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암(忍菴) 박효수 선생의 유림장이 경상북도 청도군 이서면 신촌리 322-1 선생의 생가에서 거행되었다. 유림장이란 유림의 명의로 치루어지는 상례로서 전국의 선비들이 모여서 유림장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1900년대에는 마지막 유림장이라고 유림회에서는 말하였다.
  유림장을 하게 된 동기는 선생께서는 유언으로 어떤 종류의 상례로 지내줄 것을 말씀하시지 않았고, 평소 선생의 뜻이 검소한 상례를 원해서 가족들이나 문하생들은 가족장으로 치르고자 하였으나 유림의 주장때문이었다. 유림들이 선생의 뜻에 반하면서까지 유림장으로 추진하게된 동기는 작금의 사회 현상에 의한 것이었다. 도도하게 밀려온 서구 문명의 영향으로 윤리와 도덕이 땅에 떨어진 세상에 경종을 울리고 한편 일반 의례의 전통성이 상실되며 유교사상을 고리타분한 사상으로 운운하는 이 시기에 유림장을 통해서 전통 상례를 보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인암 박효수 선생은 1906년에 태어나 5세때부터 유학을 닦았다. 인암선생은 영남 연원학맥을 전승해 오셨다. 인암(忍菴)이란 호는 '모든 일에 인내로써 대취하라'는 뜻이다. 인암선생은 평소 효를 강조한 가르침과 삶으로 후학을 양성하였다. 부친이 별세하였을 때 선생은 3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성묘하였다. 글이 방대하게 많아 현재 약 21권의 문집이 수집되어 있다. 실로 선비로서 글로서만 아니라 실천을 보인 행장이라 할 수 있다.
  인암 박효수 선생의 상레는 유월장(踰月葬)으로 치뤄졌으며 기간으로는 15일장이다. 유월장이란 초상이 난 달을 넘겨 상례를 치르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 유월장을 치루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초하루나 보름의 삭망전을 지냄으로해서 망자와의 헤어짐을 애도하며 또한 그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해주는 것이다. 둘째는 과거 교통 및 통신 시설이 미비할 때에는 장례가 발생한 것을 알리는 데에도 여러날의 시일을 필요로 했으며 또한 부음을 받은이들도 문상을 하기위해 여러날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장례기간이 길어지기도 하였다.

  1) 1996년 12월 31일
  인암선생이(오후 5시 35분경) 고종하셨다. 고종을 하자 수시를 하였다. 수시의 순서는 솜으로 귀와 코를 막고 눈을 감기고 턱을 받쳐 입을 다물게 한 뒤 머리를 높이 괸다. 시체가 굳기 전에 손발을 고루 주물러서 펴고 자세를 바르게 한 후에 배지로 얼굴을 덮는다. 두손을 배위에 올려 놓는데 남자는 왼손이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올라가게 한다. 백지나 베로 자세가 흩어지지 않게 묶는다. 나무판위에 시체를 옮겨 뉜다. 시상을 병풍이나 가리개로 가린 뒤 사진을 놓고 초를 밝히고 향을 피운다. 선생이 평소 즐겨입던 상의를 가지고 선생의 영혼을 불러 망자에 덮어 회생을 바라는 고복을 하였다. 고복을 마친 후 상주(常主), 주부(主婦), 호상(護喪), 사서(司書), 사화(司貨)와 장지(葬地)를 선정하였다. 이때 결정된 장지는 자양산 우울 고사곡 선영이다. 발상은 초상을 발표하는 것으로 아들 딸 며느리가 머리를 풀고 검소한 옷으로 갈아 입는다. 이때 '상중(喪中)'·'상가(喪家)'·'기중(忌中)'이라고 써서 대문과 길목에 붙인다. 발상과 동시에 호상이 해야 하는 일은 부고(訃告)이다.

  2) 1997년 1월 1일
  염습은 소렴과 대렴으로 나뉜다. 소렴은 사망한지 2일째 아침에 수의를 입히는 절차이다. 손과 발을 묶고 코와 귀를 막아 이불을 덮어 병풍으로 가린다. 향탕수나 쑥을 끊인 물로 몸을 깨끗이 닦고 명주로 된 속옷과 바지 저고리 두루마기 도복을 갈아 입히는 절차이다. 즉 수의를 입히는 것이다. 이것은 망자에 대한 최후의 의식이다.

