 몸을 땅으로 감춘 평지룡에서 명당을 찾아야하고, 결국 평야 지대임으로 양택 명당이 되는 것이다.

     구례군 토지면 금내리 및 오미리 일대는 먼 옛날부터 이 명당을 찾아 전국에서 사람이 찾아와 살게되고, 현재의 주민들도 태반은 그런 조상의 후예로써 자기가 사는 집이 바로 천하의 명당이란 믿음에 살고 있다. 또 현재도 산골 마을인 이곳에 신축가옥이 늘어나는 것은 명당의 힘을 믿는 기층민의 바람이 가시지 않은 결과이다.

     『조선의 풍수』란 책에서는 〈1912년께부터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각처에서 양반까지 집을 짓기 시작하여 현재(당시 1929년) 1백여 호에 달한다. 비기에 말하기를 이곳 어디에 '금귀몰니'(金龜沒泥) '금환락지'(金環落地) '오보교취'(五寶交聚)의 세 진혈(眞穴)이 있어 이 자리를 찾아 집을 짓고 살면 힘 안들이고 천운이 있어 부귀영달한다고 전해온다. 이 세 자리는 상대(上台), 중대(中台), 하대(下台)라고도 하며 하대인 오보교취형 자리가 제일 좋다고 한다.〉라고 적고 있다.

     [구례를 명당으로 소개한 글들]
     신증동국여지승람
     오산(鰲山, 구례의 남동방에 있음)의 산마루에 바위가 있는데, 그 바위에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빈틈이 나 있다. 세상에 "도선이 일찍이 이 산에 살면서 천하의 지리를 그렸다."고 전한다. 구례의 봉성산 아래에 봉서루(鳳栖樓)를 세웠는데, 김작은 "이 고을이 지형은 나는 봉과 같아 이렇게 이름지었다."라고 썼고, 김극기는 "봉이 하늘 끝에서 춤추니 산은 옹기종기하고, 땅에 뱀이 서린 듯 물이 망망하다."라고하여 구례의 산천을 대개 비봉(飛鳳)에 비유하였다.

     도선국사 유산록
     지리산의 지맥이 섬진강을 만나 끝나는 곳으로 땅은 비옥하고 밭이 많다. 구만리의 높은 산이 구만의 큰 강과 배합하니, 성곽이 견고하여 完卜之地(살기 좋은 고장)가 되었다. 구례 아래쪽의 오룡귀소형(五龍歸巢形)의 명당은 음·양택으로 모두 길하다. 문장재사(文章才士)가 많이 나고 호남의 명승지이다.

     산을 따라 올라가니, 제좌형(帝坐形) 명당이 하나 있다. 수구가 관쇄되고, 명당이 평탄하니 세상에 보기드믄 보화(寶貨)이다. 그 누가 알아 볼까? 혈 위에 오르니, 단정이 앉은 모습이 한 점의 티끌도 없이 기기묘묘하다.』라 하였다. 주로 큰 강과 산이 조화를 이루어 땅이 비옥하니 살기에 좋은 고장이라 평하고, 문장가가 많이 배출될 것이라 하였다. 마산면 사도리(沙圖里)는 도선이 어떤 기인에게 풍수를 배울 때에 모래를 이용해 산세도를 만들어 배웠다는 데서 유래된 지명이다.

     택리지
     구례의 서쪽은 봉동(鳳洞)이며 泉石이 기이하다. 동쪽에는 화업사와 연곡사란 명승이 있고, 남쪽에는 구만촌(九灣村)이 있다. 임실에서 구례까지 강을 따라 내려오면서 이름난 구역과 훌륭한 경치가 많고 또 큰 마을이 많다. 그 중에서 구만은 시냇물가에 임하여 강산과 토지가 훌륭하며 작은 배와 어염의 이익도 있어 가장 살만한 곳'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구례군 토지면 구산리이다.


운조루(雲鳥樓)

     [운조루의 신축]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에 있는 조선 중기의 주택으로 중요민속자료 제8호이다. 1776년(영조 52) 삼수부사와 낙안 군수를 지낸 유이주가 건립했다고 전한다. 이 집터는 풍수설에 의하면 금환낙지형(金環落地形)라하여 예로부터 명당으로 불려왔다.

     1776년(丙申) 산자락에 자리잡아 사태의 위험이 있고 고인돌마저 널려 있어 이곳 사람들은 개간을 꺼리던 자리에 집을 짓기위해 땅을 파던 중 거북처럼 생긴 돌이 나왔다. 길이 25센티미터, 높이 12센티미터, 머리 3.5센티미터의 이 돌은 집을 완성하고 1782년 함을 만들어 가보로 전해왔으나 1989년 도둑이 들어 훔쳐갔다. 이 집은 1776년 9월 16일 상량식을 가졌고 6년만인 1782년 유이주가 용천(龍川)부사로 있을 때 완성됐다.

