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사에 애환이 깃든 부산

     [부산포]
     부산포(釜山浦)는 『동국여지승람)』에 부산(산의 이름) 아래 있다는 포구로 지금의 좌천동의 증산(甑山) 아래로, 부산포가 넓어지면서 오늘날의 부산을 형성하였다. 특히 부산포에는 왜인들이 항시 거주하며 장사를 했는데, 그들의 장사배가 부산포로 드나들었다. 지금의 좌천동 바닷가를 부산포라 했을 당시는 동래현과의 거리가 가까운 바닷가가 되어 우리나라 사신이 일본으로 건너갈 때면 이곳(영가대)에서 배를 띄웠다. 부산포는 군사, 무역, 외교상의 역할을 한 셈이다.

     부산포에 있던 왜관이 지금의 수정동으로 옮겨가고, 용두산 주위로 다시 옮겨가도 처음 부산포에 있었던 왜관이라 해서 우리쪽에서는 부산왜관(釜山倭館)이라 부르고 부산포란 이름은 용두산 해안까지 확대되어 갔다. 부산포가 국제항으로서의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1876년의 『강화도조약』에서 부산개항을 명문화한데서 비롯되었다.

     [부산포 왜관]
     부산은 신라, 고려를 이어 조선초기에 이르기 까지 왜인들이 집단을 이루어 우리나라 남해안을 침략하여 노략질과 약탈, 방화, 살인 등 비행을 저질렀다. 이들을 왜구라 했다. 이들 왜구들 자유롭게 교역할 수 있도록 생활을 보장해 주고 이들의 약탈행위 등을 다스리기 위해 태종 7년(1407) 일본인(주로 대마도 사람) 이 장사(무역)를 할 수 있도록 조선정부에서 부산포와 제포(현 진해시의 웅천) 두 곳으로 정하여 문을 열어 주었다. 그렇게 정해준 자리에 집을 지어준 것이 부산포왜관(1407 ∼ 1592)이었다.

     왜관이란 일본(주로 대마도)사람이 그쪽 물건을 가져와서 팔고 이쪽 물건을 사가는 오늘날의 무역거래처였다. 이 왜관이 부산에서 처음 선 자리는 오늘날의 범일동의 자성대 서북쪽이었다. 부산포 왜관은 임진왜란으로 없어지고, 임란 이후 절영도(현 영도)에 임시왜관이 한동안 섰다가, 두모포(현 동구청 부근)로 옮겨지고, 1678년에는 오늘날의 용두산 부근(초량왜관이라고 했음)에 옮겨져 1876년의 개항 때까지 198년 동안 존속했다.

     [국제시장-돗대기시장]
     중구 신창동 4가 83번지 일대에 있는 부산 최대 재래시장의 하나이다. 국제시장이 시장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45년 광복과 함께였다. 광복이 되자 일본인들이 철수하면서, 이른바 전시통제물자를 한꺼번에 팔아 돈을 챙기기 시작했다. 부평동공설시장 일대에 각종 물자가 쏟아져 나오나, 넓은 빈터가 시장터로서 상설시장이 서게 되었다. 이 국제시장 장터는 『돗대기시장』 『도떼기시장』이라 불렀다고 한다.

     현재는 주변에 대형 백화점을 비롯한 광복동 상가타운을 끼고 있어, 다른 재래시장과 마찬가지로 노후화되고, 쇠퇴해 가는 양상이다. 특히 부산의 상권이 서면, 동래방면으로 이동함에 따라 상권이 다소 침체되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부산 시장의 상징적인 존재로 남아 있다.

     [40계단, 부산정거장, 유엔묘지]
     〈40계단〉중앙동의 40계단은 오늘 날의 영주동에서 옛 부산역과 국제여객부두를 왕래하는 편의를 위해 설치된 계단이다. 이 계단의 층수가 40개가 되어서 그렇게 불려졌고, 이 계단은 8.15광복 이후의 귀환동포와 6.25전쟁 당시의 피난민들이 이 주위에 모여 살며 생계의 방편을 강구했고 또 당시에 있던 동광동과 영주동 판자촌으로 가려면 이 계단을 거쳐야만 했다. 6.25전쟁 때는 피난민들이 이 계단 일대에서 각처에서 흘러나온 구호물자를 팔아 구호품 장터를 방불케 했다.

