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희의 풍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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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면도


[마을숲 이야기 6] 안면도


향기 그윽 솔숲…조선때부터 국가서 관리


안면도. 소나무 숲이 울창하여 경치가 아름답고, 연안에는 갈치, 새우, 조기 등이 풍족한 곳. 아름다운 백사장이 잘 발달해 유명 해수욕장이 많고 매년 꽃박람회가 열려 관광객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안면도는 옛날에는 섬이 아니라 태안반도에 붙어 있었다. 그런데 이 지역의 풍랑이 거세 남쪽에서 올라오는 조운선이 침몰되는 일이 잦았고 왜구들의 약탈도 빈번해 조선 인조 때인 1638년에 태안반도를 잘라 뱃길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안면도는 섬이 됐다.

안면도는 역사적 사연이 많은 곳이다. 지금의 울창한 소나무 숲도 자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고려시대에는 방목장도 있었으나 조선시대에 들어와 국가가 나서 소나무 숲을 만들고 엄격히 관리했다.

한 사건만 보자. 토정 이지함이 홍성군수로 부임해 보니 군민들의 살림살이가 궁핍하기 그지없었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들을 가난에서 구해내려면 염전을 확대해야 되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당시엔 소금이 비싸 군민들의 수익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토정 선생은 조정에 장계를 올렸으나 허락을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 사극이나 소설에서는 중앙의 무능한 관리들이 토정 선생의 깊은 지혜를 이해하지 못하고 졸속으로 결정한 것으로 종종 언급되지만,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옛날엔 지금과 달리 염전을 해도 완전히 태양 에너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바닷물을 햇볕에 어느 정도 농축시킨 다음에는 큰 가마솥에 넣고 끓여서 소금을 만들었다. 그래서 염전 주변의 나무들이 수난을 겪었는데 특히 소나무는 화력이 강해 집중적인 벌목의 대상이 됐다.

문제는 왜군과 싸울 전함도 소나무로 만들었다는 것. 따라서 염전을 허락하면 소나무숲이 거의 사라지게돼 국가 방위가 어려워질 것은 불문가지. 조정이 토정의 충정을 묵살한 배경엔 이런 고려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상상이 역사적인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그렇게 많은 혼란기를 겪으면서도 그나마 전통 숲이 남아 있는 것은 이런 저런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선조들이 지혜롭게 숲을 지켜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소나무 숲이 국가적인 목표였다. 지금 우리 시대에는 어떤 숲을 목표로 하고 있을까? 혹시 숲이 무슨 나무로 이루어져 있든지, 내가 와서 즐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지는 않은지? 활엽수도 좋다. 그러나 안면도 환경에는 소나무가 잘 어울린다. 안면도 소나무숲을 휘젓는 솔바람이 시원하고, 소나무로 이루어진 터널에는 자동차가 시원하게 달린다.

안타까운 것은 다음 세대를 이어갈 후계목이 없다는 것이다. 숲 바닥에는 온통 산딸기와 관목들이 꽉 들어차서 소나무가 비집고 자랄 틈이 없다. 하층식생을 정리한 후 낙엽을 긁어내어 맨 흙이 드러나게 하거나 상층목을 솎아주어 햇빛이 땅까지 도달하게 하는 등 여러 가지 기술을 써서 후계림을 조성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울창한 숲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온갖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좋은 숲은 국가와 지역주민의 관심을 먹고산다. 우리 모두 힘을 합치면 좋은 숲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좋은 숲을 가진 지역에는 박수를 보내자.
/신준환ㆍ 임업연구원 박사 kecologg@foa.go.kr [한국일보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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