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희의 풍수칼럼
목록으로
  산림사상














[숲이 희망이다 20]산림사상




우리의 숲은 산에 가면 길이 아닌 곳은 들어가지도 못할 정도로 울창하지만, 숲을 보고 느끼는 것은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숲이라고 하면 단순히 자연의 일부로 나무가 자라고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공간으로 여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30~~40년 전에는 맨땅이 드러나고, 비가 조금만 와도 홍수를 걱정하게 하던 숲이었다는 것을 거의 잊어버린 듯하다.


숲은 우리나라와 같이 사람들의 손에 의해 복구가 되기도 하고, 열대원시림이나 시베리아 벌판의 침엽수원시림처럼 자연적으로 형성되어 유지되기도 한다. 그러나 숲을 잘 가꾸고 좋은 숲으로 유명한 나라는 대부분 사람에 의해 숲이 조성됐다. 이중 가장 유명한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의 숲이라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흑림(Schwarzwald)과 나무 높이가 30m 이상이고 가슴높이 직경이 50㎝가 넘는, 나무나이 100년이 넘는 독일가문비나무 숲이 떠오른다. 이렇게 크고 울창한 숲이 사람의 손에 의해 조성되었다고 하면 별로 믿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이렇게 훌륭한 숲을 조성하고 가꿀 수 있는 것은 단지 독일의 숲 가꾸기 기술이 발전되었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독일의 숲은 16세기에는 일부 지역의 경우 땔감을 걱정할 정도로 황폐했다. 이때부터 숲을 보호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 숲을 단순한 이용대상이 아닌 관리대상, 즉 숲을 가꾸고 조성하는 경영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고의 전환이 독일 숲을 이루는 바탕이 되었다. 숲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목재를 생산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사상이 태동되고, 숲 관리가 2세기 이상 지속된 후인 18세기에 산림사상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정립된 산림사상은 산림보속사상 혹은 보속원칙이다. 1813년에 칼로비치는 ‘숲 가꾸는 일을 등한시하여 피해가 생기는 지역은 빈곤과 갈증이 증가한다’는 글로 산림보속성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새롭게 발달된 산림사상은 항속림 사상이다. 항속림 사상은 숲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이용을 위해 벌채하는 경우에도 나무가 없는 빈 땅이 발생하지 않도록 숲을 관리하기 위해 수확시에 이용할 새로운 갱신방법을 발전시켰다. 산림보속사상은 처음에는 숲에서 일정량의 목재가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것을 바탕으로 했으나 시대가 변함에 따라 목재 이외에 금전수입, 고용효과의 지속성이 추가됐다. 20세기에 들어서는 복지기능과 환경보호기능까지 보속성 원칙에 포함되었다. 이러한 보속사상에 따라 숲가꾸기 기술과 관리기술이 발달하여 현재의 독일 숲이 만들어졌다.


보속사상은 독일 임업의 근간으로 숲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들의 보속성에 기본을 두고 있다. 예를 들면 숲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물질적 산물인 목재를 근간으로 하여 비물질적인 맑은 공기, 경관, 생물다양성 등도 보속성에 의거해 관리되고 있다. 이러한 보속사상과 항속림사상은 독일 국민들의 생활속에 자리잡고 있어 숲의 중요성과 함께 산림보호에 이바지하고 있다.


독일과 같이 숲을 집약적으로 가꾸면서 발생한 산림사상과는 다르게 원시림을 대상으로 하는 나라에서는 원시림의 목재수확에 따른 부작용이 많이 발생하여 숲을 경영의 대상으로 여기기보다는 숲을 환경으로 보고 보호대상으로 여기는 사상이 발달했다. 특히 미국처럼 숲의 면적이 넓은 나라에서는 무분별한 벌채에 따른 환경변화를 막기 위한 자연보호사상이 발달했다. 미국에서는 이와 같은 산림 벌채가 19세기 말까지 실시됐고, 이후 벌채에 의한 생태파괴의 심각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미국 초대 산림청장을 지낸 핀초는 프랑스에서 임업교육을 받은 후 빌트모어에서 산림경영을 시작하여 나무를 심고 경관을 회복하는 일을 주로 하여 이 지역을 미국임업의 요람으로 만들었다. 핀초는 누가 이익을 얻든 공익을 위해 자연자원이 보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숲은 장기적으로 최대 다수의 최대선을 위해 경영되어야 한다”는 핀초의 경영철학은 미국 자연보전의 축을 이루었고, 그 결과 미국의 아름답고 울창한 숲이 지금까지 남게 되었다. 우리에게 유명한 나무높이가 100m 이상이고 가슴높이 직경이 3m가 넘는 레드우드숲이 이러한 자연보호의 실천으로 살아남았다.


이와 같이 독일의 보속사상을 통한 숲의 복구와 산림경영 그리고 미국의 자연보전을 통한 숲의 유지 및 경영이 인류에게 삶의 질을 높여주는 숲을 유지하는 데 이바지하여 독일은 임업의 선진국으로, 미국은 자연보호 선진국으로 발전했다. 특히 집약적인 관리를 바탕으로 하는 독일 임업과 자연보호를 배경으로 산림수확을 하는 미국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부터 국가에서 필요한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금산, 봉산 정책 등 산림보호정책을 실시했으나 보속의 개념이 미약했고, 해방 이후 황폐된 숲을 복구하기 위해 산림녹화운동을 30년 이상 실시했다.


지금 우리의 숲은 보속성이나 자연보호를 바탕으로 숲을 경영하고 유지해야 하는 시점에 들어서 있다. 삶의 질 향상, 자연보호, 보속적인 산림경영이 조화를 이루도록 숲을 관리해야 우리나라의 아름답고 훌륭한 숲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 〈배상원/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사〉 [경향신문 게재]

문명과 숲

숲 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