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예술의 땅 평창동

     [평창동 지세의 관찰]
     평창동의 지세적 특징은 사방에 높은 산이 막아서 하늘이 작게 보이고, 그 가운데로 계류가 흐르는 것이다. 사방으로 산이 에워쌌으니 일조와 통풍이 양호치 못하고, 중심부로 계류가 급히 흐르니, 음습하지만 산자수명한 땅이란 장점이 있다.

     따라서 낮동안만 계류가의 정자에 올라 벗을 불러 음풍농월하거나 또는 자연에 안겨 시·서·화에 빠져 세상의 번거로움을 잊기에 좋은 장소이다. 생업에 종사하는 농부나 상인이 살 곳이 아니라 마음의 번잡함을 잊고자 하는 휴양의 터로 격에 맞는 장소이다.

     「택리지」에서 사람이 살만한 땅으로, 地理·生利·人心 이외에 山水를 들었다. 즉, 마음내키는 대로 가서 시름을 풀고 돌아오고, 정서를 함양할 산수좋은 곳이 십리 거리나 반나절 거리에 있어야 좋다라고 하였다. 따라서 평창동은 세검정·석파정의 예에서 보듯이 선비들이 산수를 즐기기 위한 터로 적당하고 그런 의미에서 작가와 예술가의 터로써 일찍부터 주목을 받았던 곳이다.

     평창동에서 사방의 높은 산을 바라보면, 연봉들의 모습이 유순하지 못한 채 수많은 바위와 암석으로 마치 불꽃이 피어오르는 형상을 띠고 있다. 이런 모양을 풍수에서는 화산(火山,불꽃이 피어오르는 듯한 모습)에 속해 '문필봉'이라고도 한다. 문필봉은 문장가로 이름을 날리는 인물이 많이 날 형상인데, 평창동에 작가 등 예술가들이 많이 몰리는 것은 지세와 맞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평창동은 정치인에게는 성격이 맞지 않는 장소이다. 권노갑은 평창동에 사는 동안 한보 사건으로 옥고를 치렀고, '소통령'으로 위세를 떨치다 구속된 김현철, 뇌졸중으로 쓰러진 최형우 의원, 설화(舌禍)로 장관직에서 물러나는 등 불운에 시달리던 서석재 전 위원도 한 때는 평창동에 적을 두고 있었다. 이것은 주산이 삼각형을 이루는 목성(木星)이어야 정치인들에게 '대길(大吉)하고, 나아가 관운을 상징하는 사모사(紗帽砂, 관리가 머리에 쓰는 갓모양의 산)나 인암(印岩, 도장 모양의 바위) 등이 있엉하는데 주변에 그런 산이나 바위를 볼 수 없다.

     [평창동에 터를 잡은 작가들]
     박종화
     박종화[朴鐘和, 1901.10.29 ~ 1981.1.31]는 시인이며 소설가로 호는 월탄(月灘)이다. 서울에서 출생하여 1920년에 휘문의숙(徽文義塾)을 졸업하고, 그 해 《문우(文友)》를 창간했다. 1921년 《장미촌(薔薇村)》의 동인이 되어 《오뇌(懊惱)의 청춘》 《우유빛 거리》 등을 발표하며 데뷔하고, 1922년에 《백조(白潮)》 발행하여 한국문단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시인으로 활동했던 박종화는 한국문단에 카프 문학이 등장했을 때에 민족과 역사를 떠난 문학은 존재할 수 없다고 역설하며 스스로 민족을 주제로 하는 역사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36년에 《금삼(錦衫)의 피》, 1937년에 《대춘부(待春賦)》, 1940년에 《전야(前夜)》《다정불심(多情佛心)》 등을 잇달아 발표해 일제에 항거하는 민족정신을 역사소설로서 표현했다.

     일제 말기에도 끝까지 창씨개명(創氏改名)을 하지 않았고,문인보국대(文人報國隊)에도 참가하지 않았는데 일제가 그를 회유하기 위해 명월관(明月館)에 초대했을 때는 보국대에 참가한 문인들과 주먹다짐을 벌이기도 했다. 60년 동안의 문학생활을 통해 시집 3권, 장편소설 18편, 단편 12편, 수필·평론집 3권과 회고록을 남겨 문화훈장 대통령장(1962), 대한민국 국민훈장 무궁화장(1970)을 수상하였다.