     [운조루의 건축물적 특징]
     사랑채는 4칸의 몸채에 뒤쪽으로 꺾여 이어진 2칸의 날개가 달려 있다. 몸채 왼쪽 끝의 1칸은 내루형으로 기둥 밖으로 난간이 둘러쳐 있다. 이 사랑채의 구성은 궁전 침전과 같이 완전한 누마루 형식을 취하고 여기에 일반 대청이 연립하여 있다. 또 사랑채에는 보통 큰 부엌이 없는 법인데, 안채 통로까지 겸한 큰 부엌이 마련되어 있다. 더구나 본 사랑채와 직교한 누마루가 또 있어 특이하다.

     사랑채의 오른쪽은 안채로 평면이 트인 ㅁ인데, 중행랑를 +형으로 만들어서 전체 윤곽이 몸채 뒤쪽의 날개부분까지 합쳐 ㅁ형이 되어 아주 독특한 평면이다. 중행랑채는 일자형 곳간채의 왼쪽 끝에서 2칸이 앞쪽으로 돌출하여 있다. 이 2칸은 판상을 높이 설치한 다락이 되었다. 머름을 드리고 문짝을 달았으며, 서벽 밖으로는 쪽마루와 난간을 설치하였다.

     이 누하주 서쪽에 안채로 들어가는 길이 나 있는데, 죽담에 오르는 것을 층계로 하지 않고 경사진 길로 만들어 또한 특색을 보이고 있다. 안채의 중심부분은 대청으로 주간이 개방되어 있다. 대청 좌우로는 안방과 건넌방들이 자리잡고 있다.

     [운조루 내의 건물의 쓰임새]
     가옥의 규모
     '운조루'는 대군들이 집을 지을수 있는 60칸을 넘겨 99칸짜리 집을 지은 탓으로 다른 흑심이 있는 집이라는 오해를 받았다. 집 주인은 집을 짓기 전에 이미 삼수(三水)로 유배되었다가 풀렸지만, 뒷날 사람들은 "99칸집을 지어 반심(反心)을 품은 탓으로 귀양살이까지 했다"는 구전을 만들었다. ≪長子區處記≫에 이 집은 78칸 집이었으나 불이나 다시 복구하면서 모두 73칸 129평이다.

     건물의 쓰임새
     사랑채는 큰사랑, 아랫사랑채로 나뉘고 주인은 큰사랑채에 거처하면서 손님을 맞거나 손님을 재웠다. 큰사랑채 서쪽에는 세 방향이 툭트인 누마루가 있어서 여름 거처로 쓰였다. 이 사랑채에 二山樓(이산루) 足閒亭(족한정) 雲鳥樓(운조루) 歸晩窩(귀만와) 등 현판이 걸려있다. 큰사랑채에 잇대 ㄱ자형으로 대문쪽으로 뻗은 아랫사랑채에도 누마루가 있고 이곳을 歸來停(귀래정)이라 한다. 아랫사랑채는 弄月軒(농월헌)이라고도 했다.

     안채는 사랑채 사이의 중문을 통해 들어간다. 안주인이 거처하며 자식들과 며느리가 산다. 부엌과 찬칸, 곡간, 대청들이 자모양으로 배치되어 있다.행낭채는 대문을 중심으로 남쪽 담장 대신 18칸이 일직선을 이루고 있다.지금은 헛간과 창고, 마굿간 등으로 쓰이지만 옛날에는 노복들이 살았다. 솟을 대문 동쪽으로 작은문이 있어서 옛날에는 안주인이 출입했다.

     유이주가 이곳에 집자리를 닦을 때 거북처럼 생긴 돌이나와 금귀몰니가 분명하다고 여긴 곳이다. 이 집에서는 금거북이가 부엌자리에 있다고 믿는다. 이 때문에 절대로 부엌바닥을 밖으로 쓸어내지 않으며 바닥이 울퉁불퉁해도 그대로 두고 몇 년걸쳐 한번씩 흙으로 메워줄뿐이다. 집을 앉힐 때 이 집은 부엌자리에 안방을 배치해야 할 구조였지만 거북자리에 안방을 두어 온돌불을 때면 거북이 말라죽는다고 안방을 오른쪽으로 돌리고 거북자리를 맨 땅 부엌으로 만들어 늘 습기가 있도록 했다.

     [「조선의 풍수」에 나타난 운조루의 풍수]
     운조루의 명당
     이곳 제일 오래된 유씨의 집이 오미리에 있다. 그 택지는 유씨(柳氏)의 원조(遠祖) 유부천(柳富川)이란 사람이 지금부터 300년쯤 전에 복거(卜居)한 것이라 한다. 유부천은 서울까지 밤마다 구름을 타고 왕복할 만한 방술에 통한 자였다. 그가 좋은 집의 초석(礎石)을 정하고자 할 때 뜻밖에 귀석(龜石)을 출토(出土)했다. 비기에 이른바 <금귀몰니>(金龜沒泥)의 땅이라는 것을 알고 그곳에 집을 짓고 살았다. 과연 유(柳)씨는 번영을 계속하여 이 지방 제일의 호가(豪家)이며 자산가가 되었다고 한다.

