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나무는 본래 자라던 지형 환경의 지질, 바람, 햇볕 등의 영향을 받아 가지의 수세가 발달한다. 만약 당초 형성된 수세를 무시한 채 옮겨 심으면 심한 몸살을 앓거나 수세가 약해진다. 풍수는 나무가 자라던 환경을 도식화하여 식목할 때에 주가지의 수세를 어느 방위로 두어야 하는가에 해답을 제시한다.
② 본래 자라던 토양과 비슷한 토질의 장소를 택한다. 성어가 된 연어는 알을 낳기 위해 자기가 태어난 냇물을 찾아오는데, 정확히 회귀할 수 있는 이유는 태어난 물맛을 기억하기 때문이라한다. 나무도 생물체이기 때문에 처음 뿌리를 내린 토질이 그 일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노거수치고 이식한 것은 아직까지 없다. 따라서 나무를 이식하면 오래 살지 못한다는 결론도 가능하다.
용계의 은행나무(제 175호)는 조선 선조 때에 탁순창(卓順昌)이 이곳으로 낙향하여 여러 벗들과 이 나무 아래에서 담소를 즐겼다고 한다. 한국 은행나무 중에서 굵기가 가장 굵었는데, 임하댐이 건설되면서 수몰 위기에 처하였다. 그러자 1990∼1994년에 걸쳐 이 나무를 들어올려 심는 상식(上植)공사가 벌어졌고, 20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공을 들여 이식하였지만, 현재 수세가 약해졌는지 은행이 예전보다 적게 열린다고 한다. 그러므로 토양의 성질을 면밀히 파악해 예전의 것과 비슷한 곳을 택한다.
③ 본래의 깊이를 감안하여 식목한다.
명의가 침을 놓을 경우, 먼저 환자의 오장육부에 일어난 병의 원인을 파악한 다음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정확한 혈을 잡고서 침을 꽂는다. 만약 잘못된 혈에 침을 꽂았다면 오히려 기가 막혀 병을 더욱 악화시킨다. 또한 정확한 위치 뿐만 아니라 그 깊이에도 한 치의 오차가 없어야 한다. 너무 깊게 찌르면 장기가 다치고, 얕게 찌르면 침을 놓은 효험이 없다. 풍수도 내룡 중에서 생기가 최대한 응집된 혈을 정확히 정하고, 팔 때는 깊이가 적당해야 한다.
얕게 팔 곳을 깊게 파면 생기가 위로 지나가고, 깊이 팔 곳을 얕게 파면 생기가 아래로 지나가니 터럭 만큼이라도 틀리면 화복은 천양지차이다. 그러므로 혈을 정하되
한 자만 높아도 용이 상하고 한 자만 아래로 내려도 맥을 벗어나고 좌우로도 틀림이 없어야 한다. 나무를 심는 깊이도 나무의 생육 상태를 고려하지만, 나무가 지기를 올바로 받을 수 있는 적당한 깊이가 중요하다.
④ 지주대의 설치 등에 주의한다. 나무를 심고 나서는 뿌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지주대를 설치해야 뿌리의 활착이 빠르고 튼튼하다. 현대는 양질의 지주대가 널리 보급되어 염려는 없으나, 나무가 가장 안정을 유지할 적당한 부위에 지주대를 설치해야 안정을 되찾고, 뿌리가 빨리 자리잡는다. 그럼으로 나무 주위를 순환하는 바람의 세기를 패철로 측정해 적당한 지탱 부위를 찾고, 그에 맞는 지주대의 크기를 정해야 한다.
⑤ 물을 충분히 주어 말라죽는 것을 방지한다. 나무를 심고 물을 주는 이유는 땅 속에 뻗은 물줄기와 나무를 심은 흙 사이의 혈관을 이어주는 것이다. 따라서 물을 충분히 줘야 흙 속의 공기가 빠져나와 물길이 서로 연결되면서 고사되지 않는다.
[사진 : 좌 - 용계의 은행나무 (175호, 임하댐의 건설로 수몰 위기에 놓인 나무를 어마어마한 상식 공사를 벌여 옮겼다.), 하 - 주문진 장덕리의 은행나무 (166호, 노거수를 연구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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