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란족을 물치친 박달재 전투


    양도면 하일리에는 진강산(443m)이 있고, 외포리에서 온수리로 향하는 고갯길을 지나면 바로 우측에 ‘언양김공취려장군묘소(彦陽金公就礪將軍墓所)’라 쓰여진 안내 표석이 있다. 옛 문헌에 이 분의 묘소가 이 곳에 있다는 기록은 없으나 이난영(李蘭暎)이 엮은 「한국금석문추보(韓國金石文追補)」에 실린 장군의 묘지명(墓誌銘)에 ‘고종(高宗) 갑오년(甲午年, 1234년) 7월 12일, 진강산(鎭江山) 대곡동(大谷洞) 서쪽 기슭에 예장하였다’라는 기록이 있어 그 당시 묘소의 위치가 지금의 자리와 동일한 곳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묘가 장군의 묘라는 것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은 어느 도굴꾼이 이 묘를 도굴하고 미처 지석(誌石)을 흘렸는데, 어느 뜻 있는 분이 지석의 임자를 찾는 광고를 내어 언양 김씨 종중에서 부랴부랴 묘를 정비하여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다.

    김취려(金就礪, ?～1234) 장군은 본관이 언양(彦陽)이고 예부시랑 부(富)의 아들로 태어났다. 음관(蔭官)으로 정위(正尉)에 임명된 후 장군(將軍)이 되었고, 거란족들은 이름만 들어도 몸을 숨기었다 한다. 1216년 거란병(契丹兵)이 가족을 이끌고 의주․영주․삭주 등지에 쳐들어 와 식량을 약탈하고 그 곳을 근거지로 삼자, 장군은 그들을 단순에 무칠렀고, 이듬해에도 충청도 제천까지 침입한 거런병을 무찔러 거란족에게는 신장(神將)으로 불릴 정도이었다. 그러나 많은 공을 세웠으면서도 스스로 내세우지 않아 칭찬이 자자 하였으며, 군사를 통제하는 데는 엄격, 공정하였으면서도 정직, 검약하여 사졸의 존경을 받았다. 장군은 혁혁한 공로로 1221년 병부 상서에 오르고 말년에 문하시중에 제수되었다. 문헌에 전하는 장군의 인품은 ‘정승이 되어서도 안색을 바르게 하여 아랫사람을 거느려 사람들이 감히 속이지 못하였다 하니 진실로 충성되고 의로운 사람이었다.’라고 적고 있어 장군의 높은 덕망을 칭송하였다.



    도굴꾼이 찾게 한 장군의 유택

    돌로 세운 표지판의 화살표를 따라 포장되지 않은 산 길을 들어가면 길은 끊기면서 외딴집이 있다. 장군의 묘는 외딴집 오른편으로 난 산 길을 조금 올라가다가, 묘목을 심은 곳에서 왼쪽으로 난 풀길을 헤치고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면 오석으로된 비석이 있고, 그 윗쪽에 묘가 있다. 너무나 어렵게 찾은 장군의 묘라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귀부에 오석을 세우고 그 위에 쌍용이 여의주를 다투는 형상의 이수를 얹은 비석은 마치 언양 김씨의 위세를 떨치기라도 하듯 반듯하고 정성스럽다. 장군의 사적비는 1983년 5월에 세운 것으로, 비문에는 장군의 일대기가 자세히 적혀 있다. 1909년 지석(誌石)이 발견되어 후손이 묘를 관리하고 제사를 지내고 있다는 그 사적비는 우리 산하에 수 없이 파묻혀 있을 선조들의 유적을 어렵게 찾은 쾌거라 할 수 있다.

    윗쪽에 있는 묘는 망주석만이 남아 있고 옛날의 상석은 묘 한쪽에 묻혀 있다. 근래에 설치한 상석에는 햇살이 빛나지만 묘를 쓴 모양이나 기단을 보아서는 고려 시대의 것임을 금방 알 수 있다. 묘는 골짜기를 내려다 보는 형국으로 마치 하늘에서도 천군만마를 거느리고 외적의 침입을 물리치는 듯 당당하고, 이제라도 찾아준 후손과 탐방객에 대한 감사의 표시인지 주위에는 이름 모를 들꽃들이 물결을 이룬다. 출생년도는 알 수 없이, 고려 고종 21년(1234)에 돌아가신 장군은 고종 묘정에 배향되어 고려산에 계신 고종을 지금도 모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