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대학자들이 몸을 의탁한 땅

    율곡 이이 선생

    [화석정]
    화석정은 파평면 율곡리의 임진강 가에 있는데, 율곡리는 원래 밤나무가 많아 '밤나무골'이라 불렀고, 율곡도 아버지의 고향인 이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자란 관계로 호를 '율곡(栗谷)'으로하였다. 예전에 북쪽으로 가려면 임진나루를 건너야 했는데, 율곡리는 임진나루와 가까운 마을이다.

    임진나루는 남북 교통의 요충지로서 인마(人馬)와 문물이 이곳을 통과하였으나, 지금은 철조망이 가로 막아 분단의 상징인 이별의 강이 되어 실향민의 향수와 비원만을 간직한 강이 되었다.「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임진나루 남쪽 언덕에 도솔원이 있었는데, 고려 공민왕 10년에 홍건적의 침입이 있자 왕과 공주가 송도를 버리고 남쪽으로 가면서 강을 건너 도솔원에 머물게 되었다.

    왕이 강 언덕에 대가(大駕)를 멈춘 뒤에 산하를 돌아보고 원송수(元松壽)와 이색(李穡)에게 이르기를, "이와 같은 풍경은 경들이 시를 짓기에 꼭 알맞다." 라고 하였다 하니, 이곳의 경치가 매우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화석정(花石亭)'은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61호로 정면 3간, 측면 2간의 팔작지붕의 건물로써 편액 '花石亭'은 지금은 고인이 된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의 작품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이숙함(李叔緘)이 지은 기문(記文)이 있는데, '화석정(花石亭)'이란 정자 이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나는 중국 하북성(河北省) 찬황현(贊皇縣)에 있는 당(唐)나라의 이덕유(李德裕)라는 분의 별장(別莊)인 평천장(平泉莊)이란 기문(記文) 중에서 '花石'이란 것을 따서 이름지었다. 그 기문을 보면, '평천장을 남에게 파는 자는 나의 자손이 아니며, 꽃(花) 하나 돌(石) 한 개라도 남에게 주는 자는 아름다운 자제(子弟)가 아니다' 하였는 바, 그 훈계한 것이 지극하다. 강평공의 별장과 정자에도 팔지 말라는 훈계가 있었는지는 모르나, 자손이 오랫동안 퇴폐한 옛 터에다 정자를 지었고, 또한 옛 떨기에서 꽃이 피고 옛 자리에 돌이 앉은 것을 주인이 보면, 선조가 복돋고 애완(愛玩)하던 일을 생각하여 팔지 않을 것이 분명함에 화석정이라 명명한다." 하였다.

    원래 이 곳은 고려 말의 학자 야은(冶隱) 길재(吉再)의 유지(遺趾)로 세종 25년(1443) 율곡의 5대인 이명신(李明晨)이 건립하고 이숙함(李叔緘)이 화석정이라 명명하였다. 뒤에 이숙함의 증손인 율곡이 중수하고 벼슬에서 물러 난 뒤 이 곳에서 여생을 보내며 시를 짓고, 학문을 논하였다. 전하는 이야기로, 율곡은 왜란이 일어나면 선조 임금이 밤에 임진강을 건너게 될 것을 미리 예견하고 이 곳에 머물면서 하인을 시켜 정자의 기둥에 매일 기름칠을 하도록 하였는데, 과연 몇 년 뒤 임진왜란이 일어나 선조 임금이 의주로 몽진할 때 날이 어두워 뱃길이 보이지 않자, 이항복이 정자에 불을 질러 그 불빛으로 무사히 강을 건너게 되었다 한다. 왜란 후 중건하였으나, 6.25전란에 다시 불에 탄 것을 1966년 유림(儒林)들이 다시 복원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화석정은 천애의 절벽 위에 임진강을 배경으로 아담하게 서 있는데, 정자 안쪽 정면에는 그 유명한 '백세시(百歲詩)'가 걸려 있다. 이 시는 율곡이 8세 때(1543년) 지은 시로, 훗날 성혼(成渾)의 손자인 성목(成穆)이 92세에 썼다 하여 두 사람의 나이를 합하여 백세시라 한다.

