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에 따라 혈을 찾는 정통풍수는 한국적 풍토에 맞지 않고, 인간성이 좋아야 혈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 그는 혈을 찾는 지혜를 알려 주겠다며 산천을 답사한 결과를 책에 실었다.

  그가 주장한 인간성으로 혈을 찾는 기술적 논리는 다음으로 요약된다. 산과 강에 의하여 주위가 어머니의 품속처럼 안온하게 조성된 장소가 명당이다. 젖무덤이 혈장, 젖꼭지가 혈처인데 명당 안에서도 주위와 속을 살펴보라. 또 사심 없는 인간적 본능과 인륜에 어긋남이 없는 성심(誠心)으로 땅을 보아야 그 땅이 어떤 기를 지녔는가를 알 수 있다.

  이것이 무슨 말인가? 이론을 현장에 적용시키는 것은 외면한 채, 안온하다고 느껴지는 감상에 따르라는 말로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아마도 최창조는 땅이 어떤 기를 지녔는가를 알 정도로 사심 없는 본능을 지녔고, 나아가 훌륭한 인격을 지녔는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 땅을 보아야 하는가?

  아기가 젖을 먹는 비유에서, 그 품안이 인자한 생모의 품안인지, 생모이기는 하지만 아기를 미워하는 어머니의 품안인지, 유순하고 정이 많은 계모의 품안인지, 악독한 계모의 품안인지, 유모의 품인지, 고모의 품인지 등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품안이 어떤 품안이냐 하는 것이 그 아기의 인성(人性) 형성에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좋은 땅이란 어디를 말함인가" - p216]

  그에게 묻고 싶다. 아무리 산천의 해석이 중요할지라도 어떻게 아기를 미워하는 생모가 있을 수 있는가? 또 그 품을 어떻게 아기가 생모, 계모, 유모, 고모의 품으로 구별할 수 있는가? 최창조의 풍수론이 학자들 사이에 많은 논쟁이 일었던 것을 기억한다. 학계가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접근방법을 제시 못하고, 어머니의 품속 같은 땅을 찾으라는 주장 때문이다.

  고려대 최영준 교수는 '모성에 의지하여 그 덕을 구하려는 유아병적 사고'라고 혹평하고,["한국의 자생풍수 1" - p480] 윤구병 교수는 '또 이성적인 합의가 불가능한 직관의 영역에서 도인이 하나 나타나면 그 그늘에서 독버섯이 돋는다. 말길이 끊기는 곳에서는 입을 다무는 것이 상책이다.'["한국의 자생풍수 1" - p478] 라고 최창조를 향해 이제는 풍수에 대해 말도 꺼내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최창조는 그들이 땅을 어머니로 볼 수 있는 고도의 훈련을 받지 못해서 그렇다며 안위한다.

  국가의 수도를 결정하고 마을의 입지를 선정하고, 산소 자리를 고른, 바로 그 의사결정자가 무슨 사고원리에 의하여, 어떤 의도로, 어떠한 상황에서 결정하였는지를 알아야만 한다. 여기서는 막연한 추리력보다는 고도의 지성적 분석력과 판단력의 훈련이 요구된다.["좋은 땅이란 어디를 말함인가" - p46]

  막연한 추리력이 아닌 고도의 지성적 분석력과 판단력은 과연 무엇이고, 또 그의 풍수론엔 과연 그와 같은 고도의 지성적 분별력이 있는가? 또한 스스로는 제시하지도 못한 채 훈련이 요구된다고만 말하니, 그럼 누구를 찾아 배울 수 있으며 또 어떤 책을 보아야 알 수 있는가? 책 뒤 편에 명당의 모형을 산, 물, 좌향을 들어 설명했으나 자신의 판단 기준조차 무슨 사고 원리로 결정했는지를 제시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을 하겠는가?

  독자들은 이 책의 결론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창조는 막연히, 풍수는 물 좋고 산세가 뛰어난 땅에 온화한 방위를 가려서 살아보자는 우리들 원형의 자연관내지 지리관이라고 근사하게 규정지었으나 좌향론만은 모르겠다고 술회한다.

  「좌향론」을 보면 나 같은 사람은 평생 그것만 공부해도 이해할 수 있을지 하는 두려움이 앞설 정도로 어렵다. 당대의 고수들이 제 아비나 제 자신의 터조차 제대로 못 잡는 판이니 그리 서러워할 일도 아닌지 모르겠다. 일이 이쯤 되면 도대체 누구를 믿고 터잡기를 할 수 있을까?["좋은 땅이란 어디를 말함인가" - p495]

  즉, 최창조의 풍수 실력은 만물을 잉태하고 양육시켜 결실을 맺게 해주는 생기는 느낄 수 있는 인격이지만 좌향론만은 몰라 혈을 못 잡는 수준인 듯하다. 책의 결론은 당초 목적대로 풍수의 본질에는 접근하지 못한 채 그저 몇 가지 최창조의 풍수적 견해만 나열 내지 인식하는 수준에서 끝마쳤다. 도선을 자생 풍수의 원형으로 끌어들인 점과, 좋은 땅이란 인륜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이 사는 터전이고, 풍수에 맞는 생기가 응집된 터를 잡으려는 욕심은 이기적인 잡술에 불과하다는 정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