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희의 풍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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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창군 선운사 동백숲


[마을숲 이야기 61] 고창군 선운사 동백숲


사찰 산불피해 막으려 건물 뒤에 조성



전북 고창군 심원면과 아산면 경계에 선운산(禪雲山)이 있다. 높이 336m에 불과하여 멀리서 보면 그저 그렇게 보이지만 주위에 소요산, 개이빨산, 황학산 등이 있고 서해와 곰소만(灣)이 있어 ‘호남의 내금강’이라 불린다.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선운산 북쪽 자락에 선운사가 있다. 선운사는 입구부터 다르다. 개울 건너 15m나 되는 절벽을 뒤덮고 있는 송악만 하더라도 웬만한 곳에선 찾아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91년 천연기념물 제367호로 지정된 ‘고창 삼인리 송악’은 생김새가 화원에서 실내 장식용으로 팔고 있는 아이비(ivy)를 닮은 넝쿨식물로서 줄기에서 기근(氣根)이 나와 바위 표면에 흡착하면서 자란 것이다. 창덕궁의 다래나무가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가 수벽을 이룬 것하곤 사뭇 다른 모습으로서, 휘늘어짐이 없이 단아하다.

개울을 따라 약 4km에 걸쳐 깊숙이 들어간 길가에는 단풍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가로수가 도열해 계절의 변화를 한껏 느끼게 한다. 사찰에 다가가면 갈수록 나무들은 더 크고 그늘은 짙어진다.

추사 김정희의 서체를 감상할 수 있는 백파율사비가 있는 부도 밭 주변은 삼나무, 화백 등 다양한 나무들이 불국을 사바세계로부터 차단하고 있어 오히려 답답할 지경이다.

그러나 천왕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는 순간 확 퍼진 평지에 빠져들어 버린다. 너른 대지 위에 대웅보전과 관음전, 영산전, 만세루 등 몇 채의 건물만 들어섰을 뿐. 단청이 아름다운 건물 뒤 배경은 동산같이 동그스름한 산인데, 윗부분은 참나무로 덮여있는 반면 아래 자락은 짙은 녹색을 띤 활엽수림, 동백나무숲이 띠를 두른 듯하다.

수령 500년에 달하는 동백나무 3,000여 그루가 5,000여 평에 30m의 너비로 키 6m의 순림을 이루고 있다. 동백나무 자생지로서는 북방 한계선을 이루고 있다고 하여 67년 천연기념물 184호로 지정한 곳이나 기록에 따르면 조선조 성종 때 동백기름도 짜고 산불을 막을 목적으로 나무를 심어 조성한 인공림이다.

인공으로 합성한 화학물질이 없던 시절 동백 열매에서 짜낸 기름은 여인네들의 머리를 윤기 내는 중요한 화장품이었다.

한편 동백나무는 대낮에도 숲속에 들어가면 어두컴컴할 정도로 수관이 빽빽하고 잎이 가죽처럼 두툼하여 불에 강하다. 따라서 산불이 퍼지는 것을 저지할 수 있어 사찰 경계에 띠모양으로 심어줌으로써 화마(火魔)가 사찰에 미치는 것을 방어할 수 있다.

선운사 동백꽃을 보려면 4월 하순부터 5월 초순 사이에 가는 것이 좋지만 선운산의 단풍과 지천으로 깔려 붉은 꽃망울을 터뜨린 상사화의 아름다움, 막 단풍이 들어가는 활엽수림 아래 짙고 푸름을 띠로 드러내는 동백숲을 감상하려면 가을이 좋다.

상사화의 아름다움에 이왕 빠져들라치면 내친 김에 도솔암까지 걸어 올라가 보자. 개울을 따라 가는 길 가 숲 바닥이 온통 상사화로 붉게 물들어 있는 모습이 새빨간 융단 위를 걷는 느낌이다.

그런 느낌에 지칠 무렵 진흥굴 옆 장사송이 쭉 뻗은 적갈색 줄기 위로 8개의 큰 가지를 우산살처럼 활짝 펴고 초록빛 수관을 드리우고 있어 또다른 멋을 자아낸다. 장사송처럼 예쁜 것은 아니지만 도솔암 위 마애불 앞 소나무도 밝은 황토 빛 바위와 어울려 품위 있게 자라고 있다.[한국일보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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