    숲 속 정자엔 가을이 이미 깊어 (林亭秋已晩)
    시인의 회포를 다할 길 없구나 (騷客意無窮)
    강물은 멀리 하늘과 잇닿아 푸르고 (遠水連天碧)
    서리 맞은 단풍은 해를 향해 붉어 있네 (霜楓向日紅)
    산은 외로운 둥근 달을 토해 내고 (山吐孤輪月)
    강은 만리의 바람을 머금었구나 (江含萬里風)
    변방의 기러기는 어디로 날아 가는가 (塞鴻何處去)
    처량한 울음 소리 구름 속에 끊기었소 (聲斷暮雲中)

    이 오언율시(五言律詩)의 화석정시는 격조가 뛰어나 시와 음률에 능한 사람도 따를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시재(詩才)를 방증하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특히 저녘 때 해가 지고 둥근달이 떠오르는 형상을 산이 달을 토해 낸다고 표현한 산토고륜월(山吐孤輪月)이란 싯귀는 중국의 이태백(李太白)을 오히려 능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싯귀에 나타난 고(孤)와 단(斷)자는 시인이라면 삼가는 글자로, 선생의 단명(短命)을 예언한 것이 아닌가 한다. 왕발(王勃)의 등왕각서(?王閣序)에서 '성단형양지포(聲斷衡陽之浦)'라 읊어 29세에 요절할 것을 예측하듯이, 율곡의 '성단모운중(聲斷暮雲中)'이란 싯귀도 49세에 세상을 떠난 율곡의 짧은 생을 담은 것 같아 애처롭기 그지없다.

    [자운서원]
    서원의 입구에는 '자운문(紫雲門)'이 있는데, 정면 3간의 아담하고 아름다운 문이다. 그 앞쪽에는 수 백년은 됨직한 느티나무가 두 그루 서 있는데, 그 울창함과 짙은 그늘은 율곡의 학문의 넓이 만큼 넓고 그윽하다. 나무의 그루터기에 구멍이 뚤리고 휘어져 감기고 늘어진 모양이 사뭇 고풍스럽다. 문 왼쪽에는 묘정비(廟庭碑,경기도 지방문화재 제45호)가 있는데, 이것은 숙종 9년(1683년) 율곡의 휼륭한 덕행을 추모하기 위하여 세운 것으로, 당시의 명필인 김수증(金壽增)의 글씨이다. 자운문을 들어서면 '紫雲書院'이라고 쓴 편액이 걸려 있는데, 글씨는 운정(雲庭) 김종필(金鍾泌)의 글씨이다.

    이 서원은 지방의 유림이 율곡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하여 1615년(광해군 7)에 세워 위패를 모셨다가, 뒤에 김장생(金長生)과 박세채(朴世采)의 위패를 추가로 봉향하여 선현 봉향과 지방 교육의 일익을 담당하여 왔다. 1868년(고종 5)에 대원군이 서원 철폐령을 내리자 위패는 무덤 앞에 묻고 서원 터에 단을 설치하고 향사를 지내 왔다.

    그 후 1969년 지방 유림의 기금과 국고 보조로 복원하였고, 1975년과 1976년에 보수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는데, 이 건물은 팔작지붕에 6간의 사우(祠宇)와 신문(神門)·동서 협문 등이 있으며, 율곡의 위패를 주벽(主壁)으로 하여 좌우에 김장생과 박세채의 위패를 봉안하였고, 이 서원은 매년 8월 중정(中丁:두번째 丁日)에 향사를 지내고 있다 한다. 서원 경내에서 나오면 오른쪽 묘정비 위쪽에 약수가 있는데, 이 약수는 키 큰 늙은 향나무를 앞에 두고 맑은 물이 솟아 나오는데, 그 물 맛은 그지없이 시원하다.