  3) 1997년 1월 2일
  대렴은 사망후 3일날 아침 입관할때의 절차이다. 관은 금번 유림장에서는 잡목을 사용하지 않고 생소나무로 제작하였다. 관의 바닥에는 조개껍질 가루를 뿌리고 그 위에 칠성판을 깔고 지금(地錦)을 깔았다. 다음으로 대렴포를 횡으로 놓고 그 위에 대렴금을 놓은 후 소렴한 시신을 놓는다. 대렴이 끝난 후 관을 정침에 모시는 것이 예서에 전하는 바이나 별도 로침을 마련하여도 무방하다. 토감(土坎)은 정식으로 무덤 속에 관을 넣기 전에 임시로 흙으 덮는 것으로 영구를 정결한 곳에 모시는 것이다. 토감은 장례의 기간이 긺으로 해서 발생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특히 하절기의 긴 기간 동안 장례를 치룰 대 상제나 조문객이 시신의 상태의 변화로 인해 느낄 수 있는 불쾌함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인암 선생의 유림장에서는 토감을 선생의 댁의 뒷편에 모셨다.

  4) 1997년 1월 3일
  상주의 성복(成服)은 상복을 입을 때 올리는 제사로 대렴을 한 다음날 즉 운명후 4일째 되는 날 상주 및 복인은 각각 상복을 입고 해가 뜰 때 영좌 앞에 혼백을 모시고 제물을 갖춰 상을 차리고 차례로 잔을 올린다. 성복이후 조석으로 상식(上食)을 올리고 곡을 하였다. 성복이 끝나면 비로소 조문객을 받기 시작한다. 부고는 사망 당일 보냈으나 성복이 끝난 후인 사망 4일째부터 조문객을 받기 시작한다. 1997년 1월 4일∼1997년 1월 8일까지 5일간 특별한 의식이 없었다.

  5) 1997년 1월 9일
  삭망전 중 초하루전을 지냈다. 삭망전은 초하루전과 보름전이 있는데 장례 발생일을 기준으로 중간의 하나를 날짜에 맞추어 지내게 된다. 1997년 1월 10일∼1997년 1월 12일까지 3일간은 특별한 의식이 없었다.

  6) 1997년 1월 13일
  장례 하루전으로 계빈(啓殯), 개토고유(開土告由), 선조묘에 고사, 개토(開土), 석전(夕奠)이 시행된다. 계빈은 발인시 출구하기 위해 빈소를 여는 것으로 장례일 전날 아침영구를 옮기는 고유(告由)의식이다. 고유란 큰일이 있을 때 사당에 고하는 일이다. 개토고유는 산신제로 유택을 모실 산의 신에게 고하는 것이다. 개토는 묘를 쓰거나 집을 지을 때 땅을 파기 시작하는 것이다. 개토고유를 마친후 주변의 선조묘에 고사를 지냈다. 석전은 망자의 혼이 영원히 떠나감을 알리는 의식이다. 인암선생은 영구를 사당에 옮겨 고유하는 의식하지 않고 명정을 옮기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석전이 끝난 후 유림들이 모여 장례절차에 대한 재점검을 하고 만장을 읽었다. 만장을 읽는 절차는 만장을 통하여 평소 망자와 지근했던 이들의 석별의 정을 나타내는 것이다.

  7) 1997년 1월 14일
  장례당일의 의식으로는 조전(朝奠), 발인제(發靷祭), 노제(路祭), 출상(出喪), 하관(下官), 폐백(幣帛), 제주제(題主祭), 초우(初虞)가 있다. 조전은 장례 당일 아침 영구를 옮기면서 상여가 나아감을 알리는 고유의식이다. 오전 9시경 토감안 영구를 제자들이 모시고 상주와 복인들이 곡을 하며 발인 장소에 따라간다. 영구를 상여에 싣고 발인제를 지냈다. 장례의 행렬은 방상씨, 명정, 만장, 혼거, 공포, 대거의 순이었다. 운상은 32명의 상두꾼이 하였다.

  ※ 방상씨는 행상에 앞서 악귀를 내쫒는데 사용하는 것이다. 두 개의 방상씨가 앞장섰다.
  ※ 명정은 붉은 천에 흰글씨로 인암 박효수 선생지구(柩)라고 쓰였다.
  ※ 만장은 망자를 애도하여 지어 보내는 글이다. 내용은 영혼과의 이별을 슬퍼 하는내용이 불귀의 길을 간 것에 대한 슬픔, 과거의 추억, 인생의 무상함 등이다. 이번 장례에는 300여 만장을 많은 지인들이 들었다.
  ※ 혼거는 연모양으로 혼백을 모시고 가는 것이다.
  ※ 공포는 관을 묻거나 관을 닦을 때 쓰는 삼베
  ※ 대거는 즉 상여이다.