     삼진혈(三眞穴)의 하나가 출토된 이상 다른 2개도 반드시 이 부근에서 나올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러나 2개는 아직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유씨의 택지를 상대(上台)로 보고 중대(中台)?하대(下台)는 유씨 집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막막한 벌판(유씨의 집에서 느리게 경사진 일대의 대지(臺地)에 있을 것이라고 이주자가 계속해서 들어온다.

     [운조루에 산 유씨들의 행적]
     1대 유이주
     집을 착공하고 상량도 하기 전에, 유이주는 정3품인 오위장에 발탁되었다. 함흥에 부임한 뒤 상주 영장을 거쳐 57살에 평북 용천부사로 전직되었다. 설계는 유이주가 했으나 건축은 유덕호가 했다.

     2대 유덕호
     호초참판의 증직을 받아 추사 김정희가 쓴 묘지명을 남겼다.

     3대 유억
     30세때 무과에 급제해 함경도 감영의 중군, 평안도 병마절제사겸 토포사등 벼슬을 했다.

     10대 유홍수
     고등학교를 나와 아버지를 이어 운조루를 관리하며 농사를 짓고 있다.

     [운조루에 대한 고제희의 평가]
     내룡의 입수와 좌향의 길흉
     이 집터는 노고단에서 남진한 용맥이 높이 솟은 형제봉이 주산이다. 노고단은 할머니 산으로 그곳에서 한가닥의 용맥이 갑묘(甲卯)로 벗어나 자계(子癸)로 머리를 돌려 구례의 토지면과 마산면의 경계를 이루는 형제봉이 된다.

     형제봉에서 건해(乾亥)방향으로 머리를 돌리다가 다시 축간(丑艮)방으로 돌려 월령봉(月嶺峯)을 만들고 천황치(天皇峙)를 지나 천행치(天行峙)에서 자계방향으로 벗겨져 내리면서 건해 청룡, 축간 백호를 지어 운조루를 감싸고있다. 운조루는 계축룡(癸丑龍)이 입수하고 물은 곤방(坤方)에서 얻어 사방(巳方)으로 빠지되, 계좌정향(癸坐丁向)을 놓았다.

     사파(巳破)임으로 수국(水局)이고, 이 때에 계축룡(癸丑龍)은 양룡(養龍)에 해당되어 입수가 생기를 품은 길룡이니 집을 지으면 대발할 터이다. 또 집의 좌향은 수국의 정양향(正養向)에 해당되어, 『지리오결』에서는 〈三合連珠이며 貴人祿馬上御街라하여 人丁과 財物이 풍성하며, 공명현달하며 남녀 모두 장수한다.

     長男, 中男, 三男이 모두 발복하지만 셋째가 더욱 발달하고 딸들도 모두 뛰어나다. 88向 중에서 제일로 吉向이며, 帝旺, 臨官, 養水가 아울러 向앞을 지나 絶方으로 消水하니, 발복이 오래도록 이어진다. 또 乾方에 臨官峰이 있으면 극도로 貴해지며, 이 向法은 百發百中으로 大地는 大發하고 小地는 小發한다〉라고 하였다.

     득수와 장풍의 길흉
     오미리는 배산임수의 동네로 앞에는 섬진강변의 충적토로 기름진 들이 펼쳐져 있다. 섬진강이 서쪽에서 나와 동쪽으로 흐르되 들을 안고 흐르니 좋은 물길이다. 동네 동쪽을 흐르는 시냇물도 마을앞 정방(丁方)에서 서로 만나며 서북쪽 저수지물은 동남으로 흐르고 동북쪽 시냇물은 서남쪽으로 들을 감싸고 흐른다.

     정방(丁方)에 있는 안산인 오봉산(五鳳山)은 낮게 깔려 아미사를 이루고, 그 뒤쪽의 관악산은 불꽃이 피어오르는 형상으로 발복을 촉진한다. 또 병방(丙方)에는 멀리 계족산이 필봉형국으로 솟아 있다. 국을 둘러싼 청룡과 백호는 내청룡이 짧고 외청룡이 길며 내백호가 길되 외백호는 짧다.

     내청룡이 짧아 수구가 허하다고 여겼던지 수구 가까이에 조탑(造塔)을 만들어 비보(裨補)했고, 관악산의 화기를 제압하기 위해 집 앞쪽에 네모난 연못을 두었다. 이 집은 멀리 남쪽으로 보이는 계족산(鷄足山)이 주작(朱雀)이고 북쪽의 형제봉은 현무(玄武)가 되며 동쪽의 왕시루봉(王甑峯)이 청룡, 서쪽의 천황봉(1,695m)이 백호가 된다.

[사진 : 금귀몰니의 명당, 구례 운조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