    [율곡 이이]
    이이(李珥, 1536∼1584)는 조선 유학에 있어 퇴계(退溪)와 쌍벽을 이루며 성리학을 이끌었던 대학자로서, 본관은 덕수(德水:현재 경기도 개풍군)이고, 호는 율곡(栗谷)·석담(石潭)·우재(愚齋)이다. 36세의 부친 원수(元秀)와 33세의 모친 신사임당(申師任堂) 사이에서 외가인 강릉 오죽헌에서 태어났다. 율곡은 13세(1548)에 진사 초시에 합격하고, 29세(1564)가 되던 7월에 생원·진사에 오르고, 그해 8월에 명경과에 급제하여 호조 좌랑에 임명되었다. 그 후 율곡은 역사상 최초로 구도장원(九度壯元:아홉 번 일등으로 과거에 합격함)을 하면서 30세에 예조 좌랑, 31세에 사간원의 정언(正言)에 임명되어 어지러운 관계(官界)의 행습을 바로잡는 데 힘썼다.

    또한 33세에 사헌부 지평(持平), 다음해에는 홍문관 교리(校理)에 임명되어저 유명한 '동호문답(東湖問答)'을 지어 올렸다. 그러나 율곡은 천부적으로 약질이어서 건강을 회복하고자 관직을 사퇴하고 황해도 해주에서 은둔 생활을 하였다.

    이때 율곡은 그곳의 경치를 읊은 '고산구곡가(高山九谷歌)' 등 많은 시를 지었고, 병이 나아지자 36세에 청주목사에 임명되었다. 청주목사로 재임시에 백성의 교화를 위하여 향약(鄕約)을 만들어 백성들에게 실천하게 하였으나, 다음해 또 다시 병으로 관직을 사퇴하고 이 곳 파주 율곡리에 머물렀다.

    이처럼 병으로 인하여 관직 임명과 사퇴를 반복하며 사헌부 대사헌, 호조 판서, 이조 판서, 형조 판서를 역임하였고, 당쟁을 조장한다는 동인(東人)들의 탄핵을 받고 사직하였다가, 말년에는 이조 판서를 지냈다. 49세가 되던 1월, 인사동 자택에서 별세하여 이 곳 자운산 기슭에 묻히었다. 그후 40년이 지난 인조(仁祖) 2년(1624) 문성(文成)이라는 시호를 내렸다.

    태몽으로 용을 보아 아명(兒名)을 현룡(見龍)이라 하였다. 모친이 꿈을 꾸었는데, 한 마귀가 나타나 '이 아이는 큰 인물이 될 것이니 죽여 버리겠다'고 하였다. 다만 오죽헌 뒷산에는 밤나무가 많은데 그 나무의 수가 천 그루가 되면 하늘의 뜻이니 살려 주겠다고 하였다. 이에 모친과 마귀는 뒷산에 올라 밤나무를 세었는데 999그루였다.

    마귀는 회심의 미소를 띄며 뱃속의 아이를 떼려고 하자 밤나무 옆에 있던 한 나무가 '나도 밤나무다' 라고 외쳐 마귀가 도망갔다고 하며, 현재 이 나무를 세상에서는 '너도 밤나무'라 부른다. 율곡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583년(48세)에 병조 판서로 있으면서 국방을 튼튼히 하기 위하여 10만 명의 군사를 양성할 것을 주장하였고, 또한 율곡리에서 은거할 때에는 화석정의 기둥에 매일 기름칠을 하여 훗날에 대비하였다 하니, 그 선견지명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이와 부인 노씨의 묘]
    묘는 나무로 담장을 친 묘역의 맨 윗쪽에 모셔져 있고, 부인 노씨(盧氏)의 묘는 쌍분도 합장도 아닌 형태로 부군(夫君) 보다 조금 윗쪽에 연이어 자리 잡았다. 자식이 벼슬이 높으면 아버지보다 윗쪽에 묘를 쓰는 것은 크게 이상할 것은 없지만 자식과 부모 간의 차례가 없고, 또한 율곡의 묘는 합장도 쌍분도 아닌 희귀한 형태이다.

