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희의 풍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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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모공원의 조경과 수목

  조경 설계에 있어 대문의 위치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다. 추모공원의 문은 죽은 자와 산 자의 공간을 구분짓는 경계이고, 풍수적으로 공원 내로 기가 들어오는 출입구이다. 따라서 대문은 외부에 순환하는 공기 중 공원 내의 생물이 생기를 얻을 수 있는 방향에 설치해야 한다.

  대체로 양기의 흐름을 살펴 좌우측으로 건축물과 120 각도가 틀어진 곳에 세우면 길격이다. 산줄기와 건물의 좌향 그리고 대문이 서로 120도의 각을 이루어 피라미드같은 구조물이 된다. 피라미드의 구조물 아래에는 한 달 이상 물이 썩지 않을 만큼 생기가 강하다.

  무덤은 유택(幽宅, 사자가 저승에서 사는 집〉이라 부르며, 예로부터 보호·미화·기념(추모)란 세가지 측면에서 중요시해 왔다. 산짐승과 해충의 침범을 막고자 돌로 봉분을 쌓고, 방풍과 미화의 일환으로 봉분과 묘계(墓界)에 잔디를 심고, 그 바깥에 나무 숲을 조성하여 휴식 공간을 겸하였다.

  여기서 무덤 주위에 심은 나무를 묘지목(墓地木)이라 부르는데, 송백은 능묘에 가장 잘 어울리는 나무로 취급되고, 특히 반송은 도래솔[丸松]이라하여 묘지 부근에 많이 심었다.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 중, 묘지목으론 향나무가 가장 많고 배롱나무, 백송, 소나무, 이팝나무도 있다.

  부산진의 배롱나무(제168호)는 정문도의 묘 앞에 있고, 예산의 백송(제106호)는 김정희의 고조부 묘 앞에 있고, 의령의 소나무(제359호), 양주의 향나무(제232호)·청송의 향나무(제 313호), 연기의 향나무(제321호) 등이 그것들이다. 따라서 추모공원의 외곽에는 소나무와 잣나무 숲을 조성하고 안쪽에는 배롱나무·반송·향나무·백송·소나무·이팝나무를 식물의 생육적 특징에 맞는 부지를 제대로 선택하여 심는다.

  또 공원으로 침입하는 사악한 잡귀를 물리치는 삼나무를 심는다. 『산림경제』에, 〈무덤 속의 망상운은 삼나무 못이 그 놈의 뇌를 관통해야지만 죽기 때문에 묘 앞에 반드시 삼나무를 심는 것이 좋다.〉라고 하였다. 하지만 대추나무와 모과나무는 수분을 많이 흡수하는 나무여서 공원 내에 수분을 마르게 하고, 또 가지 끝에 수분이 모여 벼락을 끌어들이니 피한다.

  또 추모공원이 풍수적으로 기가 허약하거나 살풍이 불어와 기가 흩어지는 곳이라면 비보의 지혜를 기울여 생기왕성한 복지로 꾸민다. 산 속에 깊이 있다면 강한 음기를 제압키 위해 연못을 조성하고, 살풍이 불어오면 그 방위로 조산을 쌓아 강한 바람을 막아준다.

  황진과 북서풍을 막기 위해 북서방에 큰 나무를 심으면 따가운 저녁 햇살까지 피할 수 있다. 그밖에 천기(天氣)를 끌어들이기 위해 북두칠성 모양으로 맷돌을 설치한 소공원도 있고, 종교별 특색을 갖춘 테마공원도 필요하다.

  아시다시피 명당에 조상을 모셔야 후손이 발복한다는 풍수 사상은 유교의 조상숭배사상과 맞물려 긴 세월 동안 매장선호사상으로 뿌리를 내렸다. 음택(묘지) 풍수는 인륜적 효심같은 순기능도 있었지만, 일부의 주장처럼 부작용도 있었다.

  그럼으로 풍수학은 앞으로 가진 자들의 전유물이란 오해를 벗어나 변하는 장묘 문화 속에서 새롭게 기여할 바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 방법의 일환으로 추모공원 조성 시에 풍수적으로 고려할 사항을 검토해 보았고, 이 시도는 매장에만 적용됐던 풍수학의 순기능이 화장 문화에 접목되어 일부의 화장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시킬 것이다.

  [ 사진 - 영국 공원묘지의 조경과 우리나라의 전통적 묘지 조경 ]
    1. 上 : 영국 Kensal Green 묘지공원의 아스팔트 포장 진입도로는 마치 죽은자가 산자의 방문을 환영하는 듯한 전형적으로 아름다운 가로환경으로 도심속 자연의 일부가 되었다. (※ "환경과 조경 (10월)" - "추모공원 계획 및 설계시 고려사항 (임청규)" 에서 이미지 인용)
    2. 下 : 묘지목. 부산진의 배롱나무(천연기념물 제 168호)는 800년전 동래 정씨의 묘 앞에 심겨져 지금에 이르고 있다.

석조 조형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