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희의 풍수칼럼
목록으로
  숲, 치유의 종합병원

[숲이 희망이다 16]숲, 치유의 종합병원




숲은 사람의 몸을 치유할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숲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짙은 녹색 향기를 내뿜는 건장한 나무와 예쁜 꽃들이다. 그러나 현대 이전의 사람들은 숲에서 치료약을 찾았다. 숲에 있는 모든 것을 인간의 행복을 위해 신이 주신 선물로 생각했으며, 모든 신체적 고통을 숲에서 해결하고자 하였다.


숲에서 약을 찾는 방법은 처음엔 아주 단순했다. 무릎이 아프면 무릎 같은 마디가 있는 풀을, 가슴이 아프면 심장 모양의 나뭇잎, 산모가 젖이 잘 안 나올 때는 유액이 나오는 식물을 찾아 먹어보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이런 단순한 생각이 맞아 떨어져 사람의 아픈 곳을 달래주었다. 인류는 오랫동안 많은 약들을 숲에서 얻었다.


이제는 병원이나 약국에 가면 필요한 약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에게 숲이란 더 이상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곳일까?


우수한 성능을 가진 약이 개발되어 많은 사람들이 옛날에 비해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살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생활이 복잡해지면서 현대인에게 새로운 고통을 주는 병, 치유할 수 없는 병이 생겼는데 그것이 스트레스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는 마땅한 약이 없다. 이 약도 없는 스트레스를 치료하기 제일 적당한 곳이 바로 숲이다. 복잡한 일상을 떨쳐버리고 정신적으로 재충전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사람들은 왜 숲으로 가는 것일까? 숲에서 무엇을 얻고자 할까? 푸른색,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자연과의 고요한 대화 등이 우리가 숲을 찾는 이유이다. 생활에 찌들면 찌들수록 숲을 향한 욕구는 커진다. 여러 가지 이유로 직접 찾아가지는 못해도, 누구나 마음속으로는 숲을 향해 달려가고 숲 속에 있는 자신을 상상하며 스스로를 위로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만 풀린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스트레스란 병을 치료하고도 남는 또 하나의 문제는 성공적인 인생을 이루어 내는 것이다. 인생의 성공을 위해서 꼭 필요하면서도 갖기 어려운 것이 예지능력이다.


사람은 5가지 감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예지능력이라 하는 6번째 감각을 가진 사람은 드문 것 같다. 5감을 만족시키고, 최종적으로는 6번째 감각을 발현시키는 곳이 바로 숲이다. 현대인은 컴퓨터 모니터 앞을 떠나지 못한다. 지속적인 단순한 자극 때문에 시각은 점점 퇴화될 수밖에 없다. 대평원에서 목축업을 주로 하는 몽골인들의 시력은 2.0을 훨씬 넘는다 한다.


자동차 소음을 배경으로 깔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숲에서 들을 수 있는 새소리, 물소리 또한 청각을 발달시킨다. 숲 속의 새들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하여, 자기 짝을 찾기 위하여 소리를 낸다. 새가 우는 곳은 먹이가 풍부하고 천적이 없는 평온한 곳이란 뜻이다. 이런 새들의 소리를 듣고 살아온 인간들도 새소리를 평온함의 상징이라 느꼈을 것이다. 마음의 평온함을 얻는 순간 사물의 본질을 직감적으로 깨닫는 6번째 감각이 발현된다.


쓰면 쓸수록 없어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겠지만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각은 이와 반대로 쓰면 쓸수록 그 능력이 발달된다. 새소리를 듣고 있는 나무, 풀들은 어떤 상황일까? 새가 있다는 것은 새들의 먹이가 되는 벌레가 많다는 뜻이며, 이런 벌레들은 나무들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정보를 습득하게 된다. 나무들은 새소리를 듣고 벌레들이 자신을 뜯어먹지 않게 몸 속에 화학물질을 더 많이 생산하여 저장하게 된다. 새소리를 틀어주면 농작물이 병에 안 걸리고 더 튼튼하게 잘 자란다는 이야기에는 이런 의미가 숨어 있다.


예전에는 신을 신지 않고도 살던 인간들이었지만 현대인들이 맨발로 산을 걷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만큼 우리 발바닥이 약해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렇게 나약해진 인간들이 다시 찾는 곳이 바로 숲이다. 최근에 삼림욕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삼림욕은 별다른 도구가 필요치 않고 특별한 복장도 필요 없다. 다만 숲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 지친 몸과 마음에 대단한 치유력을 느낄 수 있다.


숲에 가면 흙냄새가 난다. 이 흙냄새는 토양미생물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이들이 분출하는 물질은 인간에게 이로운 항생 물질이 들어 있다. 또한 식물은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피톤치드’란 물질을 방출하는데 이 물질은 병균을 억제하고 신경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성분들이 중금속이나 독성물질을 분해한다고 알려지면서 바이오 산업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다


18세기 프랑스의 계몽 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인 루소는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루소는 기존의 가치관이나 신앙, 그리고 권위로부터 철저하게 독립되어 자율적인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는 자연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을 키우라고 했다.


숲은 인간의 병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신이 운영하는 병원이며 인간의 본질을 회복하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교실임이 틀림없다. 숲은 평생을 살면서 삶에 영향을 줄 이해력과 통찰력, 그리고 자율을 가르치는 생생한 교실이다. 200년의 시간이 흐른 오늘날에도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 말고는 참된 웰빙에 대한 정답이 없는 것 같다. 〈최한수/ 그린넷 연구소장〉 [경향신문 게재]

숲, 영혼의 헹굼터

숲, 인간과 화합의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