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희의 풍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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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선흘곶자왈 동백동산

[마을숲 이야기 51] 제주 선흘곶자왈 동백동산


동백동산이지만 희귀식물 '보고'





제주도엔 내륙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것들이 많은데 곶자왈지대도 그 하나이다. 곶자왈과 같은 지형ㆍ지질적 특성을 가진 곳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곶자왈’은 제주도 방언으로서 ‘곶’은 큰 숲,‘자왈’은 작은 숲을 의미한다.‘제주어사전’에는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헝클어져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으로 정의하고 있다.
곶자왈을 밖에서 보면 평범한 숲으로 보이지만 안에 들어가 보면 크고 작은 용암에 의하여 형성된 암석들로 움푹 파이거나 깊고 얕은 골이 나있는 굴곡이 심한 함몰지형의 연속이다.

그 안은 습도가 높고 따뜻해 한라산 일원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식물들도 자생하고 있으며 노루, 오소리 기타 파충류나 곤충 등 종다양성이 풍부한 생태적 보물창고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비가 내리는 한라산 기슭을 흐르는 엄청난 빗물도 곶자왈에 이르면 이내 숨어버리기에 예로부터 곶자왈을 ‘숨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렇듯 옛날부터 제주 주민들의 생명수인 청정한 용천수를 함양해온 곶자왈이지만 최근 레저 붐을 타고 번지는 개발수요 때문에 용천수 감소와 수질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제주도 지형은 남북방향으로 경사가 급하고 동서방향으로는 완만하다. 곶자왈지대는 동서 사면의 표고 600m이하 지역에 발달되어 있는데 동쪽 곶자왈지대는 습지가 많아 서쪽에 비해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며 그 중심에 ‘동백동산’이 있다. 이 동백동산은 북제주군 조천읍 선흘리 마을을 중심으로 동남쪽으로 넓게 분포하며 만장굴과 인접하여 있다.

현재 대부분의 곶자왈은 목장 개간 등으로 섬처럼 흩어져 고립된 것 같은 상태이나 선흘 곶자왈은 약 30만평에 달하는 제주 곶자왈의 대표적인 곳으로서 단일 규모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상록활엽수림이다.

곶자왈은 땔감 혹은 필요한 목재를 얻는 곳으로 이용되어 왔는데 동백동산 역시 예외가 아니다. 벌채가 빈번했던 내력은 여럿인 부채꼴의 나무들로 이루어진 움숲(맹아림)이라는 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헌데 숲 이름이 ‘동백동산’이라 동백나무들로 이루어진 숲을 기대하기 십상이지만 정작 동백나무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의문은 숲의 내력을 듣고 풀렸다.

‘동백동산’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2~30년 전까지는 주로 동백나무로 이루어진 숲이었다. 용도에 맞는 좋은 나무를 골라 베어 쓰다보니 동백나무만 남았던 것인데 동백나무가 조경수로 각광을 받으면서 한바탕 수난을 겪었다. 그 후 적극적인 보호로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되었다.

지금은 종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사스레피나무가 대부분이고 광나무, 후박나무, 빗죽이나무, 참식나무와 같은 나무들도 더러 눈에 띈다.

숲 바닥에는 자금우, 광나무 등 어린나무와 새덕이, 가는쇠고사리, 새우난초, 보춘화, 줄사철난, 숟갈일엽, 일색고사리 등 희귀하고 자원적 가치가 많은 식물들이 지천으로 깔려있으며 물부추, 백서향, 변산일엽과 같은 환경부 지정 보호야생식물도 자생하고 있다.

내륙의 마을 숲은 대부분 숲의 유래나 보호와 관련된 전설을 품어 절대적 보호를 받아왔다. 덕분에 오래된 굵은 나무들로 이루어져 있다. 반면 동백동산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이용 대상의 숲이었기 때문인지 그러한 얘기는 들어 볼 수가 없었다.

다만 4ㆍ3사태 때 토벌대를 피해 수많은 사람들이 곶자왈지대로 숨어들어갔으며 토벌대가 놓은 불에 이들 중 상당수가 숨졌다는 얘기는 여러 사람이 해줬다. 동백동산이 수천년 동안 주민들의 삶을 지탱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굴곡된 고난의 역사까지도 보듬고 있는 셈이다. [한국일보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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