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번 국도를 따라 병천면으로 접어들면 1919년 3.1운동의 불길이 타 올랐던 '아우내장터'가 나오고, 다리를 건너면 '류관순 열사 기념관'이 매봉산 허리에 단장되어 있다.
  이곳은 병천면 병천리로 '구계(九溪)' 또는 '아내장터'라 부른다. 이 장터는 1919년 열사가 수천 군중에게 태극기를 나누어 주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다가 일본군에 체포된 독립 항쟁의 유적지이다. 70여 년이 지난 지금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고 교통의 중심지로 변하여 옛 정취를 느끼기 어렵다. 그나마 기념관이 건립되기 전에는 오직 구미산(龜尾山)의 '기미독립운동기념비'만이 독립 항쟁의 유적지임을 알려 주었을 뿐이다. 아우내장터가 내려다 보이는 이 비는 1947년에 독립만세를 외치다 순국한 열사의 부모와 수많은 분들의 애국 정신을 기념하기 위하여 5층 기단 위에 사각형 비석을 세운 것이다.

  매년 2월 말일이면 이 비를 중심으로 봉화제를 올려 그 뜻을 새기고 있다. 비문(碑文)은 1940년대의 한글 맞춤법으로 쓰여 그 뜻을 새기기 어렵다.
  "기미독립운동때 아내서 일어난 장렬한 자최라. 기미 삼월 일일 독립 선언이 나서 국내, 국외 만세 소리가 서로 연하였다. 그 가운데에도 충남 병천 아우내장터 일은 가장 장렬한 운동의 하나다. 그 날 적의 총칼에 넘어진 이만 노소 남녀 스무분이요, 옥에서 궂긴 이 한 분이니, 이 한분이 곧 어린 녀학생 류관순, 열 일곱에 이 일을 일으켰다. 음력 삼월 일일은 아우내장이다. 어린 녀학생의 높은 목소리로 '대한독립만세'를 부르자 온 장터가 만세 속에 들었다. 독립 정신은 내미는 앞에 총칼이 보이지 아니하니, 마츰내 많은 피를 흘렸다. 류관순은 잡히었다. 몰려드는 여러 사람 보더니, 소리를 높여 오늘 일은 다 내다. 적이 보니 어린 녀학생이다. 일은 크다. 나이는 적다. 온갖 악형을 다하며 누가 한 것을 대라고 하였으나 오즉 내다라고 할 뿐이다. 그 아버지 류중권과 어머니 이씨, 그 자리에서 총살을 당하고 류관순은 끝끝내 굴하지 아니하야, 증역 삼 년이 다시 칠 년이 되더니 얼마 아니하야 궂기니, 잡히던 이듬 해 십월이다. 한날 적의 총칼에 넘어진 분들이니, 응해서 일어난 이 일으킨 사람과 둘이 아니요, 이듬해 옥사가 그 날의 죽움과 다름이 없다. 형제야, 자매야 선렬들의 핏빛이 아즉것 새롭다. 이 자최를 돌에도 사기거니와 서로들 마음에 사기라."

  또한 이 곳에는 '병천 청소년수련원'이 1984년에 세워져 청소년의 정서를 순화하고, 호연지기의 기상을 함양하며 순국 선열의 호국 정신을 계승코자 하는 수련 활동 장소로 이용되고 있어, 이 곳이 독립 항쟁이 발발한 곳임을 대신하고 있다.
  병천이 '아우내'라는 지명을 갖게 된 연유는 '잣밭내'와 '지랏내'라는 두 하천이 이곳에서 아우러진다 하여 '아우내'라 불리었다. 또한 목천 지방 아홉내가 한데 합쳐진다하여 '구계(九溪)' 또는 '아오내(아홉내)'라 불렀다 한다.
  시내와 인접한 다리를 건너면 탑원리인데, 서울 이태원 공동묘지에 안장된 열사의 시신이 1930년경 도로 건설로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자 1973년 뜻 있는 분들이 류열사의 애국정신을 널리 선양하고자 힘을 모아 이 곳에 추모각을 짓고 초혼묘(招魂墓)를 만들어 외로운 넋을 위로하였다.

