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묘지는 주택에서 거리가 떨어진 곳에 마련했다. 죽은 자는 산 사람이 싫어하기 때문에 거주지에서 떨어진 곳에 두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지만 부모에 대한 효심에서 묘 앞에 여막을 짓고 살았다.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무덤의 서쪽에 움막을 짓고 3년 동안 조석으로 예를 올리는 것을 시묘(侍墓)살이라 한다. 이유는 묘를 짐승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것과 아이가 태어나서 밥을 먹기까지의 시간을 감안한 것이라 한다. 시신의 살이 완전히 흙으로 돌아가려면 3년의 기간이 필요하고, 살이 없어지면 짐승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 아기가 자라는 동안에는 보살핌이 필요하니, 부모가 돌아가시면 그 기간만큼을 보답해야 한다는 반포지효(反哺之孝)의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시묘 제도가 시작된 것은 고려말의 정몽주에 의해서이다. 당시는 불교의 영향으로 상제(喪制)가 문란했으나 효심이 지극하던 정몽주는 가례(家禮)에 따라 시묘살이를 하였다. 조정이 효자문을 내리자, 백성들도 사당을 세우고 신주를 만들어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생겨 조선 시대를 거쳐 일반화되었다.

  둘째 묘지는 경제적 상황(먹고 삼)이 필요하지 않음으로 풍수적으로 길지라면 산간이나 계곡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럼으로 풍수 사상과 맞물려 생기가 좋은 길지가 우선시 되어, 깊은 산 속이나 높은 산등성임에도 불구하고 묘지를 섰다. 하지만 묘지의 선정에는 신분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인다. 왕가라면 전국 어디라도 제한없이 묘지를 정할 수 있었다.
  풍수사 시험을 쳐서 선발한 지관(地官)을 시켜 전국에 산재한 명당을 찾게 한 다음 멀리 떨어진 곳에는 왕가 자식의 태를 묻는 태봉(胎封)으로 삼고, 80리 이내의 것은 왕릉으로 삼았다. 사대부라면 나라에서 받은 넓은 땅이 있어, 풍수적으로 길한 야트막한 구릉을 택해 가족·문중의 묘지로 삼았다. 하지만 평민과 천민들은 자기 소유의 땅이 없거나 적어, 깊은 산속이나 풍수상 길지가 아닌 곳을 택한 것이 일반적이다.

<사진:태조대왕 태실(충남 유형문화재 131호. 추부면 마전리 산1-86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