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희의 풍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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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소나무 숲

[마을숲 이야기 27]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소나무 숲


송이버섯 향 은은 젊은 농촌 만들어



강원 양양군 현북면의 어성전리는 주위를 소나무 숲이 감싸고 있는 아늑한 마을이다. 마을 한가운데는 오대산에서 시작되어 동네 사람들의 젖줄 역할을 해온 남대천이 흐르고 있다. 남대천은 봄에는 은어가 그리고 가을에는 연어가 회귀하는 고향이다. 이번에 많은 수재민을 만들어낸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상류지역은 도로가 일부 훼손되었지만 이 곳 주민들은 큰 피해가 없었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잘 가꾸어진 소나무 숲의 덕분이 아닌가 싶다.

어성전(漁城田)이라는 이름은 ‘물고기가 많고, 주변 산자락은 성과 같으며, 밭이 기름진 곳’이라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더불어 산물도 풍성해 젊은이들도 기꺼이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동네이다. 특히, 추분이 지나 백로가 될 즈음이면 외지에 나갔던 젊은이들도 연어처럼 고향으로 회귀한다. 동네를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 숲이 제공하는 숲속의 보물, ‘송이’ 때문이다.

소나무 숲에서 흙과 낙엽을 뚫고 나오는 송이는 동네 사람들이 농사짓는 동안에도 항상 가을을 기다리게 하는 귀한 소득원이다. 추석을 전후해 마을 사람들은 송이채취로 한달 사이에 가구당 수백만원 내지 천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 그래서 197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 물결이 불어 닥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났지만 어성전리에는 여전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산다.

어성전리를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 숲의 많은 부분은 산림청이 관리하는 국유림이다. 1985년 어느 날, 산림청 양양 국유림관리소에 농민들이 들이닥쳐 항의 소동을 벌인 적이 있다. 현북면 어성전리에 위치한 국유림을 벌채하려는 계획을 철회해 달라는 것이다. 산의 주인 입장인 국유림관리소는 더 이상 잘 자라지 않는 나이 든 소나무를 잘라 팔아 수익을 얻고, 새로운 나무를 심거나 어린 소나무가 잘 자라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소나무를 자르면 매년 1억여원의 소득을 제공하던 송이가 더 이상 나지 않으니 소나무를 자르면 안된다고 버텼다. 이렇게 어성전리의 소나무 숲은 마을 주민이 잘 관리하고 보호하는 보배로운 존재이었다.

일부 사람들은 자기 소유의 산에서 송이를 채취하여 천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림청에서 송이 채취권을 임대받아 송이를 딴다. 1990년대 초까지는 산불을 예방하고 산림을 보호하는 대가로 송이 채취권이 무상으로 주민들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송이가 워낙 비싼 값에 거래되다 보니 산림청에서도 ‘수혜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송이 채취권을 팔고 있다.

이 동네 사람들은 최근 3~4년간의 송이 채취를 통해 얻은 소득을 기준으로 약간의 비용을 내고 국유림에서 송이를 채취한다. 주민들은 조를 편성하여 각각 맡은 구역에서 송이를 채취하고 관리하는데, 수익금 중 일부는 동네 발전기금으로 운영한다. 그래서 어성전리는 일찍부터 마을이 깨끗하게 단장되고, 살기 좋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제 산등성이 소나무들의 나이는 90세에 달하기에 예전처럼 송이를 많이 수확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송이가 그리 비싸게 여겨지지 않던 1970년대 초반에 소나무를 잘라 어린 소나무들이 자라온 주변의 숲에서는 송이가 많이 생산되면서 마을의 웃음을 유지시켜 주고 있다.

어성전리를 둘러싸고 마을을 지켜온 소나무 숲을 보면 자연의 섭리를 깨닫게 된다. 세대교체가 아쉽고 과거에 미련이 남지만 미래를 향해 가슴을 펴야 한다는 것을…. 과거의 소나무 숲이 옛 주민들과 함께한 것처럼, 새로운 숲은 젊은 세대와 더불어 희망의 시간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한국일보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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