     〈부산정거장〉6.25전쟁 당시에 중앙동 무역회관 부근에 있었다. 전쟁으로 인한 피난시절의 생활 상이 생생하게 남은 곳이다. 임시정부 시절에는 적국 각처에서 경부선을 타고 부산역에 도착하였을 때, 서러움을 달랬던 이별의 장소였다.

     〈유엔묘지〉남구 대연동 779번지 일대의 면적 144,146㎡로 유엔 묘지는 한국전쟁 당시 한국을 돕기위해 참전한 16개국의 전투지원국과 5개국의 의료지원국의 유엔군 장병의 전사한 영령을 안치한 곳이다.


영도의 풍수

     [영도대교]
     부산과 영도를 잇는 다리로 1934년 개통되었다. 길이는 214m이며 그 중 부산 내륙측은 31.30㎝를 도개교로 하여 1,000톤급 기선의 운항을 가능하도록 건설되었다. 당시 어려운 토목공사로서 현재 영선초등학교와 해동고등학교 자리에 산을 깎아 영도대교 호안 매립공사를 하면서 산이 무너져 많은 한인과 중국인 노무자들이 비명에 목숨을 잃었는가 하면 다리 자체공사 때에도 희생자가 속출하여 밤이 되면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퍼졌을 정도였다.

     일제 시대에는 가혹한 수탈에 시달린 사람들이 다리에서 자살했고, 8.15광복과 6.25전쟁때는 생활고에 지친 파난민들이 한 많은 인생을 마치기도 했다. 특히 이북에서 피난온 당시 피난민들은 이 다리 난간 위에 비친 초생달을 보며 하염없는 망향을 달랬고, 자살자가 속출하자 다리에는 『잠깐만』이라는 팻말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영도대교는 1966년 하늘로 치솟는 도개식의 다리가 폭주하는 차량으로 기능이 멈추자 옛모습을 잃어 버렸다. 1976년 개항 100주년을 맞아 착공한 부산대교가 완공되자 기능이 약화되면서 명칭도 영도대교로 바뀌어 버렸다.

     [영도의 지명유래]
     조선 시대에는 절영도라 불리었는데, 절영도란 명마가 빨리 달리는 모양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는 명마를 사육하는 섬이라는 데에서 생겨난 이름으로 절영도의 목마장은 신라이후부터 유명했는데, 후백제의 견훤이 부산의 절영도 명마 한필을 고려의 왕건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봉래산]
     봉래산(蓬萊山)은 영도의 주봉으로 해발 394.6m로 산전체가 원추형이다. 산록의 사면은 가파른 편이고, 특히 남쪽 사면은 급경사로 바다에 거의 수직으로 돌입하고 있다. 봉래산을 고갈산 또는 고깔산으로도 불리는데, 이것은 말라서 없어지는 산이라는 뜻으로 일제 때에 일본인들에 의해 붙여졌고, 침략의 의도를 여실히 드러낸 이름이다.

     [태종대]
     파도의 침식으로 형성된 100m에 달하는 "태종대(太宗臺)"는 빼어난 경관을 갖고 있어 예로부터 명승지로 알려져 왔다. 태종대에 대한 기록으로 『동래부지』에는 "태종대는 동래부 남쪽 30십리 되는 절영도 동쪽에 있는데 해수가 주회하고 하나의 석교가 있어 노는 사람이 겨우 통과하며, 속전에 신라 제29대 태종무열왕이 삼국통일의 대업을 성취한 후 전국의 명승지를 탐방하던 중 이곳에 들러 궁인들과 함께 울창한 수림과 수려한 해안절경에 심취된 후 잠시 소일하며 활을 쏜 곳이라고 하여 이로써 이름하였다."고 전해진다. 또한 가뭄이 있을 때에는 동래부사가 이곳에서 기우제(祈雨祭)를 지낸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음력 5월초 열흘날에 오는 비를 태종우(太宗雨)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태종 무열왕과의 관련에서 지어진 이름으로 추정된다. 영도의 최남단에 자리잡고 있으며 해발 250m의 최고봉을 중심으로 기암절벽에 부딪치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청명한 날이면 멀리 대마도까지 바라다 볼 수 있는 명소로서 옛부터 시인과 묵객들이 많이 찾았던 곳이다. 조선 선조 40년(1607) 통신사로 일본에 다녀온 경운의 『해차록』에서도 바다를 바라보는 달밤을 노래하고 있다.

