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경복궁의 풍수적 해석

     [경복궁의 화재]
경복궁은 1553년 강녕전에서 화재가 나 근정전 북쪽의 전각이 대부분이 불에 탔고, 임진 왜란 때는 전소되어 폐허로 변했다. 1867년 흥선대원군이 대규모로 중건했으나, 1896년 아관파천으로 주인없는 궁궐로 변하고, 1910년 이후 궁 안의 전·당 ·누각 등 4천여칸의 건물을 헐어서 민간에 방매했다.

     임진왜란 때에 경복궁이 전소된 것은 성난 백성들이 고의로 불을 지른 방화였다. 그런데 이것은 왜란을 당한 결과이지, 경복궁의 터가 풍수적으로 취약해 일어난 사건은 아니다. 경복궁을 정궁으로 삼은 조선 왕조는 200년간에 걸쳐 큰 병난없이 종묘 사직을 보전했고, 조선 말기에 다시 대규모로 중건되어 27년간 정궁으로 다시 이용되었으며, 한국 전쟁 중에도 화재를 당하지 않았다.

     고종 때에 재건된 경복궁은 이 후에는 화재를 당하지 않았는데, 여기에는 풍수적 비보물에 대한 역할이 컸다. 먼저 광화문 앞쪽에 세운 해태상은 관악산을 노려보고 있는데, 관악산이 화산이라 그 불 기운을 막고자 설치한 것이다. 또 근정전의 놓인 무쇠 드무도 물을 담아둠으로써 화기를 진압하고자고 했다. 그렇지만 일제에 의해 건물이 헐려나간 피햬에 대해서는 어떤 비보책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동산(童山)인 북악산]
경복궁의 진산인 북악산은 초목이 적은 동산으로 풍수에서 이런 산을 주산으로 삼아 묘지나 택지를 잡지 않는다고한다. 이유는 동산은 석산이라 흙이 두텁지 못해 생기가 쇠약한 산이고, 그곳에서 뻗어내린 내룡 역시 지기가 왕성치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복궁은 북악산에서 남진한 용맥이 평탄한 평지를 이룬 평지룡에 터에 자라잡아 지기가 왕성하지는 못하나 그렇다고 쇠약한 터도 아니다.

     내룡을 타고 흐르는 지기는 물을 만나야 생기를 응집시키는데, 북악산에서 경복궁으로 뻗어내린 내룡의 지기는 청계천을 만나 자기를 응집시킨 곳이다. 하지만 산과 물은 서로 음양의 조화를 추구함으로, 물인 양이 크면 음인 지기도 크고, 물이 적으면 산도 적은 것이다. 청계천은 경복궁에서 보아 물의 근원이 매우 가깝고, 또 초목이 적은 북악산과 인왕산에서 흐르는 계류로, 물은 마르며 풍부하지 못하다. 따라서 이 물을 맞이한 내당의 지기도 왕성하며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북궁의 장풍]
     풍수에서 장풍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땅에 응집된 지기가 바람을 맞으면 흩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으로 사방에서 사신사가 감싸안아 혈장의 생기를 보호해주는 곳을 길지라 여긴다. 그런데 경복궁은 청룡자락인 낙산이 낮고, 인왕산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남서방이 낮아 소위 진곤저허(震坤低虛)의 형세를 취한다. 여기서 낙산이 낮은 이유는 사대문 안쪽에서 생기 바람과 물의 기운이 그 방위로 빠져나감으로 산이 바람과 물에 의해 많이 깍여나간 결과이며, 남서방이 낮은 이유는 인왕산에서 남진한 용맥이 남산으로 솟아나기 위해 몸을 낮추고 움츠린 결과이다.

