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의 발복을 믿어 묘를 9번이나 이장한 사람이 있다. 바로 『격암유록』을 짓고 풍수학에 밝았다고 알려진 남사고(南師古)이다. 풍수학을 배운 다음 아버지의 묘를 찾으니 흉지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 길지라 생각되는 곳에 유골을 옮겨 무덤을 다시 만들었다. 하지만 욕심은 더욱 강해져, 그 후로도 7번이나 더 옮겼다. 그래도 흡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길지를 찾아 전국을 답사한 끝에 겨우 천하의 '비룡상천형(飛龍上天形)'이란 명당을 찾았다.
  춤을 출 듯이 기뻐한 남사고는 그 즉시 아버지 무덤을 파내고는 유골을 수습하여 그 장소에 이장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이장이 다 끝나 가는데, "아홉 번 이장하여 열 번째로 장사지내는 남사고야, 용이 하늘로 오르는 명당이 아니라 죽은 뱀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흉지가 바로 이곳이다."라고 장사 일을 하던 한 일꾼이 노래를 불렀다. 깜짝 놀란 남사고가 다시 산세를 살피보니 과연 죽은 땅이었다. 낙심한 남사고는 유골을 다시 지고 내려와 흉하지 않은 곳에 장사지냈다고 한다.

  풍수지리학은 사람이 자연 속에서 좀더 건강하고 안락하게 살 터를 구하는 동양의 지리관이며 경험 과학적 학문이다. 조상의 묘지를 자연의 생명력이 왕성한 곳에 택해서 영혼과 유골의 편안함을 구하거나, 주택을 길지에 지어서 지력에 의해 건강과 행복을 꾀하거나, 마을과 도시가 들어설 부지를 선택하는 방법 등이 풍수지리가 일상에 쓰인 방법들이다.
  이처럼 조상의 묘지를 명당에 모셔 발복을 한다는 초현실적인 풍수사상은 유교의 조상숭배사상과 맞물려 긴 세월 동안 매장 선호 사상으로 뿌리내렸다. 그러나 풍수와 매장문화가 우리사회에 해악만 끼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매장문화가 전적으로 풍수의 발복사상에서 기인한 것 또한 아님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풍수가 매장문화를 부추기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풍수는 이러한 초현실적인 요소 이외에도 자연속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조상의 지혜가 축척되어 있고, 고대 동양의 과학과 자연관이 담겨져 있다. 비록 풍수의 동기감응과 같이 초현실적인 요소가 과학적으로 입증이 안 되었다하더라도 그러한 요소들을 무시할 수 없다. 현대과학이 증명하지 못한 신비스러운 자연현상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그러한 풍수사상은 이땅에 해악만 끼친 것이 아니라 생명존중, 인륜적 효심과 같은 순기능도 담당하였다고 보며, 현대와 같은 세태에서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진 : 용, 풍수에서는 산맥을 용맥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