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오늘날과 같이 한국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화장품 생산을 시발로 이 땅에 최초로 유지 및 플라스틱공업을 뿌리내린 선각자적 개척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제시대, 진주에서 '구인상회' 란 포목상을 운영했던 고 구인회 회장은 중·일 전쟁의 특수를 이용해 거금을 챙기는 사업 수완을 발휘했고, 1947년에는 도전과 패기로 '락희 화학'을 설립한 뒤 '럭키크림'을 내세워 화장품업계의 강자로 우뚝 섰다.

또 안 깨지는 크림통을 개발하면서 알게 된 플라스틱이란 신소재를 이용해 칫솔·빗 등 값싸고 쓰기 편한 생활용품을 대량으로 쏟아내면서 생활문화를 송두리째 바꿨다. 55년부터 시장에 나온 럭키치약은 훗날 트랜지스터 라디오와 함께 LG그룹의 간판상품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장수 히트상품이 됐다.

이처럼 LG그룹은 화학과 전자 분야에서 끊임없이 신기원을 개척하며 성장한 기업인데, 사업 초창기에 경영의 자양분이 된 화장품 플라스틱 치약 등은 LG그룹의 족보제품이 틀림없고, 그 제품들이 지금까지 LG화학에서 생산되고 있으니, LG화학은 LG그룹 전체의 적자회사(嫡子會社)다. 또한 국내 7곳에 산재한 사업장 중에서 청주공장은 LG화학의 역사를 대변 하는 이러한 생활건강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주공장은 LG화학 내에서도 장자(長子) 사업장이라 할 것이다.

청주공장이 들어선 청주시 흥덕구 송정 마을은 한반도의 중심 뼈대를 이룬 백두대간이 속리산을 지나며 서진하는 용맥을 낳았고, 이 용맥은 상하기복과 좌우요동으로 서진하며 구룡산을 지나 청원의 작두산으로 솟고, 몸을 재차 꿈틀거려 청주의 망월산까지 뻗어왔다. 망월산을 지난 용맥은 무심천을 따라 파랑상의 구릉을 이루며 북진해 사직산으로 솟아났다.

사직산은 홍건적에게 쫓긴 공민왕이 사직단(社稷壇)을 설치한 후 국태 민안을 기원한 산이고, 다시 북진한 용맥은 송정 마을의 동쪽에 다다라 월명산으로 기세를 뿜어냈다. 따라서 LG화학이 자리한 터는 월명산에서 서진한 용맥이 미호천을 만나 지기를 응집한 곳으로, 태조산이 속리산이고, 구룡산이 중조산이며, 망월산이 소조산이고, 월명산이 주산이다. 이곳은 자기를 낳아 준 망월산을 멀리서 되돌아보는 형국이니, 풍수는 회룡고조형(回龍顧祖形)이라 부르고, 대성할 기운이 응집된 조건으로 삼는다.

청주의 다른 지명은 주성(舟城)인데, 이것은 청주의 지형이 배를 닮았기 때문이다. 고려 초에 혜원(慧園)이란 스님의 꿈에 부처가 나타나, " 배가 풍랑에 떠내려가지 않게 돛대를 세워라"고 말했다. 그래서 우암산에 올라 지세를 살핀 혜원은 돛대에 해당하는 철당간(국보 제41호)을 용두사 경내에 세웠다고 전한다. 따라서 청주는 '배가 정박해 있는 행주형(行舟形)'에 해당되고, 그 배에는 생활에 쓰이는 진기한 물건이 가득 실려 있으니, 이 땅의 성격은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용품이 풍성할 터다. 따라서 82년 LG화학 내에서 생활용품을 주로 생산하는 사업장이 청주에 들어선 것은 땅의 성격과 이용이 서로 조화를 이룬 것으로 볼 수 있다.

청주 공장에서 남쪽으로 바라보면, 가경천과 석남천이 북류해 명당수에 해당한다. 이런 역수(逆水)는 지기의 응집을 강하게 해 한자만 보여도 부귀가 대를 이어 번창한다고 한다. 또 내룡은 신방(申方)으로 빠지는 물을 따라 갑묘방(甲卯方)에서 입수했으니, 땅은 비석비토(非石非土)의 지질로서 기운이 장성하다. 그리고 북류하는 무심천을 남류하는 미호천이 맞이해 혈장을 둥글게 금성수(金星水)로 감싸고 흐르니, 부귀가 치렁 치렁 열릴 복지(福地)가 된다. 즉 공장은 본래부터 지기가 출중한 곳이었고, 주변의 물들이 부지를 순행해 지기를 복돋워 주는 형상이다.

여기서 행주형은 돛대와 더불어 키와 닻을 구비해 주면 배가 안정돼 길하지만, 만약 땅에 우물을 파면 배 밑바닥에 구멍이 뚫려서 배가 침몰될 위험이 크다고 한다. 따라서 안심하고 재물을 싣도록 닻 모양의 조형물을 회사 내에 설치한다면 지기가 발동해 사업이 더욱 번창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LG화학이 주산으로 삼은 월명산(月明山)이란 지명에 있다. '달이 밝은 산'이란 뜻인데, 달은 어쩔 수 없이 때에 따라 차고 기울기를 반복한다. 그 결과 월명산에 뿌리를 둔 사업운도 시류에 따라 부침이 반복될 징조가 농후하다.

이에 사업의 위험을 최소화시키는 비보의 지혜가 필요한데, 해의 형상을 만들어 공장 정문에 세워두면 길하다. 왜냐하면 해와 달은 함께 존재 하지 못하고, 해가 떠 있다면 그믐달이 돼도 세상은 밝기 때문이다.

여기서 해의 형상으론 LG그룹의 심벌마크인 '미래의 얼굴'이 제격이다. 신라 시대의 인면문와당(人面文瓦當)을 본딴 듯한 심벌마크는 천진스러움과 함께 전체적으론 태양을 많이 닮아 있다. 따라서 해를 상징하는 '미래의 얼굴'을 큰 돌에 새겨 월명산을 바라보도록 배치하면, 임직원의 가슴엔 회사에 대한 자긍심이 커지고, 풍수적으론 달의 쇠한 기운을 보충해 주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LG화학은 한국 화학사업의 좌장(座長)으로서 화학을 미래 산업으로 이끌고 있다. 그 바탕에는 땅의 성격에 맞게 사업을 영위하는 지혜도 필요하며, 또 사업의 터전인 땅에 대한 감사도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