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 선생의 풍수론 전반에 대한 의문 제기

  지 선생이 세상에 공개적으로 밝힌 풍수 견해는 「한국지리총람」에 쓰인 풍수 이론과 〈명당찾아 삼천리〉라는 풍수 답산기를 읽어보면 엿볼 수 있다. 이론부분에서는 형기와 이기풍수학의 핵심요체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하여 풍수이론에 해박한 것처럼 비춰진다. 세상에서도 지 선생은 이기풍수학에 해박한 분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지 선생은 제설을 비판하던가 또는 자기의 학설로 논한 부분이 없고, 특히 향법에 대한 설명이 미약하다. 생왕수를 얻고 사절수를 폐기한 채 묘고로 돌아가도록 입향해야 된다는 점은 제시했으나, 자연흐름에 맞춘 88향법에 대한 언급은 없고 또 한 수의 길흉은 향을 세운 다음에야 살인과 구빈으로 구분됨을 제시하지 못했다.

  또 이순신의 묘를 감결하면서, "龍節은 丑艮方에서 起頭하여 壬子右旋龍으로 丑入首 癸坐丁向으로 된 남향판이다. 맑은 물줄기는 丙午方에서 얻고 흘러나가는 破口는 未方이다."라고만 기술했지, 방위로 판단된 용과 향과 수가 과연 땅의 길흉판단에 어떻게 이용되는가는 밝히지 않았다. 위 내용을 풍수적으로 다시 판단하면 다음과 같다.

  <破口가 未破임으로 이곳은 木局이다. 이때에 내룡은 壬子 臨官龍으로 뻗어오다 혈장으론 癸丑 冠帶龍으로 입수하였다. 입수가 생기를 품었으니 일단 길지이다. 내룡이 右旋龍이니 水는 左旋水이고, 이때 丁向을 놓았으면 木局의 墓向墓破를 놓은 것이다.

  地支破에 天干向을 놓은 것이 당국 내에서 착오이나, 「地理五訣」에 이르길, (이 向을 놓으려면 물이 丁方으로 나가며 未字를 범하지 말고 百步轉欄해야 大富大貴하다. 약간만 차이가 있어도 황천을 범하니 敗絶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地支破인 未破를 범했음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무장이 태어날 길지라고 하였다. 또 丙午水가 들어온다고 했는데, 丙午水는 木局의 死水로 소위 短命寡宿하는 殺人黃泉水이다. 자손이 사고로 죽고 재물이 흩어지는 흉수임에도 마치 길수인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풍수에 대한 식견이 짧으면 지 선생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대단한 길지임을 설명했겠지 하고 덮어둔다. 하지만 풍수적 식견을 가지고 그의 주장을 풀어보면 핵심에서 여러 오류를 범함을 안다.


   2) 형기에 집착하여 대체로 습한 곳을 선호하였다.

  광중을 파다가 물이 나오면 흉지라고 덮어 버린다. 물이 많은 곳은 풍수적 흉지라고 판단한다. 유골은 검게 퇴색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육탈이 되지 않는다. 세종대왕을 영릉에 모시고자 파묘했을 때 19년이나 지났어도 시신이 물 속에서 썩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고 한다.

  필자는 지 선생이 소점해 안장한 묘들을 여러 기 답산하였다. 그런데 그들의 대부분은 습한 목욕룡(沐浴龍)에 위치하였다. 수국의 건해룡(乾亥龍), 목국의 간인룡(艮寅龍), 화국의 손사룡(巽巳龍), 금국의 곤신룡(坤申龍)이 그것 들이다. 지 선생의 묘 위쪽에 있는 조상들의 묘도 화국의 손사 목욕룡이고, 국립묘지 내의 아웅산 순국선열의 묘도 금국의 간인 목욕룡이고, S기업의 용인 터도 수국의 건해 목욕룡이고, 자신의 묘지도 화국의 손사 목욕룡이다. 목욕룡은 형세가 아름다워 형기 풍수사가 가장 명당이라 착각하기 쉬운 곳이다.


   3) 좌향법을 어겨 살인대황천(殺人大黃泉)을 범한 경우가 있다.

  『水犯 黃泉大煞』 如 丙午向에 水出 巽巳하고 庚酉向에 水出 坤申하고 壬子向에 水出 乾亥하고 甲卯向에 水出 艮寅이 黃泉大煞이라 하니‥(중략)‥ 書云「最忌此方山水去 成才之子早歸陰 家中寡婦常啼哭 財穀空虛徹骨貧」이라.(「韓國地理總覽」p 161페이지)

  위 글은 향법(向法)의 중요성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 지 선생의 글로, 살인대황천은 풍수상 용상팔살(龍上八殺) 다음으로 흉한 재앙이 닥친다고 한다. 그럼으로 절대 위와 같은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 지 선생이 안장한 묘 중에 상기와 같이 흉한 좌향을 놓은 경우가 있다.

   여기서 밝힐 수는 없으나, 그렇다면 스스로 말했듯이 둘째 아들과 그 후손들이 敗家亡身을 면치 못하라고 일부러 그런 흉한 좌향을 잡아준 것인가? 아니면 경전의 글을 단순히 옮겨 놓았을 뿐, 그 의미와 현장 적용 방법을 몰랐던 까닭인가?

  샤갈라의 밀린다 왕이 물었다.
  "나가세나 존자여, 알면서 악행을 짓는 사람과 몰라서 악행을 짓는 사람 중에서 누가 더 화가 큽니까?"
  "몰라서 악을 짓는 사람의 화가 더 큽니다."
  "존자여, 그렇다면 우리 왕자나 대신들이 모르고 잘못을 범한다면 갑절의 벌을 내려야겠습니다."
  "대왕이여,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에 단 쇳덩이를 한 사람은 알고 붙잡았고 한 사람은 모르고 붙잡았다면 어느 쪽이 더 심하게 데겠습니까?"
  "모르고 붙잡은 사람이 더 심하게 데입니다."
  "마찬가지로 모르고 악을 짓는 사람이 화가 더 큽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가세나 존자여."


[사진 : 지 선생이 생전에 소점한 S기업가 묘터, 목욕룡에 자리잡아 억새풀이 무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