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시키는 휴대폰, 자동차, 카드, 컴퓨터와 같은 ‘신유목’(新遊牧) 상품이 각광받는 시대다. 오늘날의 선진국과 초일류 기업의 성장 배경을 살펴보면, 모두가 실패를 무릅쓰고 신유목 상품의 개발과 생산에서 기회를 선점했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지난해 한국의 3대 수출 상품인 반도체, 자동차, 통신기기는 모두 신유목 생활에 필요한 상품들이고, 이 분야의 고품질·고가격의 상품 생산 여부는 바로 국가 경쟁력의 평가 기준이 된 지 오래다. 하나같이 전자산업의 발전에 뿌리를 둔 첨단 상품들이니, 전자산업은 곧 국가 경쟁력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한국이 세계 최고의 IT 산업국으로 등극한 배경에는 한국전쟁 후 불모지나 다름없던 전자산업을 선구자적 용단으로 일으켜 세운 LG그룹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자산업을 미래의 ‘수종’(樹種)사업으로 선정한 구인회 창업 회장은 부산에서 금성(현 LG전자)사를 설립했고, 1959년 ‘A-501’란 진공관식 라디오를 한국 최초로 개발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화학산업으로 성장하던 구 회장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사업을 물색했고, 국산 라디오의 개발을 통해 전자산업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당시는 라디오와 TV방송국이 개국해 바야흐로 전자산업의 개막을 예고하는 분위기였고, 이런 변화에 맞춰 기회를 선점한 것이다.

그렇지만 초창기에는 성능 좋은 외제에 밀려 사활의 기로에 처했다가 5·16 군사정부가 펼친 ‘농어촌 라디오 보내기 운동’에 힘입어 다시 기사회생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이후로 LG전자는 선풍기와 전화기에 이어 1966년에는 흑백 TV를 국내에서 최초로 생산했고, 현재는 각종 가전제품을 비롯해 사무용 전자기기와 산업용 전기기기까지 시판함으로써 LG그룹 내 뿐만 아니라 한국 전자업체에서도 선두적 위치를 차지하는 초우량 기업이 됐다.

LG전자는 2001년 말 현재 16조원의 매출액에 5000억원을 넘는 순이익을 달성했다. 트랜지스터라디오를 생산했던 부산 연지동 공장이 최초의 사업장이고, 뒤를 이어 구로의 오디오, 평택의 비디오, 청주의 마그네테크, 구미의 TV공장을 거쳐 창원공단 내에 생활가전 사업장으로 확장했다.

특히 12만평에 달하는 창원2공장은 전자레인지 냉장고를 생산하는 창원 1공장과 함께 에어컨 세탁기 청소기 등 연 매출 5조원에 이르는 편의지향적인 생활가전을 생산함으로써 LG전자의 핵심 사업장으로 떠올랐다.

창원2공장이 자리한 목동은 김해 김씨를 비롯한 여러 성씨가 모여 살던 마을을 공단으로 조성했는데, 풍수적으론 ‘봉황이 날개를 씻는 비봉쇄익형(飛鳳刷翼形)’의 명당이며, 봉황의 땅 기운이 전자산업을 맞아들여 복지로 변한 곳이다.

한반도의 중심 뼈대를 이룬 백두대간은 지리산에서 장엄한 행진을 멈추고, 재차 낙남정맥을 출맥시켜 경남 남부의 지형을 이뤘다. 남해안과 낙동강 사이를 따라 동진한 낙남정맥은 진주를 거쳐 마산의 무학산으로 솟고, 다시 창원을 거쳐 김해까지 뻗었는데, 그 중 천주산에서 남진한 용맥이 불모산으로 솟은 후 몸을 서진시켰고, 그 후 장복산을 지나 마산만에 이르러 전진을 멈췄다. LG전자의 창원2공장은 장복산 정상에서 상복천을 따라 남진한 용맥이 남천을 만나 지기를 응집한 곳이니 태조산은 지리산이고, 천주산이 중조산이며, 불모산(佛母山)이 소조산, 그리고 장복산(長福山)이 주산이다.

불모산은 김수로왕의 왕비인 허씨가 낳은 자식 중 7명이 이 산에 입산해 중이 됐다는 전설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고, 장복산은 이 산에 뿌리를 둔 마을은 모두 ‘대대로 복이 이어진다’는 뜻을 가진 산이다.

창원시의 산천지세를 한눈에 조망하면 불모산은 봉황의 몸통이고, 불모산 정상에서 성주동을 향해 꿈틀대며 북서진한 용맥은 봉황의 머리에 해당된다. 천주산에서 불모산까지 정병산→비음산→대암산으로 이어지는 연맥은 오른쪽 날개, 그리고 불모산에서 장복산을 거쳐 마산만으로 북서진한 연맥이 왼쪽 날개의 형상을 그대로 닮아 있다. 산천지형을 새에 비유할 경우 생기는 날개 안쪽에 응집되는데 장복산의 북동쪽 구릉에 자리한 창원2공장의 터는 바로 봉황이 머리를 돌려 부리로 날개를 씻는 익간혈(翼間穴)에 해당한다. 새의 핵심처를 날개로 보는 이유는 새는 날아다 녀야 먹이를 잡을 수 있고, 날아오르려면 날개에 힘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창원시의 형세를 봉황에 빗대어 길흉을 판단하는 방법은 비단 오늘날의 일만은 아니다. 통일신라 시대에 선문구산(禪門九山)의 하나였던 봉림산(鳳林山)이 창원시 봉림동에 소재하고, 불모산에서 발원해 시의 중심을 관류하는 남천(南川) 역시 본래 명칭은 봉암천(鳳巖川)이라 불렸다. 봉황은 열 가지 동물의 장점을 두루 갖춘 상서로운 새이고, 봉황이 날아들 면 성군이 태어나 태평성대를 이룬다고 한다.

따라서 비봉쇄익형에 자리한 창원2공장 땅의 성격은 화목하고 안온한 세상을 만들기에 알맞은 변화무쌍한 도구를 만드는 데 제격이다. 지기에 순응해 땅을 이용할 경우에만 지기가 발동하는데, 철기 시대에 각종 농기구를 생산했던 성산 패총이 가까운 곳에 있으니, 예로부터 생활용품을 만들기에 적합한 곳이었음이 틀림없다.

그런데 LG전자의 창원2공장이 지금보다 더 큰 회사로 발전하려면 공장으로 입수되는 지기의 훼손을 치유해 지기의 발동을 더 키워야 한다. 현재 상점령 아래로 뚫인 창원터널은 교통·물류상으로 보면 장점이 크지만, 풍수로 보면 봉황의 오른쪽 날개에 깊은 상처를 입힌 격으로, 터널로 인해 약화된 지기는 필연코 창원공단 전체의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 는 원인이 된다. 특히 봉황은 새이니 하늘과 관련된 항공산업에서 우발적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봉황은 오동나무에 둥지를 틀고 대나무 열매를 먹고 산다고 한다. 따라서 비보책으로 창원2공장 내의 남쪽에 있는 당산목 터(목동 유적지)에 대나무를 보기 좋게 식재한다면 풍수적으로 매우 길하다. 공장 안으로 거봉의 기운이 날아들 것이니, 노사간에는 인화가 증진되고, 회사는 안정된 발전을 약속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