     [오륙도]
     오륙도는 우삭도(32m), 수리섬(33m), 송곳섬(37m), 굴섬(68m), 등대섬(28m)으로 불리고 있으며, 이들 섬들은 유인 등대섬을 제외하면 모두 무인도이다. 오륙도는 거의가 직각에 가까운 해식애와 소규모 파식대로 구성된 섬으로 전형적인 암석해안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오륙도는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섬이 다섯으로 보였다가 여섯으로 보였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것은 우삭도(방패섬과 솔섬)의 중허리가 밀물일 때 물이 들면 두섬으로 나누어져 여섯섬이 되고 썰물일 때는 물이 빠져 하나로 부딪쳐서 다섯 섬이 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동래부지(1740)』에도, "섬이 다섯으로 보였다가 여섯으로 보였다 하는것은 보는 위치에 따라 한 개의 섬이 가려져 보였다가 보이지 않았다가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조도 - 동백섬]
     조도(朝島)는 부산항 동쪽의 길목에 해당하면서 부산항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 섬으로 일반적으로는 아치섬이라 일컬어진다. 향토지인 『절영지(1983)』에는 이 섬이 종래에는 동백섬으로 불려졌으나 와치섬(臥幟島)이 본 이름이다라고 적혀있다. 해발 241m인 이 섬에는 옛날에 동백나무가 많이 자생해 동백섬으로 불려진 것 같다.

     [영도의 풍수]
     영도는 대륙과 분리된 섬으로 백두대간의 지기를 받지 못하는 곳으로 지기는 매우 쇠약한 곳이다. 영도는 사방이 물로 에워싸이고 그 가운데에 떠 있는 터로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이라 부른다. 『조선의 풍수』에 의하면 〈연꽃은 꽃도 열매도 구비된 원만한 꽃이다. 이 연꽃은 물 밖 또는 물 속에 있어서는 꽃이 피지 않는다. 수면에 뜰 때에 바야흐로 형기를 만발하는 때이다. 따라서 자손들이 모두 원만하고 또한 고귀하고 화려한 생활을 한다.〉라고 그 소응을 말하고 있다.

     영도는 중앙에 봉래산이 자리잡고, 남동방 끝지점에 태종산이 있는 모양으로 산록의 사면은 가파른 편이다. 또 남쪽 사면은 급경사로 바다에 거의 수직으로 돌입하니, 땅 속의 물은 적고 흙심이 깊지 못하여 사람이 살기에는 척박한 땅이다. 따라서 옛날에는 말을 키우던 곳일 뿐 사람이 대를 이어 살기에는 여러 조건이 적합하지 않은 땅이다. 또 옛날에는 물살이 거친 바다를 건너야 부산에 닿을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 이득을 얻기도 어렵고, 사방에서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니 생기도 흩어져 풍수적으로 길하지 못하다.

     산업이 발달하고 인위적인 도로와 다리가 건설되면서 영도는 어느 정도 자연적 단점을 극복하고 사람이 살 만한 터가 되었다. 하지만 자연주의적 삶을 중요시 여기는 풍수적 관점에서 보면 영도는 땅의 생산력도 떨어지고, 바람이 거세어 건강도 약해지고, 물이 급하게 배수되어 맑은 물이 적은 곳으로 풍수적 길지는 아니다.

[사진 : 활력이 넘치는 자갈치 시장 전경(사이버두산대백과사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