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는 한강에 떠 있는 섬으로 정치와 금융, 그리고 방송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이 많아 ‘한국의 맨해튼’이라 불린다. 그곳의 대표적인 건물로는 국회의사당과 63빌딩, 그리고 LG그룹의 여의도 시대를 연 LG트윈타워다.

한강의 풍광이 자연스럽게 내려다 보이는 LG트윈타워는 직사각형 모양의 34층 건물로서 동쪽과 서쪽에 쌍둥이처럼 나란히 서 있어 약동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또한 파란 하늘과 대비된 실루엣이 좋은 이 건물은 한편으론 밀레(Millet, 1814~75년)의 ‘만종’(晩鐘)을 연상시키듯 금실 좋은 부부가 서로에게 예를 표하는 모습처럼 보여 성스런 사랑까지 느끼게 하는 현대식 인텔리전트 빌딩이다.

LG그룹이 오늘날과 같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등극한 배경에는 창업주 고 구인회(具仁會, 1907~69) 회장이 강조했던 ‘인화단결’의 경영이념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경남 진양에서 출생한 구 회장은 만석꾼 집안의 김해 허씨와 혼인한 후에 신학문을 접했고, 사업 초기부터 여러 형제들과 자식들, 그리고 처가 식구들까지 경영일선에 참여시키며 부를 축적했다. 그 결과 LG그룹은 피로 맺어진 구·허체제라는 가족주의가 경영활동에 접목되었고, 이것은 장자 중심적인 유교식 기업문화로 발전했다.

이에 아무리 형제 자식이 많아도 경영은 장자가 승계한다는 아름다운 원칙이 3대를 이어 지켜졌고, 이런 인화주의 가풍은 세계 초우량 기업을 표방하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덕목으로 그룹 내에 남아 있다. 그러므로 LG트윈타워는 LG그룹을 일으켜 세운 구씨와 허씨네가 부부처럼 상대방을 서로 믿고 감사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빌딩으로 보아, ‘쌍둥이 ’보다는 ‘부부빌딩’으로 불러야 좋을 듯하다.

여의도는 한강을 따라 흘러 온 모래가 억만년의 세월을 두고 쌓이고 쌓여 이뤄진 섬으로 현재 국회의사당 자리에 양말산이 솟아나 가장 높은 지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예전에는 고립된 섬이 아니었다. 모래언덕이 영등포 쪽으로 이어진 삼각주로서 마포 쪽으로 밤섬과 나란히 붙어 있었다. 그러던 것이 1913년 일어난 대홍수로 샛강이 남쪽으로 새로 흐르면서 지금처럼 하중도(河中島)가 되었다.

예부터 여의도는 곡식이 잘 자라지 못하는 메마른 모래땅이 많아 쓸모가 적었다. 그래서 일설에는‘하잘 것 없는 섬이니 너나 가져라’란 뜻에서 ‘너의 섬, 여의도(汝矣島)’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밤섬(栗島)만큼은 조선 초기부터 조선업과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이 살았고, 근대까지 대를 이어 번창한 섬이었다. 그렇지만 여의도가 개발되면서 한강 하구의 물 흐름을 좋게 하고, 또 현재 윤중제인 여의도 제방을 쌓을 잡석을 채취하기 위해 밤섬은 1968년 해체되었다. 폭파에 의해 조그만 섬으로 남겨졌던 밤섬은 그 후 30년이 넘게 퇴적물이 쌓이면서 나무와 풀은 다시 우거지고, 그곳으로 새들이 날아 들면서 어느 샌가 도심 속의 철새도래지가 되었다.

풍수로 보아, 여의도는 백두대간의 정기가 닿지 않는 고립된 곳으로 행정상으론 서울에 속해 있으나 지기만큼은 한반도 대륙과 전혀 다른 이국의 땅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용맥을 따라 흐르는 지기는 물을 만나면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멈추는데, 여의도는 사방이 물로 에워싸인 섬이니 , 북한산이나 관악산의 어느 지맥도 그곳으로 연결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설령 도수협(渡水峽)처럼 강 속에 돌다리가 있어 대륙의 지기가 골맥(骨脈)을 따라 이어진다고 보아도 여의도는 모래땅이다. 모래 위에서 거목이 자라지 못하는 이유는 모래는 생기가 쇠약해 거목이 필요로 하는 생기를 공급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의도는 지기가 쇠약한 독산(獨山)에 해당되며, 여의도처럼 사방이 물로 에워싸인 섬 같은 곳을 풍수는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이라 부른다. 연꽃은 꽃과 열매를 갖춘 원만한 꽃이며 ‘연꽃은 흙탕물 속에서 핀다’고 했으니, 연화부수형의 터는 빈천한 집안에서 훌륭한 인물이 태어나 원만하고 고귀한 생활을 할 군자의 땅이다. 그렇지만 지기의 발동만큼은 강하지 못한 곳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아호인 ‘연암 ’(蓮庵)을 살펴보면, 여의도에 LG그룹의 신사옥이 건립될 것이 이름으로 예언됐음을 알 수 있다. 호가 ‘연꽃이 핀 초막’이니, 연화부수형에 사옥을 짓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LG그룹이 1987년에 트윈타워를 건립하고 여의도 시대를 개막한 것은 그만큼 여의도란 땅의 성격과 LG그룹의 기업문화가 서로 잘 맞아 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21세기에 기업들은 국경 없는 무한경쟁을 벌여야 한다. 백두 대간의 정기가 미치지 못하는 여의도의 지기만으론 LG그룹이 세계 넘버 1의 기업으로 우뚝 서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따라서 부족한 지기를 키워 주는 비보의 지혜가 필요한데, 여의도공원 내에 진흙 못을 넓게 만든 후 연을 키우면 생기(물)가 땅속으로 도망가지 못해 허약한 지기가 보완될 것이다.

또 LG트윈타워는 한강 물이 서해로 빠져 나가는 모습이 창연히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했는데, 이러한 곳을 풍수에서는 재물운이 약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물은 풍수에서 재물을 뜻하고, 근원이 먼 곳에서 와 혈장을 포근히 감싸 안고는 급히 꼬리를 감춰야 길하기 때문이다.

비보책으로 닻 형상의 대형 조각품을 빌딩 앞에 설치하면 재물이 도망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것은 여의도는 땅 모양이 배와 같고 LG트윈 타워는 쌍돛대에 해당되며, 닻은 배에 실린 재물들이 바다에 표류하지 못하도록 붙들어 주기 때문이다.

LG트윈타워는 LG그룹이 세계 초우량기업으로 웅비의 날개를 펼 여의도 시대의 헤드쿼터이며, 나아가‘우리는 하나’라는 인화의 구심체임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빌딩이 자리한 터의 지기가 약하고, 바라보이는 강물이 무정하니, 생기가 왕성해지도록 풍수적 비보를 기울여야 LG그룹의 전략 성장의 산실로서 그 역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