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희의 풍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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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도 사동 후박나무숲


[마을숲 이야기 63] 울릉도 사동 후박나무숲


풍어 기원하던 당산목



거친 파도를 헤치고 망망대해로 고기잡이를 떠나는 어부들, 그리고 그들을 배웅하는 식구들의 마음은 언제나 조마조마하다. 더구나 고기잡이배가 변변치 않은 목선일 경우 근심은 더욱 커진다. 갑자기 돌풍이 일거나 험난한 파도가 치게 되면 신에게 무사귀환를 비는 것외에 별도리가 없다.

이 같은 실상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가난한 우리 어촌마을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특히 울릉도처럼 외진 섬에 사는 사람들은 더욱더 무엇인가에 의존해 위안을 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울릉도 사동에는 300년쯤 된 커다란 후박나무와 해송이 서 있는 마을숲에 해신당(海神堂)을 짓고 매년 삼월삼짇날이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용왕님께 무사한 한해가 되기를 기원하는 풍어제를 정성껏 드려 왔다. 마을 사람들은 고기잡이 나가거나 집안에 길흉사가 있을 때면 꼭 이곳 신당에 와서 예를 갖추는 것이 중요한 일상이었다.

지금은 옛날에 지어 놓았던 해신당을 좀 더 조용한 뒷산 아늑한 곳으로 옮겨놓았는데, 2~3아름의 후박나무와 해송은 옛 자태를 그대로 유지하며 하고 마을사람들에게 좋은 쉼터를 만들어 주고 있다.

특히 해안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텃새 흑비둘기가 후박나무숲에 둥지를 틀기 시작하면서 이곳은 더욱 널리 알려졌고 1971년부터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다.

흑비둘기가 후박나무나 동백나무를 좋아하는 이유는 잎이 무성하고 가지가 촘촘하게 붙어 있어서 몸을 숨기기가 좋은데다 해마다 거르지 않고 열매가 달려 먹을거리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울릉도 개척은 조선조 말기인 1882년 개척령이 공포되고 그 이듬해인 1883년 7월 최초로 54명이 이 섬에 들어오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때만 해도 나무가 무척 많아서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며 해변에까지도 나무가 꽉 들어차 바닷물에 잠긴 나뭇가지를 끌어 올려보면 조개들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이 곳 나무들은 항상 푸르름을 간직하는 상록할엽수인 후박나무, 동백나무, 섬잣나무, 보리장나무가 대부분이고 낙엽활엽수로는 팽나무, 너도밤나무, 산뽕나무나 마가목이 주종을 이룬다.

특히 후박나무는 상록활엽 교목으로 반짝반짝 광택이 나는 깨끗한 잎과 새순이 나올 때 단풍잎처럼 붉게 물들어 있는 모습이 매우 아름답고 나무 형태가 웅장할 뿐만 아니라 천년을 살아갈 수 있는 장수하는 나무다.

도서지역을 포함한 남쪽지방의 웬만한 바닷가 마을에는 정자나무나

당산목 또는 방풍림으로 소중하게 보살핌을 받는다. 마을 사람들 간에 정(情)이 두텁고 인심이 후(厚)한 마을에서 잘 자란다고 해서 후박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며 제주도에서는 누룩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언제나 변함없이 한결같은 후박나무이기에 섬사람들은 출어할 때 이 나무를 당산목으로 삼고 그 곳에 제당을 지어 신의 가호와 풍어를 기원하는 제를 올려왔다.

그러나 간절했던 그 마음이 점차 사라지고 이제는 마을 사람들의 휴식 공간 또는 전통문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무기력한 인간의 능력에 비해 거대한 자연의 힘과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의 힘에 정신적으로 의지하려 했던 조상들의 정신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일보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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