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희의 풍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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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천군 백사면 내하숲

[마을숲 이야기 64] 이천군 백사면 내하숲


마을 곳간 숨기고 농사 돕고



도차기 축제로 유명한 경기 이천시 백사면 송말리에는 내하숲이라는 아름다운 마을숲이 있다. 백사면 사무소에서 차량으로 10분 정도 좁은 마을 길을 따라 들어가면 커다란 느티나무 군락과 조그만 저수지로 이루어진 내하숲을 만날 수 있다.

원적산 아래 아담하게 자리한 35가구의 풍천 임씨 집성촌은 배산임수의 전형적인 농촌이다. 마을 뒷편의 산줄기가 마을을 둘러싸고 마을 앞으로 좁아지는 부근에 숲을 조성하여 마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게 했다.

1520년에 강원도 감찰사를 지낸 임내신 선생께서 낙향하여 거주하게 된 송말2리 마을 앞은 중부권역에서는 드물게 너른 논밭으로 이루어졌다.

마을 어른들의 말에 따르면 “내하 마을의 임씨들은 부근에서 부유한 반촌(泮村)으로서 마을 안에는 이를 상징하는 큰 곳간이 있는데, 내하숲은 이 곳간을 외부시선으로부터 차단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후세에 마을 오른쪽으로 흐르는 개울물을 끌어들여 숲 앞에 연못을 만들어 물 흐름을 바꿔 놓은 것도 마을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 못 때문에 송말2리를 ‘못마을’ 혹은 ‘영당지’로 부르고 있다.

1520년경에 심어진 느티나무들은 거의 500살이나 되는 대형목으로 가슴높이 지름은 1㎙가 넘는다. 특히 입구 쪽 느티나무는 가슴높이 지름이 1.8㎙나 되는 초대형목인데, 동쪽 방향의 굵은 가지가 고사해 어른 3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

심겨진 느티나무 외에 가시가 무섭게 생겨 흔히 엄나무라고 부르는 음나무와 목기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고 물을 푸르게 한다고 해 붙여진 물푸레나무, 이 나무에서 열리는 도토리로 묵을 만들어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렸다는 상수리나무도 중간 중간에 자리하고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숲의 위아래가 논이어서 다소 습한 토양이라 그런지 오리나무도 몇 그루 유입되어 자라고 있다.

숲 안쪽은 많은 사람들의 놀이 장소로 활용되면서 하층에는 어린 나무를 거의 볼 수가 없다. 북쪽 주변에 심은 듯 보이는 산수유나무와 철쭉 몇 그루가 있기는 하나 느티나무의 그늘 때문에 겨우 살아가고 있다. 햇빛 드는 남서향에는 드물게 청가시넝굴, 노박넝굴, 개고사리, 달래가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송말리 내하숲은 울창해서 태풍이 지나가도 마을 안쪽은 바람의 피해가 전혀 없어 벼농사도 잘 될 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도 평온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내하숲은 이처럼 마을을 보호하는 기능뿐 아니라 마을사람의 자유롭게 쉬다 갈 수 있는 휴양기능도 발휘하고 있다. 숲 안에는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연못과 정자, 족구장, 벤치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 마을 풍천 임씨 종친들은 너무 많은 사람들의 이용으로 내하숲이 훼손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느티나무 숲에서 연못 쪽의 남서향 숲 가장자리에는 넓은 가슴을 가진 상수리나무라는 사내가 가녀린 느티나무 여인을 안고 있는 형상을 한 연리목(連理木)이 있어 내하숲은 더욱 그 빛을 더하고 있다. [한국일보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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