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지관 행세를 하는 사람이 족히 3만 명이 있다 하고, 어느 지방에서는 50살만 넘으면 모두가 지관 행세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껏 최창조의 풍수관에 대해 글로써 토씨 하나 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것은 대학을 떠난 지 오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전 서울대 교수'라는 어마어마한(?) 직함을 내밀기 때문이다. 대학조차 변변히 나오지 못한 풍수가들이 대부분이었던 시절, 그들은 현학적 언어구사로 언론매체에 접근할 수 없었다.

  그를 비판하는 학자들에겐 그들이 풍수를 모른다는 이유로 반박하고, 또 기존 풍수가들은 그와 다른 견해를 밝힐 지면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더욱 더 정통 풍수를 잡술로 몰아붙일 수 있었다.
  1997년에 출간된 『한국의 자생풍수(1·2)』는 그의 풍수론의 결정체이다.

  필자가 풍수를 처음 접한 것은 1966년이다. 그로부터 12년 만인 1978년에 대한지리학회에서 풍수 논문을 정식으로 발표했으니까 나름대로의 풍수관을 공식적으로 드러내 보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났다. 이제 그 동안에 필자의 풍수에 관한 생각은 크게 바뀌었으며 그 변화를 담아 이 책을 내게 되었다.["한국의 자생풍수 1" - 머리말]

  '최창조 풍수'의 선두에는 항상 도선 풍수의 절터가 등장하고, 대중을 향해서는 지명, 민속신앙물이 자생 풍수의 원형으로 인용되는데, 그런 흔적을 찾아 전국을 헤맨 최창조의 열정은 진정 놀랍다. 특히, 그는 도선이 비록 풍수이론에 해박한 지식을 갖추었으나 발복할 터를 잡아 일신의 안녕을 구한 것이 아니라, 학문적 체계를 갖추고 수입된 풍수를 한국 땅에 적용하여 오히려 병든 땅을 찾아내 병든 것을 고쳐주었다고 말한다.

  부끄럽게도 우리 풍수의 시조가 도선이란 것도 모르고 지냈다. 청오경, 금낭경, 인자수지 따위의 책들을 풍수의 모든 것인 줄 알고 풍수학인입네하며 지내 온 사람이다. 그러다가 도선을 알게 되었고, 그를 알고부터 술법풍수로부터 빠져 나올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었다. 특히 대학을 사직하고 홀가분한 처지가 되고 나서부터는 도선을 마음으로 받아들였달까, 여하튼 풍수에 대한 지금까지의 생각들이 큰 변화를 겪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 풍수서에 나오는 이론들까지 단지 허망한 말장난으로 보아 무시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글보다 깨달음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정도이다.["한국의 자생풍수 1" - p183∼p184]

  그럼, 중국 풍수서에 나오는 이론들은 어디서 어디까지가 이기적인 술법풍수인가 그에게 묻고 싶다. 그 기준은 과연 무엇인가! 중국 풍수이론이 음택에만 사용되면 이기적인 잡술이 되고, 그 이외에 적용되면 자생풍수가 되는가!

   우리 자생 풍수, 특히 도선 풍수에서는 좋은 땅, 맞는 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쁜 땅, 문제 많은 땅을 찾아 놓은 경우가 너무나 많더라는 것이다.["한국의 자생풍수 1" - p6]

  도선의 『유산록』은 구례 땅을 복록을 갖춘 완복지지(完福之地)로 표현할 정도이다. 도선 국사가 기인으로부터 자생 풍수를 전수받은 사도리 마을이 지척이라 나같은 풍수꾼에게는 성지와 같은 곳이다. 섬진강 건너 편에 오산이 있다. 그 산에는 연기, 원효, 도선, 진각같은 네 성인을 기리는 사성암이 있어 구례는 자생풍수의 본거지임을 증명한다.["한겨레신문-땅의 눈물, 땅의 희망편에서" - 2000년 2월 2일]

  이제까지 자생 풍수는 결함 있는 땅을 택하여 그를 고치고자 하는 땅에 대한 사랑이라고 누차 설명해 놓고는, 구례 땅은 살기 좋은 곳이니 자생 풍수의 본거지라 하였다. 하필이면 완벽하게 복을 받을 수는 있는 완복지지가 자생 풍수의 본거지인가! 같은 신문, 같은 연재물에서 그는 이렇게 주장하였다.

  풍수무전미(風水無全美)란 말이 있다. 완전한 땅이란 없다는 뜻이다. 사람이건 땅이건 결함이 없는 것은 없다. 결함없는 곳을 취함은 사랑이 아니다. 일부러 결함을 취하여 그를 고치고자 함이 도선풍수의 근본이다. 그래서 도선풍수는 우리 민족 고유의 '고침의 지리학, 치유의 지리학'이 되는 셈이다.["한겨레신문-땅의 눈물, 땅의 희망편에서" - 2000년 1월 27일]

  최창조가 인용한 『도선 유산록(道詵遊山錄)』은 오로지 남쪽 지방의 명산에 어떠어떠한 형의 명당이 있다고 혈의 좌향과 득수 득파를 기록해 놓은 것이다.

  전라도 무안에는 노승예불형(老僧禮佛形)의 명당이 있는데, 물은 곤방(坤方)에서 얻어 간방(艮方)으로 빠지며, 용맥은 정방(丁方)에서 왔으니 좌향은 정좌계향(丁坐癸向)으로 삼아야 한다.["도선국사 유산록" - 무안편]

  이기론으로 해석하면 그 터는 금국(金局)의 정묘향(正墓向)으로 '귀하고 부자가 되며 후손이 크게 흥하고 장수하며 문장가가 난다'는 길지이다. 하지만『유산록』에서 도선의 행적은 최창조가 주장하는 내용과는 사뭇 다르다. 묘나 집터를 길지에 정함으로써 그 감응을 받아 발복하고자하는, 최창조가 협오한 이기적인 잡술 풍수가 전부이다.

  구례로 넘어가니, 구 만리 높은 산은 구만대천과 배합한다. 성곽이 견고하여 완복지지(完福之地)되겠구나. 그 아래 오봉귀소형(梧鳳歸巢形)의 명당은 음, 양택으로 모두 좋다. 문장가와 재사(才士)가 많이 날 것으로 호남의 명승지이다.["도선국사 유산록" - 구례편]

  또한 『도선국사 유산록』의 저자에 대해서는 도선이 아니라는 말이 많다. 『조선의 풍수』에서는 다음과 같이 평하였다.

  후인이 남부의 풍수승이고, 고려 도읍을 선정했던 유명한 국사 도선의 작으로 혼동했기 때문인 것 같지만, 이 답산기 중에 나와 있는 때가 이조 중엽 이후의 것이기 때문에, 고려 말기의 사람인 도선의 저작은 결코 아니다. 더구나 道詵을 道仙으로 오해하고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후인이 도선의 작으로 착각한 것이 틀림없다. 그건 그렇고 충분한 풍수적 식견을 가지고 상세하게 남부 각지의 길지를 설명하고 있는 점은 조선의 풍수 신앙을 엿보는 자료로서 귀중한 것이다.[조선의 풍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