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자의 풍수적 견해와 지관들의 왕릉 발복에 대한 회의에서 최창조는 돈을 바라고 터를 잡아주는 지관은 욕심이 생기를 가려 버려 결코 혈을 찾아낼 수도 없고, 그러므로 정통 풍수는 터 잡기에 전혀 소용이 없는 잡술이란 등식을 이끌어냈다. 그러면서 자신은 훌륭한 인격을 지녔기 때문에 지기를 느낄 수 있다고 하여 은근히 자신이 도안(道眼?)을 지녔음을 암시하였다. 그가 도안임을 과시하는 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명당에 앉아보니 이렇듯 안락하며 쾌적할 수가 없구나 하고 느껴지면 좋을 것이다. 결코 대지(大地)를 바라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욕심이며 땅의 기운[地氣]은 인간의 욕심을 허용치 않는다. 무릇 대지는 귀신이 맡은 바이기에 진실로 조상 대대로의 음덕이 없다면 가히 엿볼 수 없는 것이 그런 땅이다.["땅의 논리, 인간의 논리" - p25]

  어떻게 명당을 찾았는가 하는 객관적 기준이나 실증적 방법은 무시한 채 밑도 끝도 없이 명당에 앉았다고 하였다. 도선의 병든 땅에 절터를 잡았다는 주장도 도선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절들이 현재는 모두 폐사됐다는 사실을 들어 병든 땅이라고 주장한 것이다.["한국의 자생풍수 1" - p113] 병든 땅을 치료하려고 절을 세웠는데 그들이 모두 폐사되었다면 과연 치료가 된 것일까?
  여기서 다시 중요한 화두로 등장한 것이 '기감(氣感)'이다. 즉 땅에 응집된 생기를 풍수 이론에 근거하여 찾지 말고 느낌으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만약 생기를 감지할 수만 있다면 풍수의 모든 이론들은 소용이 없다고 할 정도로 기는 풍수에서 중요한 것이다.["땅의 논리, 인간의 논리" - p80]

  이것은 최창조의 이른바 '인간적 본능과 인륜적 성심'이 '기감'으로 변화된 것임을 독자들은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기감의 문제는 풍수가 제도권 내에서 더 이상 발붙이고 연구할 대상이 아니라고 학문적 사형 선고를 받게 한 중요한 문제이다. 즉 생기를 '만물을 자라게 하는 생명력'이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치고는 생기를 찾아 보라고 하였으나 학생들에게는 기감이 되지 않았다. 쉽게 설명하면, 최창조가 아무리 풍수 이론에 근거하여 생기를 설명해도 그것은 그만의 느낌이지, 정작 학생들은 전혀 기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여러 방법을 동원해 생기를 납득시키고자 노력했으나 결국은 설명조차 중구난방이고 서양적 지리관에 빠져 있는 대학원생들에게 심각한 회의감만 안겨 주었다고 술회하였다.

  도대체 말로 설명도 되지 않고 실체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도 없는 기(氣)라는 것을 알기 위하여 음양이니 역(易)이니 오행이니 하는 구시대의 유물을 사회과학대학 대학원 강의에서 맥놓고 듣고 있자니 답답하기도 하였을 것이다.["땅의 논리, 인간의 논리" - p85]

  어쩔 수 없이 기감론(氣感論) 강의를 포기한 최창조는 섭섭하다는 표현을 썼다.

  왜 말로 되는 것만을 받아들이려 할까. 비인간적 공간 논리에 지나지 않는 서구 지리학의 무조건적 수용으로 말미암은 폐해 따위에 봉착해 있으며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 혹은 처방전으로서 풍수사상을 전해 보고자 하는 것인데, 모교의 후배들은 명쾌한 입지론적 풍수지리만을 기대하고 있다니, 그래서 섭섭했던 것이다.["땅의 논리, 인간의 논리" - p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