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보기에 최창조가 정통 풍수를 엉터리 잡술로 호도한 배경에는 역술인과 도사를 자칭하는 일부 풍수가의 풍수 행태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얼마 전에 타계한 손석우[孫錫宇, 육관도사]의 경우를 보자. 그는 적멸보궁에서 기도를 한 후 땅 속을 유리관 들여다 보듯 훤히 바라보는 신안(神眼)이 열렸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그는 전주 모악산에 위치한 김태서(金台瑞)의 묘로 북한의 김일성이 재위 49년만에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예언하였는데, 적중하였다.

  멀리서도 산에서 훈훈한 기운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생기가 뭉친 혈을 정확히 잡고, 풍수지리서를 한 권도 읽지 않고서도 풍수 이론에 해박하고, 패철을 사용치 않고서도 신묘하게 좌향을 정확히 잡는다.[터, 도서출판 답게]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믿기 어려운 말인데도, K 대통령까지 그 신안에 의지하여 용인에 선영을 마련하였다. 이론적 해석보다는 술수적 신비감을 부추기면 부추길수록 사람들이 더 믿는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최창조 역시 예사롭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67년도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나는 틈만 나면 망우리 공동묘지를 찾았다. 부자도 천한 자도 죽음 앞에서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마음을 편하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눈 앞에 사물이 보이듯 땅 속 모습이 보였다. 일종의 투시력, 산매(山魅) 현상이었다.

  한국에서 풍수가로 이름 난 사람들은 모두가 정통 풍수에 근거해 이론을 깨우치기보다는 입산수도 끝에 도사가 된 경우가 많다. 국립묘지의 터를 잡은 지창룡(池昌龍) 씨도 그렇다. 그는 태백산 근처에서 홀로 수도를 했는데, 꿈에 증조부를 비롯한 여러 할아버지들이 나타나 책장을 넘기며 여실히 일러주어 3년만에 개안(開眼)이 되었다고 했다. 지창룡씨는 서울과 대전의 국립묘지 터를 잡아 자칭 국사(國師)라 칭하던 사람이다.

  신안은 도안보다 한 단계 높은 풍수 실력이다. 손석우와 비교하여 최창조의 실력이 한 단계 낮은 것만 차이날 뿐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같은 점은 풍수 이론에 근거하지 않고도 귀신같이 혈을 잡아내는 재주를 가졌다고 주장한 점이고, 다른 점은 손석우는 대학 문턱에도 가보지 않은 사람이지만 최창조는 이 나라 최고의 인재가 모인다는 서울대에서 풍수 이론을 강의한 교수였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