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희의 풍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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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제주 명월리 팽나무숲


[마을숲 이야기 39] 복제주 명월리 팽나무숲


땔깜으로… 휴양림으로… 마을 주민의 700년 친구




제주도의 서쪽 끝자락. 멀리 동쪽으로 한라산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오름이라고 하는 기생화산들로 둘러싸인 북제주군 한림읍 명월리은 제주도의 서쪽 끝자락이다. 수십 가구만 모여 사는 이곳에 들어서면 오랜 역사의 향기 같은 것이 느껴진다. 14세기 초 마을이 들어섰다고 하니 700 여년을 살아온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는 군사 요새인 명월성이 위풍당당한 기세로 지키고 있고 좀더 중심으로 들어가면 울창한 팽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이 숲 속을 아담한 하천이 흐르고 있으니 숲이 곧 하천이고 하천이 곧 숲인 셈이다.

이 하천은 이곳에서 발원, 약3㎞를 흘러 한림읍 옹포리 해안가에 이르는 옹포천이다. 대부분의 제주도 하천이 평상시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인데도 이 옹포천은 이곳을 비롯하여 바닷가에 이르기까지 군데군데에서 솟아나는 여러 용천수들이 합류하여 제주도에서는 드물게 유량이 풍부한 하천을 이루고 있다.

이 팽나무 숲이 자리한 곳, 명월리는 이 하천의 상류에 위치하여 하류만큼 물이 많지는 않지만 연중 물이 흘러 이 지역의 갈증을 씻어주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개울이 있다.

팽나무는 높이 20m까지 자라는 낙엽수로 우리나라의 남부지방에서 자라며 일본과 중국에 분포하고 있다. 이 나무의 목재는 기구재나 건축재로도 쓰이지만 쉽게 썩는 성질 때문에 주로 숯 재료나 땔감으로 많이 쓰인다. 제주도에서도 마을 근처의 낮은 지대에서 팽나무를 쉽게 볼 수 있는데 특히 여름에 시원한 녹음을 제공하는 정자나무로 친숙하다.

제주도민들에게는 가을에 황갈색으로 익은 열매를 따먹었던 추억의 나무이며 아직도 정겨운 쉼터를 만들어 주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명월리엔 나이가 100년생에서 400년생 정도 되는 팽나무 노거수 65그루가 계곡을 따라 숲을 이루고 있다. 사이사이에 거대하게 자란 푸조나무도 보이고, 바위틈 곳곳에는 산유자나무와 호랑가시나무 같은 난대성 수종들도 보인다. 언제 찾아도 아늑하고 안정감을 주는 숲이다.

이 숲이 이렇게 장기간 원형대로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천성이 오래 사는 나무라는데도 이유가 있겠으나 명월 마을로서는 이곳이 신령스런 장소라고 인식하고 마을을 보호하는 나무로 여겨 4ㆍ3사건 같은 수많은 변란 때에도 베지 않고 보호하였기 때문이다. 또 풍수지리적 사상과 함께 풍류를 위한 장소, 즉 요즘의 휴양림 성격이 강했던 것도 보존에 큰 도움이 됐다.

실제로 이 숲의 가운데에는 제주도 지방기념물 7호인 명월대가 아직도 잘 보존되어 있는데 옛날 이 지방 유림들이나 시인묵객들이 풍류를 즐겼던 곳이다. 명월대는 팔각형의 석축을 3단으로 쌓고 그 위에 원형의 반석을 올려놓은 듯한 형태로 만들어졌으며, 바로 아래에는 석교를 놓아 한층 운치를 더해준다.

이곳의 팽나무들은 오랜 풍상을 이겨낸 모습이 마치 경주의 계림을 연상하게 한다. 이와 같이 아름다운 산림자원은 건설공사처럼 단시일 내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수 백 년의 세월이 흘러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록 면적이 좁더라도 잘 보존하고 가꾸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일보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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