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희의 풍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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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척 죽서루

[마을숲 이야기 12] 삼척 죽서루


'관동제일루' 걸맞은 정원식 숲



관동팔경은 대관령의 동쪽인 동해안 지방의 명승지로서 통천의 총석정, 고성의 삼

일포, 간성의 청간정, 양양의 낙산사, 강릉의 경포대, 삼척의 죽서루, 울진의 망양정, 평

해의 월송정을 일컫는다. 고래로 관동지방을 유람하는 사람은 반드시 이 팔경을 꼽는데 유

일하게 강가에 자리잡은 죽서루가 그중 으뜸이라 조선조 숙종, 정조를 비롯한 수많은 묵객

들이 이를 노래했다. ‘바위돌 다듬어 그 위에 누각을 세우니 주위엔 망망대해 해변에 갈

매기 떼’(정조), ‘들밖엔 산들이 둘러서 있고 강변의 모래가엔 맑은 물 흐른다’(율곡

이이), ‘아침 구름 저녁 달 그림자 맑은 물에 비치면 반짝이는 물결 속에 물고기 뛰노는

데’(숙종), ‘난간 아래 조각배 한 척이 바다로 들려하니 드리운 낚시대를 울릉도 갈매기

가 툭툭 치더라’(송강 정철)….



죽서루는 관동팔경으로 꼽히기 이전에도 오랜 역사를 지녔는데 용문(龍門)바위

가 그 징표다. 용문바위는 죽서루 동쪽에 있는데 직경 60㎝에 달하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 이 구멍은 신라 제30대 문무왕이 호국용이 되어 동해바다를 지키다가 어느 날 삼척

의 오십천에 뛰어들 때 뚫고 지나간 흔적이라는 전설을 안고 있다. 용문바위 위에도 민간

신앙의 흔적이 있다. 직경 3 ~ 4 cm, 깊이 2 ~ 3 cm 크기로 성혈(性穴)이 있다. 성혈은

여성의 성기 모양으로 구멍을 판 것으로 선사시대에는 풍요, 생산, 다산을 상징했다. 죽서

루는 삼척 시내에 있어 버스터미널에서 미로 방면으로 걸어가면 불과 10분이면 다다를 수

있다. 삼척 시내를 관통해 동해로 흘러드는 오십천의 북쪽 편은 석회암 단애로 경계 지어

지는데 그 절벽 위 숲속에 자연석을 기초로 하여 죽서루(竹西樓)를 세웠다. 그 이름에서

도 알 수 있듯이 경내에는 오죽이 많다. 고려 충렬왕 때 두타산에 은거한 이승휴가 처음

세워 그 역사가 900여 년에 이르는 만큼 삼백여 년 된 고령의 회화나무가 세 그루 있다.


회화나무는 600여년 전 중국에서 들여온,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나무로서 중

국에서도 자금성 가장 안쪽에서 볼 수 있다. 또 우리나라 자생종인 느티나무 노거수가 군

데군데 자라고 있다. 그리고 느티나무 씨앗이 떨어져 자란 듯 작은 나무들이 용문바위 틈

새에까지 자란다. 느티나무는 봄철의 신록과 여름철의 녹음, 가을철의 단풍과 겨울철의 가

지에 쌓인 잔설에 이르기 가지 계절에 따라 다양한 색채와 느낌을 주는 나무이다. 이러한

이유로 흔히 정자목으로 이용되며 관아나 사찰, 마을 어귀에 심겨졌다. 죽서루도 관아에

서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정자의 역할을 했으므로 느티나무를 심었다. 20㎙에 달하는 큰

회화나무, 느티나무와 오죽 숲을 바탕으로 죽서루 경내는 정원 양식으로 가꾸어 놓았다.


정문을 들어가면 계단 좌우에 향나무, 주목이 정형미를 갖추고 오죽이 조그마한

숲을 이루고 있으며 큰 느티나무가 있다. 누각 바로 앞에는 축대 위에 모란을 군상으로 심

어 놓아 벚나무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왼쪽으로 가면 용문바위가 나오는데 오죽 숲이 담

을 이루며 담쟁이덩굴이 바위를 덮고 절벽의 가중나무와 아까시나무가 가지를 뻗치며 죽서

루 오른편 정철가사비 주변에는 향나무, 목련, 가중나무, 무궁화 등으로 우거진 숲이 있

다. 은행나무와 개잎갈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자라고 있음은 물론이다.


죽서루 누각에는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 '제일계정(第一溪亭)' 등의 편액과

함께 수많은 글들이 걸려 있는데 모두 한자로 되어 있어 해석은 차치하고 거의 읽을 수 없

는 지경이다. 그래서 중국 과학자와 동행했을 때 우리 문화를 소개하기는커녕 오히려 설명

을 들어야 하는 부끄러움을 당한 적이 있다. 한자문화권에 속해있던 우리 조상들과는 다르

게 오늘을 살아가는 한글세대들을 위해서는 죽서루를 보다 자세히 보면서 탐방할 수 있는

간단한 안내서가 필요함을 느낀다. /임주훈 ㆍ임업연구원 박사 forefire@foa.go.kr
[한국일보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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