    율곡은 22세(1557년 9월) 때 성주목사(星州牧使)인 노경린(盧慶麟)의 따님과 결혼을 하였는데, 딸만 둘 두었고 아들은 두지 못하였다. 39세에 서자(庶子), 경림(景臨)을 두었다. 부인 노씨의 묘가 합장도 쌍분도 아닌 연이은 형태로 되어 있는 이유에 대하여, 「경기읍지」 중 파주군 조의 열녀편(烈女編)에는, '임진왜란 때 부인 노씨는 남편인 율곡의 묘를 껴안고 있다가 왜적에게 살해당하였다. 이에 정려문을 세운다' 라고 쓰여 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8년 전에 선생이 49세로 돌아가시자 이 곳에 묘를 정하였는데, 그 후 난이 일어나자 부인은 이 곳에서 한 여종과 함께 묘를 지키고 있었다. 이 때에 왜놈들이 겁탈하려 하자 이에 두 여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훗날 난리가 끝나고 후손들이 이 곳을 둘러 보니 율곡의 묘 옆에 두 여자의 유골이 흩어져 있었는데, 세월이 오래 지나 부인과 여종을 구분할 수 없었다 한다. 이에 두 유골을 모아 합장도 쌍분도 아닌 형태로 연이어서 묘를 썼다 한다. 기구한 사연이 아닐 수 없다.

    [신사임당과 묘]
    신사임당(申師任堂, 1504∼1551)은 평산 신씨(平山申氏)로, 진사 신명화(申命和)의 딸이며, 호는 사임당(思任堂· 師任堂)이다. 19세에 이원수(李元秀)에게 출가하여 4남 3녀를 두었는데, 율곡은 1536년 강릉 북평촌(北平村) 오죽헌(烏竹軒)에서 낳았고, 율곡의 나이 16세 때에 세상을 떠나니 향년 48세였다. 남편은 율곡의 나이 26세에 세상을 떠났으니 춘추가 61세였다. 어려서 부터 경전(經典)과 시문에 능통하고, 특히 글씨와 묵화(墨畵)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천성이 온화하고 지조가 정절하여 현모양처의 귀감이 되니, 효심 또한 지극하였다. 구비구비 대관령을 넘어 한양에 올 때, 고향에 계신 친정 어머니를 생각하고 눈물을 흘렸다.

    늙은 어머니는 임영에 계신데 (慈親鶴髮在臨瀛)
    이 몸은 홀로 한양으로 가네 (身向長安獨去情)
    머리 돌려 오죽헌을 바라보니 (回首北平時一望)
    흰 구름 아래에 저녘 이 푸르네 (白雲飛下暮山靑)

    또한 한양에 머물며 천리 길 부모님을 생각할 때, 한송정의 달빛도 그립고, 바다에 떠 다니는 고깃배들도 보고 싶었다.

    천리 먼 고향 집은 첩첩이 산으로 가려져 (千里家山萬疊峯)
    꿈 속에서나 거닐어 보네 (歸心長在夢魂中)
    한송정 가에는 둥근 달도 떴겠고 (寒松亭畔孤輪月)
    경포대 앞에는 바람도 불겠지 (鏡浦臺前一陳風)
    모래 위에는 갈매기가 모였다 흩어지고 (沙上白鷗恒聚散)
    바다에는 고깃배가 오가겠지 (波頭漁艇每西東)
    어느 때 다시 임영 땅 밟아보아 (何時重踏臨瀛路)
    어머니 무릎에서 바느질 하나 (綵舞班衣膝下縫)

    두 분을 합장한 묘는 아래쪽에 있는데, 예전에 세운 비석은 묘 앞 상석 뒤에 있고, 근래에 다시 오석으로 큼직하게 세웠다.

    [역장에 대하여]
    ● 이이의 묘역은 來龍의 맨 위쪽은 李珥 선생와 부인 盧氏의 묘, 그 아래는 이이의 맏형인 이전과 곽씨의 합장묘, 그 아래는 부모인 이원수와 신사임당의 합장묘, 맨 아래는 이이의 맏아들인 이경임의 묘가 위치하여 逆葬이다.

    ● 金長生은 성리학자로 禮學의 巨頭라 불리며, 대사헌을 지낸 金繼輝의 아들이다. 일찍이 宋翼弼의 門下에서 禮學을 공부하더니, 나이 30에 뛰어난 學行으로 昌陵參奉에 임명되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호조 정랑으로 명나라 군대의 식량 조달에 힘썼으며, 그 후로 남양부사 안성군수를 거쳐 종친부의 典簿가 되었다. 그러나 癸丑獄事에 연루되어 고초를 격고, 執義와 공조 참의를 지내다가 落鄕하였다. 말년에 형조 참판에 제수되었으나 사퇴하고는 오직 교육에만 전념하다 세상을 떠났다.

