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창룡 선생은 스스로 밝혔듯이 젊은 시절부터 풍수사로써, 역학자로써 명예를 얻어 반세기를 산 분이다. 또 그 명예만큼 "나라를 위해 민족을 위해"라는 마음 아래 편히 쉬어본 적이 없는 분일지도 모른다. 분명 지 선생은 이 나라 국립묘지의 터를 잡은 풍수계의 대원로이며 또한 공인이다. 공인이라면 당연히 사후에 평가가 뒤따른다. 귀감이 되는 점이 있으면 그 점을 본받고, 흠이 있으면 밝혀 치유해 줘야 한다.

  지 선생은 일일이 거론 할 수도 없을 만큼 수 천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영면의 터를 잡아주고, 당대 제일의 풍수사로써 이름을 떨쳤다. 그런 반면 지 선생이 척박한 풍수계의 위상과 학문적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풍수사로써 명예을 누린 만큼 후학들에게 되돌려준 지 선생의 풍수연구는 미미하다.1977년에 발간된 「한국지리총람」은 풍수에 대한 지 선생의 사랑과 열정을 접할 수 있는 명저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이 책에서 우리 땅과 역사 그리고 선현에 대한 선생의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부끄럽게도 우리는 그때까지 우리 산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접근한 풍수사를 모시지 못했다. 미술적 측면에서 겸제의 진경산수화를 접한 것과 같은 충격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이다. 상기의 책은 지 선생이 풍수계에 이름을 떨치고 또 국사로써 대접받는데 공헌했으니, 그것으로 책을 쓴 지 선생의 노고는 충분히 보상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 이후에 노력하고 연구한 결과를 저서나 강의를 통해 세상을 내놓았어야 옳다. 그것이 여의치 않았더라도 정계·재계의 인사를 안장할 때마다 결록을 작성하여 그 내용을 세상에 남겨어야 했다. 그 기록만 있었다면, 풍수학의 동기감응론에 의한 발복의 문제를 후학들이 조사와 연구를 통해 검증하고, 나아가 풍수학의 새로운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을텐데, 그저 안타까운 일이다.

  독자는 풍수학을 사랑하고, 좀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바라는 필자의 충정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아울러 지 선생의 명예에 누를 끼치지나 않았나 염려스럽지만, 이런 논쟁과 비평을 통해 지 선생이 이 나라 풍수계의 큰 스승으로 거듭 태어나 횃불처럼 밝은 빛을 비춰 주었으면 좋겠다. 그것은 또한 지 선생의 문하생이나 후학들의 책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