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조가 세상에 처음 내놓은 저서는『한국의 풍수 사상(1984)』이다. 그때까지 시중에 나온 풍수서는 단순히 중국의 풍수서를 번역했거나, 혹은 역술인이 중국 이론에 자기의 현장 답사기를 보탠 것이 전부였다. 그토록 척박한 풍수계에 신라 이후 기층 사상에 뿌리 박혀 오늘날까지 우리 역사에 깊은 영향을 미친 풍수에 대하여 중국과 한국에 전해지는 수많은 풍수서를 참고하여 이론을 분석· 해석한 종합 보고서를 냈으니 대단한 학문적 발전을 이룬 셈이다.

  하지만 이 책은 '장미의 가시'처럼 오로지 문헌에만 의존하여 정리했기 때문에 풍수 현장이 무시되어 있다. 따라서 설령 책을 읽더라도 풍수의 목적인 혈을 현장에서 찾을 수가 없다.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음택 상점(相占)에 종사하는 지관의 수준 정도를 가늠할 수 없고, 그들이 산소자리 잡는 일만을 본령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풍수의 원초적이고 기반적인 내용 정리에는 오히려 왜곡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되어 오직 문헌에만 의존하였다.["한국의 풍수사상" - p15]

  따라서 이 책은 주로 형기론에 바탕을 두고 풍수 원리를 설명했는데, 특히 주의 깊게 살필 점은 이때까지 그는 분명히 자생 풍수라는 영역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로 풍수 용어의 개념과 풍수설의 역사적인 전개 과정을 여러 논문과 풍수서를 참고로 하여 집중적으로 분석했을 뿐이다. 이 책에서 밝힌 연구목적을 살펴보면 이 점은 더욱 명백해진다.

   풍수지리설의 내용과 논리구조를 정리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풍수용어의 개념정의를 내리고 풍수설의 역사적인 전개과정을 개략적으로 살피며 그의 근본이 되는 이론의 배경을 고찰한다.["한국의 풍수사상" - p12]

  특히, 그는 책의 결론에 풍수적 길지, 즉 명당의 형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해 놓았는데, 형기론에서 혈을 찾는 방법과 과정을 충실히 답습하였다. 음양오행론, 간룡법, 장풍법, 정혈법 및 나아가 물형론 등이 그것들이다. 이것을 볼 때에 그가 '터잡기 풍수'로 몰아붙이는 정통 풍수가 따지고 보면 그의 풍수적 입지 내지 터전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온화 유순하고 부드러우며 결함이 없어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주위환경, 각이지지 않는 방위와 유장한 산의 흐름, 찌르듯 달려들지 않는 물길, 그러나 변화무쌍하여 결코 단조롭지 않은 산수의 배열, 이러한 조화를 이룬 자연에 적덕한 사람들의 영원한 거소, 이것이 풍수적 이상의 땅, 길지인 것이다.["한국의 풍수사상" - p337]

  최창조는 이기론을 득수론(得水論)과 좌향론으로 분리해 설명은 했으나 패철의 각 층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고, 또 패철을 현장에 적용시키는 방법도 제시하지 못했다. 이기론은 패철론이라 부를만큼 패철의 운영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물을 얻는 방위[득수]를 판단할 때는 패철 8층인 천반봉침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는 6층 패철만을 도안으로 그려 놓았다.["한국의 풍수사상" - p163] 이기론은 당나라의 양균송(楊筠松)이 시조인데, 그는 패철 8층과 9층을 만든 다음 혈을 귀신처럼 잘 잡아 많은 사람을 가난에서 구제하여 호도 '구빈(救貧)'으로 삼았다. 또 최창조는 좌향론에 대해서도 한계를 느꼈는지 다음과 같이 술회하였다.

  무수한 좌향길흉판단법을 정리하는 것도 본고(本考)의 분량 밖이거니와 그의 해석은 필자의 능력 밖이다.["한국의 풍수사상" - p174]

  최창조는 이기론을 다룬 『지리신법(地理新法)』을 참고서적으로 적어놓았다. 『지리신법』은 송(宋) 나라 사람인 호순신(胡舜申)이 지은 책으로 이기론의 12포태법(胞胎法)을 처음으로 주창하였고, 나아가 조선의 도읍지가 신도안에서 한양으로 뒤바뀐 결정적 근거로 제시된 책이다.

  『태조실록』에 따르면, 조선의 도읍지로 처음에 선정된 곳은 계룡산 아래의 신도안이었고, 실제로 일 년을 넘게 공사를 벌였다. 그런데 하륜(河崙)이 호순신의 풍수론에 근거해 신도안은 계룡산의 땅이 건방(乾方)에서 오고 물은 손방(巽方)으로 흘러가니 도읍으로 건설하기가 적합치 않다고 주장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 말을 이기론으로 해석하면 물이 손방으로 나가니 수국(水局)이고, 산이 건방에서 오니 산의 이기(理氣)는 목욕룡(沐浴龍)이다. 호순신은 땅 속의 기운을 바위, 흙, 물길 등 12단계로 구분해 그 효험의 정도를 상세하게 밝혔는데, 그 중에서 목욕룡은 자연이 음란함을 감춘 땅으로 수맥이 흐르거나 습한 곳이다.

  만약 그런 곳에 묘를 쓴다면 잔디는 자라지 않고 잡풀이나 이끼가 봉분을 덮는다. 건물이 들어서면 벽에 금이 가고 한쪽으로 기울어져 결국은 재공사를 해야한다. 그러자 이 태조는 고려의 여러 능을 살펴보도록 명령을 내렸고, 조사 결과 그 길흉이 모두 호순신의 이론에 적중하자 크게 놀라며 신도안의 공사를 중지시켰다. 하지만 이기론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최창조는 이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

   또 파(破) 역시 혈에서의 방위가 손(巽) 혹은 사방위(巳方位)가 틀림없기 때문에 이곳은 누가 보아도 득수의 원리를 어기고 있는 곳이라 판정이 될 것이다.["한국의 자생풍수 1" - p143]

  그는 득수론이 물은 길한 방위에서 얻고 흉한 방위로 나가야 좋다는 원칙은 알았으나, 건방에서 얻는 물은 임관수(臨官水)로 좋은 물이고 손방으로 나간 물은 절수(絶水)의 흉한 방위이니 득수 원칙에 맞음에도 불구하고 득수 원리를 어겼다며 황당한 주장을 하였다. 문제의 핵심은 득수 원리를 어긴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기가 없는 습한 땅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