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신문, [풍수지리로 본 행정수도 후보지] 고제희 이사장님 기사!!!
2004.06.30

[매일경제 2004-06-24 ] 풍수지리로 본 행정수도 후보지
6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1393년 계룡산 일대. 이곳에서는 도읍지 건설 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궁궐이 들어갈 자리며 도성을 쌓을 준비작업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1년 전 조선을 창건한 태조 이성계는 송악(개성)을 떠나 계룡산 아래 신도안으로 천도 (遷都)를 하려는 참이다.
이때 권력에서는 밀려 있었으나 나름대로 풍수지리에 정통했던 유학자 하륜이 나서 이를 만류한다.
"송조 주의랑 호순신(胡舜申)의 '지리신법(地理新法)' 에 의하면 길흉정방(吉 凶定方)에 있어서 물은 길방에서 와서 흉방으로 흘러가야 길복(吉福)의 지(地) 가 되는데 신도안은 반대로 흉방에서 와서 길방으로 흘러가니 이는 흉화(凶禍) 를 초래할 땅입니다."
태조가 여러 문신을 시켜 이를 검증케 하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이에 새로 운 땅을 찾으니 무학대사와 정도전이 한양을 추천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궁(正宮)을 지을 자리를 놓고 불교계와 유교계의 한판 대결 이 벌어진다. 태조의 왕사인 무학대사는 풍수로 볼 때 인왕산이 좋다고 했으나 결과는 북악산 아래(현 경복궁 위치)를 관철시킨 정도전 일파의 판정승으로 끝 난다.
이에 무학대사는 "200년 후에는 큰 난리가 나고 500년 후에는 백성들이 굶어죽 을 것" 이라 탄식한다.
역사의 한 장면에서 무학대사가 말한 200년 후 난리는 임진왜란이었을까. 인왕 산 아래 궁을 지었으면 조선이 더욱 번창했을까. 아니면 북악산 아래 지었기에 500년이나 조선이 지속된 걸까.
끊이지 않는 논란 속에서도 정부는 신행정수도 이전을 밀어붙이고 있다. 정도 전과 무학대사가 다시 살아 돌아온다면 4곳의 후보지 중 어느 곳을 선택할까.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풍수지리로 국가의 운명이 걸린 행정수도 입지를 정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혹세무민의 감언이설로 국민들을 혼란케 하는 일이 있어서는 더욱 안된다.
그렇지만 풍수지리도 결국 사람의 삶에 도움을 주려는 취지로 발전돼온 것이라 고 보면 후보지 4곳의 다른 조건이 다 같다면 풍수지리가 우수한 곳이 국민들 에게 더욱 큰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 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 풍수지리 자문위원을 역임했던 고제희 대동풍수지리 학회 이사장과 함께 후보지들을 답사한 후 도읍으로서 명당으로 꼽히는 서울의 조건과 비교해 봤다.
■ 천안
천안은 한강과 같은 큰 하천이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4곳 중 서울과 가장 비슷 하다. 후보지 북서쪽의 흑성산(519m)과 이어진 세성산(218m)이 주산 역할을 하 고 주변 백운산(240m) 등이 이를 떠받치는 모습이다. 주산 앞쪽에는 주요 행정 기관이 들어설 수 있는 평지도 있다.
북쪽으로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남쪽으로 병천천이 흐르는 점 등으로 볼 때 어느 정도 배산임수의 조건도 갖춰져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은 금북정맥의 시발점으로 큰 물(강)을 갖추지 못하고 남쪽으로 는 산하금대 조건을 갖추지 못한 점이 아쉽다. 행정기관이 들어설 혈맥(중심) 이 될 수 있는 세성산 인근에서 보면 명당수인 병천천ㆍ산방천의 흘러가는 모 습이 시야에서 곧 감춰지니 생기가 쌓일 조건도 어느 정도 갖춰진 곳이다.
그러나 하천의 수량이 작은 점과 외부에서 발원한 하천이 명당수가 됐다는 점 은 지기(地氣)가 약해질 수 있는 단점이다.
