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희의 풍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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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와 속담

[숲이 희망이다 26]나무와 속담



속담은 예로부터 민간에 이어져 내려오는 격언으로, 사리에 들어맞는 사상이나 결론들을 표현하는 짤막하고 교훈적인 말이다. 이것은 일상 대화에 섞어 쓰거나 글에 표현함으로써 상대방이나, 일반인 그리고 사회를 가르치고 일깨우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 물론 때때로 우스개와 풍자에 인용함으로써 신랄한 비판에도 쓰이고 있다.


이렇듯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울리며, 매운 맛을 보이기도 하는 속담을 구성하는 조어(造語)에는 여러 가지 낱말이 쓰이고 있는데 나무와 숲과 관련된 속담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발간되어 있는 가장 방대한 속담사전에는 2만5천5백57개의 속담이 소개되어 있다. 이 글은 나무와 숲의 낱말이 속담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을 찾아내어 그들 낱말의 쓰임새가 어떠한가를 음미해 본 것이다. 우선 대표적인 속담들을 찾아 뜻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1. 나무는 보고 숲은 못 본다.


하나씩은 보면서도 전체는 못 보듯 소견이 좁다는 뜻이다.


2. 나무를 아껴 때면 산신령이 복을 준다.


물자를 아껴 쓰는 사람은 복을 받는다는 의미이다.


3. 뿌리 깊은 나무는 가뭄을 타지 않는다.


수분이 흡족한 나무가 잘 자라듯 돈이 많은 사람은 잘 산다는 뜻이다.


4. 섬에 나무가 많으면 고기도 많다.


나무가 많은 섬에는 고기가 서식하기 좋아서 많이 모인다. 그래서 해안가 마을에는 고기를 모이게 하는 숲을 조성하였는데 이러한 숲을 어부림이라고 한다.


5.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하였다.


대추나무에는 가시가 많아서 연이 잘 걸리듯 빚을 많이 진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다.


6. 소나무 새순이 길게 자라면 풍년 든다.


봄비가 많이 오면 소나무가 잘 자란다는 뜻으로 풍년을 은근히 기대하는 뜻이 담겨 있다.


7. 한 나무 그늘에서 쉬는 것도 인연이다.


하찮은 연줄로 맺어진 인연으로 친하게 되었다는 뜻으로 쓰인다.


8. 성미가 꼿꼿하기는 대나무다.


성미가 곧고 정직한 사람을 직선으로 자라는 대나무의 특성에 비유하는 말이다.


9. 소나무가 말라 죽으면 잣나무가 슬퍼한다.


어떤 사람에게 불행한 일이 생기면 그와 가까운 사람이 함께 동정하며 서러워 한다는 것을 비겨 이르는 말이다.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표현과 같다.


10. 소나무는 홀로 그 절개를 지킨다.


항상 푸른 소나무처럼 남들은 변절해도 지조를 지킨다는 뜻이다.


11. 숲이 커야 짐승이 나온다.


산이 크고 숲이 우거져야 그 속에 짐승이 나타나게 된다는 뜻으로, 무엇이든 그 크기가 크면 그 속에 그만한 내용이 들어있게 된다는 것을 비겨 이르는 말이다. 체격이 크고 우람한 사람이라야만 마음도 그만큼 쓴다는 것을 비겨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산이 깊어야 범이 있다’는 속담과 같다.


12. 숲에서는 꿩을 길들이지 못하며 못에서는 게를 기르지 못한다.


통제에서 벗어날 길이 많은 환경과 조건에 있는 사람은 단속하고 통제하거나 교화하고 가르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비겨 이르는 말이다.


13. 숲 속의 호박은 잘 자란다.


남의 눈에 보이지 않는 숲 속에서 혼자 자라는 호박이 어쩌다 보니 잘 자라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뜻이다. 한창 자라는 시기의 사람이나 동식물도 늘 볼 때에는 자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나 어쩌다 한 번 보게 되면 몰라보리만큼 쑥쑥 자란 것같이 보임을 비겨 이르는 말이다.


14. 숲이 깊어야 도깨비가 나온다.


제게 덕망이 있어야 사람들이 따르게 된다는 뜻이다.




속담에 쓰인 나무와 숲이 주는 의미는 대개 네 가지 부류로 나누어 파악할 수 있다.


첫째, 식물로서 나무가 지닌 생태·생육적 특성이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 의미로 표현되고 있다. 소나무가 사철 푸르러 절개와 지조를 가진 나무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둘째, 나무의 쓰임새와 운명에 대해 표현하고 있는데, 이것은 다시 세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즉, 고귀한 것으로, 때로는 천하고 미천한 것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 특성으로 인해 귀한 것으로, 그리고 천한 것으로만 표현된 것이 그것들이다.


셋째, 나무가 가진 비인격적 특성 때문에 목석(木石) 등 정이 없고 비인간적인 것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넷째, 위의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단지 속담을 만들기 위해 인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경우이다.


속담을 들음으로써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고, 또 전체의 내용이 이해하기 곤란한 경우에도 한 구절의 속담을 인용함으로써 전체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속담은 말과 문장을 부드럽고 재미있게 꾸미며, 이해력을 돕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음식의 조미료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속담 자체로도 민속 문화를 구성하고 있지만, 언어 문화에 기여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


나무와 숲이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자원인 것처럼 속담도 우리의 언어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문화 요소이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속담에 나무와 숲이 다양한 의미로 조합되어 언어생활을 조탁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송재선/ 속담연구가〉 [경향신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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