     만약 남서방의 용맥이 낮고 허하지 않았다면 남산이 솟아나지 못하여 경복궁은 남산같은 안산을 가지지 못하고, 낙산이 높았다면 도성안은 사방이 산으로 가려진 함지박의 안쪽같은 흉지가 되었을 것이다. 넓은 저수지에 물이 얼어도 얼음 가운데에는 언제나 얼음이 앏은 숨구멍이 있는 것처럼 좋은 땅이란 항상 허하고 부족한 점이 있어야 오히려 길지가 될 수 있다.

     경복궁의 지세는 비록 진곤저허(震坤低虛)의 형세로 외적의 침입에는 취약점이 있으나, 풍수적으론 사신사를 고루 갖추고, 또 남서방의 낮은 지대 역시 그 너머로 한강이 바라다보이지 않음으로 장풍의 형국은 잘 된 길지이다.

     [경북궁의 좌향]
     경북궁의 좌향에 대해 무학대사는 정동향(酉坐卯向)을 주장하고, 정도전은 남향(壬坐丙向)을 주장해 결국은 남향을 놓았다. 이에 대해 무학은 〈5세가 되지 못해 찬탈의 화를 당하고 2백년 내외에 탕진될 위험이 있다.〉라며 좌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풍수는 음양의 생기를 받음을 중요하게 여기며, 좌향은 바람과 물의 기운[양기] 중에서 가장 길한 것을 취할 수 있는 것으로 길지를 찾는 일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풍수적 좌향법은 청나라 때에 왕성되어 조선 초기에는 〈88향법〉이 통용되지 못했다.현재 경복궁의 좌향에 대한 평가는 우측에서 도래한 양기가 궁을 감싸안은 후 동대문 남쪽의 청계천인 을진방(乙辰方)으로 빠진다. 이 때 남향인 임자병향을 놓으면, 『지리오결』에서 〈水가 乙辰方으로 흐르니 向上으로 冠帶方을 충파한다. 어린 유년기의 총명한 아들이 傷하게 되고 아울러 閨中의 부녀와 딸들이 傷하고 재산이 敗하며 오래되면 패절한다.〉라며 흉하게 평가하고 있다. 또 정동향(묘향)을 놓으면 물이 을진방으로 빠짐으로 소위 향상으로 물을 맞이하지 못하는 우득우파에 해당되어, 양기를 받지 못하는 독음(獨陰)의 땅이 되고말아 흉하다.

     현재 경복궁은 안산인 남산의 서쪽 기슭을 정면으로 바라보도록 배치되었고, 정동향을 놓았어도 낙산 남쪽의 경사진 비탈을 정면으로 맞아한다. 안산은 주인과 손님 사이에 놓인 찻상으로 다정하면서 가지런하게 맞아해야 길하다. 따라서 현재 경복궁의 좌향은 안산을 맞아하는 모습만 보아도 잘못 놓아졌음을 알 수 있다.

     좌향론에서 경복궁의 좌향을 제대로 놓는다면, 수국의 정생향인 곤신향(坤申向, 남서향)이나 또는 자생향은 손사향(巽巳向,동남향)을 놓아야 길격이나, 이곳은 손사향이 더 잘 어울린다. 동남향을 놓으면 남산의 두 봉우리 사이를 바라보아, 높이도 눈썹과 가슴 사이로 적당하고, 형태도 평편하며 유정해 안산의 모습으로 제격이다. 『지리오결』에서도,

     〈本局의 養位를 충파한다고 하지 않으며 부귀하고 장수하고 후손이 흥왕한다. 中男이 먼저 發福하지만 龍과 砂가 좋으면 장남이 먼저 발달하기도 한다.〉라고 그 길함을 평가했다. 따라서 경복궁은 터의 길흉보다는 좌향을 잘못 놓아 여러 풍파를 격은 것으로 판단하며, 당시에는 좌향법을 모르던 시기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안산만이라도 제대로 바라보는 풍수사가 있었다면 분명히 동남향으로 놓았고, 그렇다면 조선의 역사는 더 좋게 달라졌을 것이다.

     [사진 - 경복궁 향원정(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