고제희 이사장은 "이 지역은 전체적으로 생기가 몰려 있는 지역이어서 무덤이 나 집을 써도 좋을 곳" 이라며 "그러나 지맥이 여러 곳에서 뻗어온 터이며 하 천도 복잡한 형태여서 지기 역시 산만하다" 고 설명했다.
■ 공주.연기
후보지 중심부에 주산이 위치하고 금강이 가로질러 흐른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 힌다. 주산은 국사봉에서 뻗어온 전월산(260m)이 될 수 있으며 금강을 넘어 괴 화산이 이와 마주한다. 그러나 금강이 주산과 너무 가까워 정기를 받을 수 있 는 지역에 행정관청 등이 들어설 자리가 부족한 게 흠이다.
또 주산 주변에 좌청룡 우백호로 삼을 만한 산이 없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일 부에서는 국사봉을 주산으로 삼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후보지 밖에 위치해 적 절치 않다.
중심부 남쪽으로 금강이 흘러 산하금대와 배산임수의 일부 요건은 갖췄으나 북 쪽 주변으로 병풍처럼 산이 에워싸지 못해 요해지의 요건이 부족하다. 명당수 인 미호천이 외부에서 발원해 금강에 합류하는 점도 생기가 모이기에는 장애요 소다.
풍수적인 면만 따진다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수도이전 후보지로 꼽았던 공주 장기지역이 더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지역은 국사봉을 주산으 로 배산임수 지형을 갖추고 있다.
■ 논산.공주
충남 논산시 상월면과 공주시 계룡면 일대는 천안 다음으로 풍수여건이 좋은 것으로 분석됐다.
후보지 동쪽에 힘이 강한 계룡산(845m)이 위치해 있어 후보지 전체가 이 기(氣 )를 받을 수 있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또 후보지 내부에서 발원한 노성천이 명당수로 흐른다는 점도 생기가 쌓일 수 있는 이점이 된다.
그러나 계룡산은 주산으로 삼기에는 너무 험준하고 크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서쪽 노성산(315m)을 주산으로 삼을 경우 객산(客山)인 계룡산이 주산의 기를 누르는 형국이 된다.
동쪽에는 계룡산 항적산 등이 있지만 남쪽과 북쪽으로는 산이 없고 북고남저의 지형도 갖추지 못해 배산임수의 요건은 다소 약하다.
또 혈맥(중심)에서 봤을 때 노성천이 동서로 흐르지 않고 남북으로 끊임없이 흘러내려가는 것도 도읍의 기가 빠져나가는 요인이 된다.
남쪽으로 큰 강이 없으니 산하금대 요건도 다소 약하다.
고제희 이사장은 "지기가 전체적으로 짜임새는 있으나 도읍이 되기에는 약한 부분이 있어 비보(裨補)가 필요하다" 고 설명했다.
■ 음성.진천
이 지역은 구릉과 평지로 이뤄지고 풍수해가 적어 사람이 살기는 더없이 좋지 만 도읍으로 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우선 후보지 안에 주산으로 삼을 만한 큰 산이 없다. 후보지 밖에 함박산(390m )이 있기는 하지만 이를 받쳐줄 산이 주변에 없어 주산으로는 적합치 않다.
수원(水源)이 부족한 것도 흠으로 지적됐다. 후보지 안에 외부에서 발원한 한 천천과 미호천이 흐르기는 하지만 수량이 적고 남으로 흘러내려 생기가 쌓이기 어렵다. 산세가 부족하고 큰 강도 없어 배산임수를 갖춘 것으로 보기도 다소 어렵다.
또 이 지역은 대체로 땅의 모양이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큰 강이 없고 남북으로 뚫려 있어 산하금대의 조건도 그리 좋은 편이 못된다.
고제희 이사장은 "생거진천(生居鎭川)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 지역은 논ㆍ밭이 많아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 이라며 "그러나 주산이나, 배산임수, 산하금대, 하천의 흐름 등이 전체적으로 도읍이 되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고 설명했다 .
김규식 기자
[사진 : 매일경제신문에 실렸던 사진의 원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