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통 상례는 환자의 죽음을 인지(확인)하는 때부터 시작된다. 환자가 곧 죽음이 예견되면, 즉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임종할 차비를 하고 안방 아랫목(혹은 평상시에 거처하던 방을 깨끗이 치워)으로 환자를 옮겨서 환자의 머리를 동쪽으로 하여 북쪽 문 옆에 눕히고 요나 이불을 새것으로 바꾸고 새옷(혹은 평소에 입던 옷 중에서 흰 옷이나 엷은 색)으로 갈아입힌다.

  <예서>에서는 이를 '천거정침'이라 하는데, 정침이란 시신을 모실 아늑한 방과 자리를 말하는 것으로 남자는 사랑방에, 여자는 안방에 옮겨 임종하도록 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것은 중국의 예에 기초한 것인데 우리는 남녀 구별하지 않고 안방 아랫목에 모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람 안 죽은 아랫목 없다"는 옛말은 죽음의 일상성을 뜻하는 동시에 '천거정침' 의례의 모습을 반영해 주기까지 한다.

  임종이 가까워지면 임종자가 기거하는 방의 물건을 옮기는 풍습이 있었다. 이는 사람이 죽으면 그 방에 있었던 물건을 가지고 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그 방에 있었던 것이라면 장농까지도 장례 때 가지고 나가 묘소 가까운 곳에서 태우기도 했다.
이미 '천거정침' 단계에 이르면 객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과 가까운 가족들에게 사정을 알려서 급히 모이게 한다. 그리고 집안을 모두 깨끗이 청소한 다음 자식들은 환자의 손발을 잡고 말을 삼가고 조용히 앉아서 숨이 넘어가는 것을 지켜보는데 이를 '임종' 또는 '종신', '운명'이라 한다.

  임종 때에는 가족들이 방을 비우지 않고 환자가 유언을 하게 되면 주의깊게 듣고 받아 적었다가 그 뜻을 받들도록 한다. 이때 환자가 저승길을 갈 때 노자로 쓰라는 뜻에서 돈을 머리맡에 놓아 두는 관행도 있다. 이때 누구나 슬프겠지만 곡이나 울음을 자제하여 임종시 돌아가시는 분이 가능한 평온한 마음을 해줘야 한다. 평온히 잠자듯이 운명하는 것을 다섯가지 복 중의 마지막 복인 '고종명(천수를 다했다는 의미)'이라 한 데서도 알 수 있듯 임종하는 이에게 평온함을 주는 것은 최상의 예일 것이다.

  옛날의 예법에는 남자는 여자가 지키고 있는 데서 숨이 끊어지지 않게 하고, 이와 반대로 여자는 남자가 지키고 있는 데서 숨이 끊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사상기>에 기록되어 있다. 이는 남녀간의 생리적 차이에서 오는 임종시 민망한 일을 피하기 위해 배려한 것이라 하겠다. 임종 때에는 손만 잡고 있어서는 안 된다. 임종은 주의깊게 지켜보지 않으면 확인하기 어려우니 정확하게 임종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임종이 임박한 듯이 보이면 환자의 코와 입 사이 곧 인중에 새 솜을 놓아서 그 움직임 여부를 통해 죽음을 확인한다. 솜으로 죽음을 확인하는 일을 '속굉'이라 한다.
  이윽고 속굉으로 죽음이 확인되면 가족들은 흰 옷으로 갈아 입고 몸에 지녔던 비녀와 반지 등을 빼 놓은 뒤에 머리를 풀고 가슴을 치며 통곡을 한다. 가슴을 치며 통곡하는 일을 '애곡벽용'이라 하는데, 애통하게 곡을 하고 가슴을 치며 발을 구른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