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길흉을 판별하는 풍수사가 되기 위해서는 각종의 풍수지리서를 탐독하고, 한편으론 스승을 따라 산을 오르고 강을 건너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풍수는 현장 체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선시대에는 과거 시험을 거쳐 지관(地官)을 선발하였다. 이때 시험 과목으로 『청오경』, 『장경』, 『호순신』, 『명산론』이 조선 조를 통틀어 일관되게 채택되었다.

  특히 『청오경』과 『장경』은 배강, 배송[돌아서서 책을 외워야 함]해야 될 정도로 중요시 여겼다. 따라서 지관이 되려면 무엇보다 한문에 능통해야 되고, 또 선배 풍수사를 따라 명산대천을 수없이 답산해야 했음으로 생업에 종사하는 평민이나 글을 모르는 천민은 지관이 될 수 없었다. 그 결과 조선의 풍수사는 대개가 승려였거나 양반 혹은 중인 계층에서 학식이 뛰어난 사람이 담당하였다.

  또 풍수학은 도제 관계(徒弟關係)로 전승되었다. 스승 풍수가의 정신적, 기술적 술법을 이어받고 또 그 방식대로 후학에 전수함으로써 인간적인 교류를 통해 계승된 것이다. 따라서 어느 풍수가가 어떤 술법의 법통을 계승한 유파인지를 알려면 어떤 스승에게서 술법을 전수 받았는지를 알면 된다.

  지 선생이 어떤 방식으로 풍수학을 공부하고 또 이치를 어떻게 깨우쳤는지는 그의 저서 〈하늘이여 땅이여 사람들이여〉에 잘 나타나 있다. 지 선생은 풍수 선생을 모시고 공부하기 보다는 입산수도하여 독학으로 개안이 되었다는 내용이다.

  (1) 나는 꿈을 통해서도 공부에 진전을 봤다. 몇날 며칠 동안 품었던 의문이 몽교(夢敎)를 받고나면 거짓말같이 풀리곤 했는데, 그것은 모두 증조부를 비롯한 여러 할아버지들이 현몽해서 책장을 넘기며 여실히 일러주고 가기 때문이다. 지백원은 천문을 일깨워주었고, 눈이 작고 죽장을 든 헌칠한 어떤 할아버지는 풍수를 가르쳐주는 것이었다.(하늘이여 땅이여 사람들이여-p62)

  (2) 그 훤한 경지가 내 나이 스물여덟, 입산수도한 지 3년만에 홀연히 열린 것이다. 이른바 개안이라고 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눈은 속인들의 눈이 아니고 영적인 눈을 일컫는 것이니, 표현은 뭣하지만 흔히 말하는 도사가 된 것이다. 땅을 보면 그 후손되는 이의 사는 형편과 직위, 질병 따위가 고스란히 내다보였다.(하늘이여 땅이여 사람들이여-pp68∼69)

  (3) 뿐더러 당장 누가 어떻게 되고 마는 급박한 상황에서 수많은 산서들의 글귀는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다. 그래서 문자에 현혹되지 말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책은 초학자에게 없어서는 안 될 것이지만, 개안한 이라면 자구에 연연해하지 말고 심안(心眼)으로 읽어낼 일이다.(하늘이여 땅이여 사람들이여-p73)



[사진 : 지창룡 선생의 묘(12각 둘레석에 12지신의 문양을 새겨넣고, 망주석은 청룡이 승천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