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현장에서 스님·목사가 고인의 명복을 비는 의식을 행하는 경우가 많다. 스님이 행하는 의식(영가천도)은 혼령을 극락정토로 인도하는 뜻도 있지만, 행여 묘를 쓰고서 있을지도 모를 흉한 기운을 쫒아버리는 역할까지 한다고 한다. 풍수사는 땅의 길흉을 판단하지만 언제나 땅에 두려움을 느낀다. 사람의 몸에 상처가 나면 피가 흐르면서 아픈 것처럼 매장을 위해 땅을 판다면 땅 역시 피를 흘리고 아파할 것이다. 그럼으로 풍수사는 부지부식간에 땅에 상처를 주는 가해자이다. 그것도 사람의 심장에 해당되는 곳, 즉 주변 산세 중에서 가장 지기(地氣)가 뭉친 혈처를 정확히 집어내 그곳을 파헤치니 땅에 영혼이 있다면 노할 일이다. 그래서 풍수사는 땅을 파기에 앞서 토지신에게 산신제를 정성컷 지내며, 스님의 의식을 고맙게 여긴다. 이런 의식을 막무가내로 미신이라고 무시해서는 안될 것 같다.

  1971년 공주에 있는 무녕왕릉의 발굴이 있었다. 침수방지를 위한 공사였는데, 무덤 안에서 수천 점의 호화찬란한 부장품이 쏟아져 나와 국내외 최대의 고고학적 기개를 올렸다. 그런데 지석(誌石)에 따르면, 백제의 황금기를 이뤘던 무령왕이 죽어 묻히게 되자, 산신(山神)에게 자기가 묻힐 땅을 돈을 주고 산 기록이 나온다. 천하가 왕의 것이나 구태어 돈을 주고 사는 형식을 밟은 것이다. 이런 무령왕의 겸손이 산신을 감동케하여 일제 시대에도 약탈을 면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진 : 실제로 하관식을 목사님이 주관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