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와 고복이 끝나면 자손들은 모두 머리를 풀고 곡을 하며 검소한 옷으로 갈아 입는다. 애도는 하되 호곡은 삼가했다. 남자는 심의를 입고 섶을 여미지 않으며, 여자는 흰옷으로 갈아 입는다. 또한 모두 신을 벗고 근신하며 애도한다. 이처럼 자손들이 상제의 모습을 갖추고 초상난 것을 밖에 알리는 것을 '발상'이라 한다. 즉, 발상이란 초상 난 것을 발표하는 것이다.

  발상과 동시에 검은 색 줄을 친 장막을 치고 <근조>라고 쓴 등과 <기중>이라고 쓴 종이를 대문에 붙여 초상을 알린다. 상가는 마름모나 원형의 종이 혹은 등에 상가, 상중, 근조, 기중이라 표시해 문밖이나 길목에 붙여 초상이 났음을 알리고 장례 치룰 준비를 하게 된다.
  우선 상주(주상)와 주부를 세운다. 상주는 상사의 중심이 되는 상인을 가리키는데, 죽은 사람의 맏아들이 상주가 되는 것이 원칙이다. 맏아들이 없고 맏손자가 있을 때는 작은 아들이 있어도 맏손자가 상주가 되며, 상주가 된 장손을 '승중상'이라 한다. 고인의 아버지가 있으면 아버지가 주상이 된다. 아버지가 없으면 형이 주상이 되며 처가족은 주상을 할 수 없다. 장자나 장손이 없으면 차자나 차손이 승중(중책을 이어 받음)하여 상주가 되기도 한다. 주부는 원래 죽은 사람의 아내이지만 아내가 없으면 상주의 아내가 주부가 된다. 맏며느리인 주부가 없으면 주부 없이 그냥 한다.

  다음에 호상, 사서, 사화를 정한다. 주검을 지키며 곡을 끊이지 않아야 하는 상주의 처지에 모든 일들을 두루 처리하기란 힘든 것이라 상가에 호상소를 세운다. 호상소는 손님이 출입하면서 거치기가 쉬우며 주상과의 연락이 편한 곳에 만든다. 호상이란, 요즘식으로 말하면 장례위원장인 셈이다. 호상은 상주의 가까운 일가 어른 가운데 상례에 밝고 덕망 있는 사람을 뽑는데 상주를 도와 상례 일체를 관장하며, 상례에 밝은 사람을 집사로 뽑아 호상을 보조하게 한다. 이때부터 호상은 지필묵을 준비하여 물품이나 금전의 출납을 기록하고 조객의 출입도 기록한다. 호상은 사서, 사화를 별도로 뽑아 역할을 분담하는데 각기 의례의 진행, 찬 및 축문 담당, 기록 담당, 경비 출납 등을 맡겨서 일을 돕도록 한다. 사서는 문서를 맡아 모든 것을 기록하며, 사화는 재물을 맡아 처리하는 사람을 말한다.

  * 곡소리
  곡소리는 청각적으로, 지붕 위에 던져 둔 적삼은 시각적으로 이웃사람들에게 초상이 났다는 것을 알리는 구실을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때때로 우는 것을 '애곡'이라 한다. 의례적으로 곡소리를 내는 조상할 때의 곡을 '예곡'이라 한다. '속굉시'의 곡은 자연스런 울음의 폭발이지만 '발상시'의 곡은 '애고애고' '아이고 아이고' 하며 의도적으로 곡을 그치지 않는 것도 '발상'의 구실 때문이다.
상주는 "애고,애고" 하면서 슬피 통곡하고, 조객들은 "어이, 어이" 하면서 서러워하면 된다. 이렇게 우는 부녀자들의 신분이 과부, 소박맞은 여자, 불구가 된 자녀를 가진 어머니 등 어딘가 결격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즉, 이 부녀자들은 어딘가 무한히 통곡하고 싶은 소지를 가진 '한 많은' 부녀자들로서 남의 상사에 가서 나의 슬픔을 울어 카타르시스에 이르는 것이다. 상사에 구슬픈 통곡이 크고 길수록 그 집에 효부 났다고 소문나게 돼 있다. 일거양득의 이 통곡의 가치가 이같은 남의 상청에 가서 속을 푸는 슬픈 관계를 토착화시켰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얼마전 신문에 최근 중국에서 곡 대행하는 사업체도 성행한다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사실 우리나라도 개화기 때까지만 해도 '곡비'의 존재가 성행했다고 하다. '곡비'란 애사가 있는 집에 돈을 받고 가서 통곡을 해주는 직업적인 여성이다. 곡비를 사서 직업적으로 울리는 이유로 곡성이 구슬플수록 그 집안 안사람의 평판이 좋아진다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