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끊어지면 자녀들이 곡을 하는 동안 다른 가족들은 시신이 굳기 전에 정성을 다하여 몸을 바로 잡는 '수시'(또는 천시)를 행한다. 수시는 임종 때와 같이 남자는 남자가 하고, 여자는 여자가 하는 것이 전해오는 풍습이다. 죽은 사람은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할 수 없기 때문에 혹시 민망스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더구나 몸을 이성에게 보인다는 것은 비록 사자의 몸이지만 부끄러운 일이었기에 금기시되었다. 그러나 자손의 경우는 예외로 친다.

  우선 손으로 영혼이 떠난 망자의 얼굴을 내리쓰다듬어서 눈을 감기고 정갈한 햇솜으로 입과 코, 귀 등을 막아 둔다. 눈을 감기고, 턱을 받쳐 입을 다물게 한 뒤 머리를 높이 괸다. 시신이 굳어지기 전에 손발을 고루 주물러서 펴고, 자세를 바르게 하여 백지로 얼굴을 덮는다. 남자는 왼손을 위에, 여자는 오른손을 위로 하여 두손을 배 위에 올려 놓는다.

  시신이 굳기 전에 백지 또는 베로 자세가 어그러지지 않게 묶는다. 짚 뭉치나 굄목을 백지에 싸서 양쪽에 괴고 그 위에(요즘은 시상 위에) 칠성판을 올려 놓고 주검을 그 위에 눕히는데 머리는 방의 윗목이나 남쪽을 향하게 한다. 그 다음에는 옷을 접어서 괴고 어깨와 손, 정강이, 무릎을 차례로 묶는다. 한지나 베헝겊으로 양손을 묶은 다음 이를 허리에 동여매고 두 엄지발가락 역시 묶어 둔다.
  수시의 절차는 아주 정성껏 해야 한다. 만일 소홀히 하면 수족이 오그라들어 펴지지 않으므로 염습할 때 큰 걱정이 생기게 되어 난감해질 수도 있다. 수시가 끝나면 곡을 하는 집도 있으나, 고복이 끝난 뒤에 곡을 하는 것이 좋다.

  * 한이 남으면 눈을 뜬다?
  간혹 눈을 뜨고 숨을 거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모습을 '사불명목'이라 한다. 이는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다는 뜻으로 원한에 사무쳐 죽지 못하겠다는 말로 풀이된다. 옛사람은 고종명, 즉 천명을 마치는 것을 이루는 것이 오복중 하나라고 여겼다. 만일 자신이 명을 다하면 결국 저승의 세계로 들어가지 못하고 이승을 귀신이 떠돈다고 생각했다. 이런 이유로 시신의 눈을 제일 먼저 확인하고 눈을 감지 못했으면 즉시 감겨드렸다.
그러나 고인이 임종 직후 눈을 감지 못하거나 순간적으로 눈을 뜨게 되는 것은 원한 때문이라기보다는 생리적인 영향이 크다. 즉 안검 주위의 근육이 짧거나 신체의 반사적인 작용으로 근육이 긴장되어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놀라지 말고 침착하게 눈꺼풀을 가볍게 쓸어내리듯 감겨 드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