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산야에 널리 분포하는 소나무는 주로 목재로 쓰였는데, 연료, 식품(송화가루), 약재(송진), 관재(棺材) 등으로도 널리 사용되어, '소나무 아래서 태어나 소나무와 더불어 살다가 소나무 아래에서 죽는다.'라 할 정도로 우리 생활에 물질적, 정신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
  또한 소나무는 십장생의 하나로 장수를 상징하고, 또 혹독한 자연 속에서도 늘 푸른 모습을 간직하여 선비의 절개에 비유되기도 하였다. 『양화소록』도 '노송을 보면 가지와 줄기는 구불구불하고 앙상하며 늙은 가지와 옹이가 많다. 이끼를 붙인 채 암석 사이에 붙어 자라는 것을 최상으로 친다.'라하여 화초 중에서 으뜸으로 삼았다.

  또 소나무는 '일월도'에서 보듯이 때론 왕의 위엄과 권위의 상징물이기도 하고, 출산이나 장 담글 때에 치는 금줄에 매다는 풍습에서 잡귀와 부정을 막는 영험한 액막이 역할도 톡톡히 해 내 가장 한국적인 나무로 우리 마음에 자리잡았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나무는 모두가 신령이 깃든 영험한 나무인지라,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는 토속 신앙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무를 베면 천벌을 받아 죽는다는지, 낙엽만 긁어가도 벌을 받는다하여 보호에 각별하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몇몇 소나무에는 그 터에 얽힌 풍수적 설화가 전해져, 나무가 위치한 터가 명당임을 암시하고 있다. 노거수와 풍수학은 불가분의 관계임을 역설하는 대목이다.

  1. 속리의 정2품송(제 103호)-- 조선 시대에 피부병으로 고생하던 세조는 가끔 명산을 찾아다녔다. 하루는 법주사로 행차하는데 타고 가던 가마가 소나무 가지에 걸릴까봐 염려되었다. 그래서 '연(輦)이 걸린다.'라고 말하자, 소나무는 스스로 가지를 쳐들어 가마가 지나가게 해 주었다. 이를 기특히 여긴 세조는 나무에게 정2품의 벼슬을 하사하였다.

  2. 운문사의 처진소나무(제 180호)-- 한 고승이 가지를 꺾어 심었다고 전해지는 소나무이다. 스님들은 수 백 년 동안 독경을 들은 나무가 도를 터득해 지금처럼 자기 몸을 낮추었다고 말한다.

  3. 익산 신작리의 곰솔(제 188호)-- 임진왜란 때, 풍수학에 밝은 과객이 이곳을 지나가면서 명당임을 알았다.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서 소나무를 심었는데, 지금에 이르고 있다.

  4. 합천 묘산면의 소나무(제 289호)-- 광해군은 영창 대군을 왕에 추대하려는 모반 사건을 빌미로 대군의 외조부인 김제남을 처형하였다. 졸지에 역적으로 몰려 3족이 멸하게 되자, 연안 김씨의 한 분이 이곳으로 내려와 소나무 아래에 초가집을 짓고 살았다.

  5. 예천 감천면의 석송령(제 294호)-- 약 600년 전에 풍기 지방에 큰 홍수가 났다. 그때 석간천으로 떠내려오던 소나무를 과객이 건져서 이 자리에 심었다. 뒤에 이수목이란 사람이 '석평 마을에 사는 영검있는 소나무'란 뜻으로 석송령(石松靈)이라 이름 짖고, 토지 6,000m2를 상속하여 등기까지 마치니, 이 나무는 재산세까지 납부한다.

  6. 청도 매전면의 처진소나무(제 295호)-- 옛날 한 정승이 이 나무 앞을 지나는데, 갑자기 절을 하듯이 나무가 가지를 아래로 내려뜨리더니 다시는 일어서지 않았다.

  7. 함양 목현리의 구송(제 358호)-- 약 270년 전, 이 마을에 처음 들어온 진양 정씨 화산공이 심은 것이라 전한다. 그 후 젊은이들이 자연 속에서 호연지기를 기르기 위해 보호되고, 나무 곁에는 구송대를 만들어 계모임, 글짓기 등을 하였다고 한다.

  8. 의령 성황리의 소나무(제 359호)-- 소나무 뒤쪽으로 의령 남씨의 선영이 있어 그와 관련되어 심은 것으로 추측된다. 예전에 이 나무의 북쪽에 있는 다른 소나무와 가지가 서로 맞닿으면 광복이 된다는 전설이 내려왔다. 그런데 그런 현상이 일어나니 정말로 광복이 되었다.

  9. 이천 도립리의 반룡송(제 381호)-- 도선국사가 이곳과 함흥·서울·강원도와 계룡산에서 장차 큰 인물이 태어날 것을 예언하면서 심은 뱀솔 중의 한 그루라 한다. 도선국사는 한국 풍수의 시조로 고려 창국에도 지대한 공을 세웠다.

  10. 거창 당산리의 반송(제 410호)-- 1910년 한일합방과 1945년 광복 1950년 6 .25 동란 등을 겪을 때마다 몇 달 전부터 한 밤중에 '우-응 우-응'하는 괴기한 소리를 냈다고 한다. 나무 아래에 송원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