    예학에 밝아 당시 禮에 대해 의문이 있으면 모두 그에게 와 질문하고, 이러한 학문은 金集에게로 이어져 禮學派의 주류를 이루었다. 또 門下에 宋時烈 宋浚吉 등 유학자가 배출되어 西人을 중심으로 한 畿湖學派를 형성하였다. 諡號는 文元이다. 來龍의 맨 위쪽은 金長生(1548∼1631)과 부인 曺氏의 합장묘, 그 아래는 광산 김씨의 중흥을 이룬 양천허씨의 묘(1377∼1455)가 있고, 왼쪽 맨 위쪽에 金謙光(1419∼1490)의 묘, 그 아래에 김겸광의 부모인 金鐵山과 부인 묘, 그 이래에 김장생의 삼촌인 金公輝의 묘, 맨 아래에 金善生의 묘가 위치하여 逆葬이다.

    ● 李廷龜는 延城府院君인 李石亨의 玄孫으로 조선 중기의 4대 文章家로 일컬어진다. 1590년 增廣文科에 급제하여 承文院에 등용되고, 經書를 강의하여 學者로서 존경을 받았다. 광해군 때에 兵曹와 禮曹의 判書를 역임하고, 여러 차례에 걸쳐 明나라의 사신으로 파견되었다. 李适의 亂과 丁卯胡亂 때 임금을 호종하고, 1628년 右議政에 오르고 이어서 左議政을 지냈다. 한문학의 大家로 글씨가 특히 뛰어났다. 諡號는 文忠이다. 來龍의 맨 위쪽은 李廷龜의 長子며 인조 때에 이조판서·대제학을 지낸 李明漢의 묘이고, 그 아래는 李廷龜의 長孫이며 효종 때에 예조판서·대제학을 지낸 李一相의 묘이고, 그 이래가 李廷龜와 부인 權氏의 합장묘이다. 맨 아래의 묘는 후손의 것으로 逆葬으로 모셔져 있다.

    ● 成渾은 成守琛의 아들로 태어나 학문의 깊이는 물론 後學을 육성함으로써 조선 성리학 발전에 공헌하여 坡山學派를 이룩하였다. 생원·진사에는 합격했으나 벼슬에는 뜻을 두지 않았다. 34세에 典牲署 參奉에 임명되고, 이듬 해에 掌苑·縣監 등에 제수됐으나 모두 사양하고 趙憲 등 사방에서 모여든 학도들의 교육에만 힘썼다. 또 39세에는 李珥의 천거로 과거 출신이 아니고서는 벼슬살이를 할 수 없는 사헌부 持平에 제수됐으나 사임하였다. 사후에 左議政에 추증되고, 諡號는 文簡이다. 來龍의 맨 위쪽은 成渾과 부인의 합장묘이고, 아래는 부모인 成守琛과 부인 尹氏의 쌍분이다. 부친은 현감을 지냈으며 호는 聽松으로 逆葬으로 모셔져 있다.

    [율곡 일가의 예술-기념관]
    이곳은 율곡을 비롯하여 신사임당, 여동생이며 화가인 매창(梅窓)의 유품(遺品)들이 잘 진열되어 있다. 율곡의 유품 중에 긴 두루마리가 있는데, 이는 율곡이 생전에 자녀들에게 재산을 분배하던 분재기(分財記)로, 이를 보면 그 당시 율곡 가문의 재산 목록을 자세히 알 수 있다.

    또한 매창의 그림 중 '달과 매화'는 둥근 보름달을 배경으로 한 고목에 핀 매화(梅花)를 그린 것으로, 기품이 곧고도 뚜렷하여 청아하고 고절한 멋을 전해 준다. 신사임당의 그림은리 생활 주변에서 소재를 구하여 여자만이 가질 수 있는 정감과 섬세함이 잘 나타나 있는데, 안견(安堅)의 화풍을 받은 것으로 수준이 대단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신사임당의 글씨에는 초서체로 쓴 6폭 병풍이 있는데, 글씨체가 어찌나 단아하고 고운지 문외한이 보아도 금방 여성의 글씨임을 알 수 있고, 그 내용 또한 현모양처만이 가질 수 있는 정서를 자아내고 있다.

[사진 : 화석정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