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매장과 묘지 등에 관한 법률」은 집단 묘지는 최고 3평, 개인 묘지는 9평으로 묘지 면적을 제한하였다. 이것을 초과할 경우는 불법 묘지로 간주되어 벌금이 나오거나 계속 불응할 경우 강제이행금이 부과된다. 따라서 누구도 이 법을 피해 갈 수는 없다. 하지만 사회장 이상으로 장례를 치르는 경우는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니, 국민들간에 불신이 높다.

  또 다른 문제는 개인의 묘지를 9평으로 제한한다면, 지금처럼 원형 토장묘는 만들지 못하고, 사각형 혹은 원형의 묘를 만들되 꼭 호석을 둘러야 봉분의 형태가 유지된다. 그럼으로 개정 법률은 산 속을 돌로 치장하는 새로운 관례를 낳을 여지가 많다. 더욱 큰 자연훼손을 불러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현재처럼 석물을 설치하지 않은 묘들은 몇 십년이 지나면 모두 자연 상태로 환원되지만, 석물을 설치한 묘는 몇백년이 흘러도 흉물스럽게 남게 된다.

  반만년 동안 이 땅에 살다가 땅에 묻힌 사람은 최소한 1억 명이 넘는다. 그렇지만 현재 한국의 분묘수는 약 2,000만개이다. 8,000만 개는 자연으로 환원된 것이고, 또 현재 후손이 돌보지 않는 무연고 묘가 70%이상이라고 하니, 그것들도 얼마 되지 않아 자연으로 환원될 것이다. 하지만 석물을 갖춘 묘지는 어떤 경우든 자연으로 환원되지 않으니, 후세에 또 다른 환경 공해로 남을 것이다. 납골묘나 납골당도 마찬가지로 훗날 흉물이 될 것이 뻔하다. 산림 훼손과 국토 잠식이란 명분에만 집착하여 매장을 지양시킨 정책을 입안한 행정적 착오임에 틀림없다.


<사진 : 자연상태로 되돌아가고 있는 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