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최창조의 말대로 정통 풍수는 과연 산소잡기에 미친 이기적인 잡술에 불과하고, 사회에 해악만 끼친 사상인가?["한국의 자생풍수 1" - p118]
  이 물음에 대해 필자는 결단코 아니라고 단언한다. 아시다시피 명당에 조상을 모셔야 후손이 발복한다는 풍수 사상은 유교의 조상숭배사상과 맞물려 긴 세월 동안 매장선호사상으로 뿌리를 내렸다. 물론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풍수가 산소잡기에 치우쳐, 그 부작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매장 풍습이 국토 개발과 효율적 이용에 저해 요인이 되는 면도 있다. 그 결과 최근에는 『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시한부매장제와 묘지 면적 축소가 도입된 바 있다.

  하지만 풍수 사상이 힘있는 자들의 산소 잡기에만 악용되고, 국토를 피폐화시켰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 신라 말에 전래되어 지금까지도 국민의 53% 정도가 풍수 사상을 믿고 있다고 한다. 풍수가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민족에게 받아들여지고, 오늘날까지 그 위력을 가지고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오직 발복(發福)만을 추구하는 명당선호의 풍조 때문일까? 그것만은 아니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풍수가 이 땅과 민중의 삶에 반사회적, 반윤리적 해악만을 끼친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의 좀더 안락한 삶을 찾거나 혹은 생명 존중, 인륜적 효심 등에 효험이 있었거나, 마을이나 도읍지를 정하거나, 또는 우리 생활의 순기능을 풍수가 담당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미신에 불과했더라면 우리의 의식 속에서 벌써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지금까지 동양의 전통 학문은 서구의 과학 중심의 학문에 가려져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면이 있다. 그러다가 최근에 들어서 산업 문명이 낳은 인구폭발, 환경오염, 자원고갈이란 심각한 재앙에 직면하자 그 대안으로 오히려 서구에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즉, 동양의 정신 문화가 서구 기술문명의 문제점을 치유하고, 나아가 인류의 번영된 미래를 위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 선두 중에 하나가 풍수다. 그것은 풍수가 가진 자연 친화적인 측면 때문이다. 풍수는 자연이 가진 내재 가치와 고유한 질서를 존중하며, 자연과 인간이 서로 어울려 가며 함께 사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즉, 인간은 자연 생태계 전체와 유기적 조화를 이룰 때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국의 현실을 살펴보자. 일제 강점기와 질곡의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우리의 전통 사상이나 문화는 깡그리 말살되고, 풍수도 겨우 명백만을 유지한채 학문이 아니라 잡술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 이제는 서구의 물질적 풍요만이 사회적 성공의 판단 기준이 되었다. 그 결과 퇴폐적 문화가 만연하고, 현대인들은 정신적 공황에 시달리며, 삶의 좌표마저 상실한 채 방황을 계속하고 있다. 이제는 다시 자연친화적인 삶을 찾아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고, 부모를 공경하고 자식을 양육하며, 땅의 가치를 재인식하며, 국토 개발에 앞서 자연 생태계와의 조화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풍수가 다시 활발히 연구되어야 하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풍수가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울려 살게 하는 학문임을 재인식하고, 이를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다. 중국 천진대의 Shang Kuo교수도 "풍수는 역사적인 진리를 가득 담고 있으며, 현대의 조경학과 생태 건축학의 기본방향 및 원칙과 부합되는 내용이 풍부하여 21세기 인류에게 공헌할 바가 많다"고 하였다[월간 "환경과 조경" 114호]

  그런데 최창조는 음택 풍수에 대한 부정적인 비판을 지나치게 의식하여, 음택 풍수를 포함한 정통 풍수를 이기적인 잡술이라며 매스컴을 통해 서슴없이 이야기한다.

  지금까지도 문제가 되는 음택발복을 위한 술법풍수는 중국 풍수의 영향이란 혐의가 짙음을 밝히고자 한다. 술법 풍수의 폐단은 다른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명백하기도 하거니와 수많은 사람들이 그 점을 지적하고 공박하는데도 끈질기게 지속되는 이유는 어디 있는지에 관한 문제도 관심의 대상이다.["한국의 자생풍수 1 " - p39]

  그러나 음택 풍수로 대변되는 정통 풍수의 이론은 단순히 묘터를 잡는데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최창조 자신의 저서에서도 밝혀 놓았다.

  풍수에서는 산 사람의 양기와 죽은 사람의 음택을 구하는 논리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라, 양기와 음택의 차이는 산 사람은 움직여다니니 터가 넓어야 하고 죽은 사람은 움직임이 없으니 規局이 좁아도 괜찮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음택풍수를 강조하자니 풍수의 타락을 부채질하는 꼴이 되고, 그렇다고 아무 근거도 없는 낭설이라고 말하자니 거짓이 되고.["땅의 논리, 인간의 논리 " - p179]

  최창조는 스스로 딜레마에 빠졌다. 결국은 중국에서 유입되어 토착화된 음택 풍수이론이 포함된 정통 풍수를 부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중국에서 유입된 이론 풍수에 의하여 상당 부분 왜곡된 외래 풍수는 풍수의 목적을 묫자리나 집터 잘 잡아 내 식구 내 가족 잘먹고 잘살자는 이기적 잡술로 만들고 말았다.["한국의 자생풍수 1 " - p193]

  그러나 정통 풍수를 부정한 이후부터 최창조는 오히려 풍수에 대한 논리적 모순과 혼동으로 대중들과 만나고 있다. 정통 풍수에 대한 일부의 비판적 여론에서 벗어나기 바빴던 최창조는 그로 인해 그의 저서 전반에 걸쳐 논리적 일관성을 상실했다.

  풍수 이론의 핵심은 생기(生氣)가 응집된 혈(穴)을 찾는 기술적 방법과 과정이 전부인데, 최창조는 정통 풍수의 논리적 바탕인 용(龍: 산줄기)· 사(砂: 주변의 산)·수(水: 물줄기)에 의존하지 말고 오로지 무생물적인 직감과 본능에만 의지해 혈을 잡으라 했고["한국의 자생풍수 1" - p118], 또 바람과 물의 순환 궤도를 파악해 주변 환경과 상생(相生)의 관계 속에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풍수적 좌향(坐向, 좌는 머리 쪽이고 향은 다리를 뻗은 방향)보다는 고인이 좋아할 방향이라 생각되는 곳을 감(感)으로 잡으라고 했다.["한국의 자생풍수 1" - p121]

  최창조가 주창하는 자생 풍수가 상기와 같은 '직감', '본능', '감'만으로 혈을 찾거나 좌향을 놓는 방법이라면 그것은 이미 풍수학이 아니다. 이제 최창조가 펴낸 책을 출간 연도에 따라 살펴보며, 그의 자생 풍수가 형성되는 과정과 문제점을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