   넓은 주차장 윗쪽에는 유열사의 동상이 있는데, 높은 기단위에서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부르는 형상이다. 정면에는 '柳寬順烈士像'이라 음각되었고, 뒷면에는,
  "한국의 딸 류관순은 우리 민족 정기의 화신이다......천상의 성녀로서 거룩한 그 정신은 이 나라의 수호신이 되어 이 겨레와 함께 영원히 살리로다."
라고 음각되어 있다.
  산 윗쪽에 있는 '추모각'은 류열사의 영정을 봉안한 건물이다. 봉안한 류열사 영정을 보면 머리는 가지런히 양갈래로 빗겨져 있고, 두눈은 앞을 응시하고 있다. 또한 흰 저고리의 옷고름은 검정치마위에 단정히 얹혀 있으며, 두 손은 의자에 앉은 무릎 위로 살며시 포개어 잡고 있다.

  나오는 길 오른쪽에 '매봉정수'라는 우물이 있는데 이 맛은 담담(淡淡)하고 약간 단맛이 난다. 매봉산의 정기가 용출하는 이 우물은 예부터 '옷샘' 또는 '안산(案山)정수'라 불리는 신비한 냉천수(冷泉水)였다. 이 우물물은 정양수(靜養水)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가뭄에도 그치지 않고 끊임 없이 솟아 오르고 있다 한다. 앞 잔디밭을 크고 작은 돌에 류열사의 애국 충절을 기리기 위하여 세운 시비(詩碑)들이 여럿 있다. 그 중 한 시비에는 다음과 같은 시가 적혀있다.

  그대 적어짐으로 해서 우리는 이 곳에 우뚝 섰다
  아, 미치도록 그리운 조국의 독립으로 이 땅의 해맑은 웃음이루러
  씨되어 흩날리나니 마침내 그대는 통일의 배꽃으로 피어나소서

  류열사의 생가
  류열사가 태어나 자란 지령리는 산이 에워싸고 물이 돌아 흘러 인걸이 날 땅이라는 뜻에서 '지령리'라 하였다. 영조 때 류광홍이라는 학자가 이 곳에 집을 짓고 당호(堂號)를 지와(芝窩)라 하고 마을 이름을 지금의 지령으로 고쳤다 하는데, "인걸은 지령"이란 말이 생겼듯이 류열사로 인해 일약 유명한 곳이 되었다.

  류열사는 뒷산 매봉에 올라 사흘밤을 기도한 끝에 영감을 얻어 독립운동의 봉화를 들었다 하며, 24곳의 산봉우리에 거사를 알리는 봉화를 올렸다. 그 숭고한 뜻을 길이 새기기 위하여 1977년 봉화지(烽火址)에 탑(塔)을 세웠다. 생가 담장밖에 있는 비석에는, '천 년에 한 번씩 나타나는 크고 빛나는 별이 바로 이 곳에 내려 와 1902년 음력 3월 15일 류관순으로 태어났다.'
라고 출생에 대하여 적고 있다.

  류열사는 본관이 고흥이며, 3.1운동 당시 순국한 류중권과 어머니 이씨 사이의 5남매중 둘째 딸로 1902년 병천면 용두리에서 태어났다. 1919년 16세에 이화학당 학생으로 서울의 3.1독립 선언에 참가한 뒤, 고향에 내려와 4월 1일 아우내 독립만세의 주역으로 항쟁하다가 붙잡혔다. 서대문 형무소에서 받은 갖은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너희들은 반드시 망한다."
라는 말을 남기고 1920년 10월 사지가 여섯 토막으로 찢기는 참살을 당하였다. 류열사의 생가는 나지막한 토담에 사립문이 세워져 있다. 사립문 밖에는 전나무 두 그루가 건장한 문지기같이 우뚝 서 있다. 안채는 'ㄱ'자 형태에 초가를 이었는데, 사람이 살지 않아 마당에는 잔디가 자라고 있다. 잘 정돈된 안채의 흙벽은 옛 고향의 향수를 자아내어 탐방객으로 하여금 들어가 쉬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생가 곁에는 '매봉교회'라는 작은 교회가 있다. 어린 류열사가 꿈을 키우며 다니던 곳으로 이 곳에서 조국의 광복을 간절히 빌었을 것이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주변 어린이들이 올망졸망 손을 잡고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어린 류열사를 보는 듯 정겹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