  이번 장례에서는선비 정신에 의하여 화려하지 않게 백색 중심으로 만들었다. 인암선생이 평소에 후학을 양성하였던 지산서원 앞에서 노제를 지냈다.

  유택지 도착
  11시 30분경에 유택지 도착한 상여는 미리 정한 하관시간에 맞추어 12시에 하관하였다. 하관 절차는 탈재하여 운구하고 하관한 후 공포로 관위를 깨끗이 닦고 명정을 덮고 상주 폐백을 드렸다. 폐백 후에 현(玄)은 동쪽에 놓고 훈(勳)은 서쪽에 놓았다. 하관 장소는 전일 파놓았던 유택이며 운삽은 한가운데로 동서로 하였으며 상주는 상복 소맷자락에 흙을 모아 상·중·하 세군데 놓았다. 그후에 다시 청대 한 장을 덮어 놓았고, 그 위에 횡대를 깔았다. 이때 상주이하 복인이 다같이 통곡 재배하였다. 봉분은 하관후 조개껍질 가루를 덮었다. 하관과 봉분이 끝난 12시 30분부터 조문객을 맞이했다. 조문이 끝난 후 점심 식사를 마치고 상주와 복인들은 신주를 모시고 곡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초우제
  16시 30분경 집으로 돌아온 상주가 비로소 세수를 하고 상옷을 입으며 혼령에게 처음 제사를 지내는데 이것이 초우제로 초우제에서부터 비로소 모든 제사의식을 갖추어 지낸다.장례 당일에는 초우를 지내고 그후 재우 삼우를 지낸다. 이후 매일 조석으로 곡을 하고 산소 성묘를 하며 음력 초하루 보름 제사를 지낸다. 이때 상주는 죽으로 소식을 하며 목욕이나 머리 깍는 일을 하지 않고 3년상을 지낸다. 약 18시경에 장례를 일보던 사람들이 돌아갔다. 이때 상주와 주부가 일일이 인사를 드렸으며 이후 조장을 보내 주신 것에 대한 답조장의 절차를 논의하였다.

  8) 1997년 1월 15일
  재우제를 지냈다. 재우제는 장례일이 강일(剛日)이면 그 다음날이 재우가 되고 유일((柔日)이면 그 다음 다음날이 재우가 된다. 이번 장례에서는 장례일이 강일이었기 때문에 11월 15일 날이 재우날이다. 강일은 일진의 천간이 甲·丙·戊·庚·任인 날로 이날을 양의날이라 하여 바깥일을 보기에 좋은 날이라 하며 척일(隻日)이라고도 한다. 장례일이었 1월 4일의 천간은 丙辰일이기 때문에 강일이다. 유일은 천간이 乙·丁·己·辛·癸인 날로쌍일이라고도 한다. 재우의 제사의식은 초우와 같다.(그 날의 천간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민력을 서점에서 구입한다. 민력에는 각각의 날짜에 해당하는 천간을 표시해놓았다.)

  9) 1997년 1월 16일
  삼우제를 지냈다. 장례일이 강일이기 때문에 장례3일째가 삼우가 되며 의식은 재우와 동일하였다. 삼우제 이후 삼년상을 치를 때까지 아침 저녁 곡을 하며 상식을 하고 성묘를 간다. 매월 음력 초하루 보름에는 삭망전을 지낸다. 삭망전은 상중에 있는 집에서 매월 음력 추하루 보름에 지내는 제사 보름전과 초하루전이 있다. 졸곡제는 삼우제 뒤에 지내는 제사로 장례후 3개월 만에 택일하여 졸곡제를 지낸다. 졸곡제를 지내는 날로는 丁日이나 亥日을 택하며 졸곡제를 지낸다. 그 후 돌아가신지 1년만에 기년제인 소상을 지내며 돌아가신 2년만에 대상을 지낸다. 대상후 3개월째 지내는 제사인 담제라고 하고, 담제후 3개월째에 길제를 지낸다.


<사진 : 만장을 앞세운 장례행렬(본문의 내용과는 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