     평창동 128-1에 소재하며. 평창동 보현산 신각으로 가는 길이다. 본래 집은 충신동에 있었는데, 1975년 도시계획으로 헐리게 되자 지금의 이 자리로 옮겨 왔다. 대지 258평, 건평 33평의 이 한옥에는 월탄의 친필과 유품 유적이 잘 보존돼 있으며, 안채와 마주보고 있는 작수루(鵲水褸)는 월탄 문학의 산실이다.

     기타의 작가들
     소설가인 박범신· 양귀자씨 등 유명 소설가와 대학교수 300여 명도 이 동네 주민들이다.

     평창동에 터를 잡은 화가들
     평창동 일대에 사는 미술 인은 줄잡아 100명이 넘는다. 터줏대감은 윤명로(65.서양화) 교수와 부인 한승재(54.서양화)씨. 이들은 76년 이곳에 들어와 일찌감치 터를 잡았다. 또 신금례(75.서양화)씨는 남편 남관(90년 작고.서양화)씨를 여읜 뒤로도 계속 이곳에 살고있으며 이응노 화백의 미망인 박인경(74.한국화)씨도 이응노미술관 개관을 계기로 이곳에 살고 있다.

     이밖에 김창렬(72.서양화) 강대운(68.서양화) 김봉태(64.서양화) 이종상(63.한국화) 송수남(63.한국화) 오경환(61.서양화) 박대성(56.한국화) 김경희(53.서양화) 임옥상(51.서양화) 전병현(44.서양화) 강애란(41.판화)씨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방배동에 사는 김흥수(82.서양화) 화백도 김흥수미술관 개관에 맞춰 부인 장수현(42.서양화)씨와 오는 3월이나 4월 이곳으로 이사할 예정이다. 화랑 운영자로는 학고재의 우찬규씨가 91년 평창동에 둥지를 틀었고, 토탈미술관의 노준의, 가나아트의 이호재, 노화랑의 노승진, 국제갤러리의 이현숙, 그로리치의 조희영 사장 등을 들 수 있다.

     평창동에 자리한 화랑들
     수려한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평창동이 미술인촌으로 변모하고 있다. 미술관과 화랑이 1980년대 후반부터 줄줄이 들어서고, 유명 화가들도 속속 입주하고 있다. 92년 토탈미술관이 개관하고, 이응노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또 조자기 전문인 셀라뮤즈박물관과 김흥수 미술관도 들어설 예정이다. 국내 최대인 가나아트센터가 98년에 이전해 왔고, 그로리치 화랑도 옮겨와 문을 열었다. 갤러리 세줄도 관람객을 맞이한다.


     평창동의 발전적 개발방안
     현재 한국의상류계층이 모여사는 평창동은 이미 개발할 수 있는 곳은 모두 개발된 상태로 더 이상의 여유가 없다. 본래 이곳은 지맥이 쇠약한 암반이고 경사가 급하여 주택을 지을 때는 토목공사가 어렵기로 소문난 지역이다.

     하지만 서울의 다른 곳보다 땅값이 싸고 주변에 수려한 북한산의 연봉을 바라볼 수 있어 조용한 곳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럼으로 주택을 개발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근래에는 화랑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 이것은 평창동이 가진 산천지형의 성격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로 볼 수 있다. 평창동은 누대에 걸쳐 가문대대로 살 집이 아닌 예술과 작가의 터로 적합하니, 살림 집보다는 에술 창작의 특징적인 마을로 특화시키는 것이 풍수적으로 길하다.

     평창동은 일조량가 부족하고 찬바람이 거세게 부는 곳이다. 찬바람에는 언제난 다량의 산소가 담겨있고, 쾌적하고 상쾌한 느낌은 받으나 오래도록 노출되면 바람에 의한 여러 질병에 시달린 위험이 높다. 따라서 집을 지을 때면 통풍형 담장이 아닌 밀폐형을 담장을 사방으로 둘러쳐야 한다. 담장은 외부와 내부의 바람을 차단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바람의 순환궤도를 살펴서 대문을 설치하고 높이를 적당히 하면 길한 방위의 바람이 집 내부로 들어와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

     사람이 사는 주택은 앞산의 높이가 눈썹과 심장의 사이에 해당되는 높이가 적당하다. 그럼으로 집들은 산 위쪽의 높은 지대로 올려 짖고, 사람이 살지않는 상가와 건물은 산 아래쪽에 위치하도록 지으면 풍수적으로 길하다. 또 수려한 경관만을 탐하여 집의 좌향을 앉히기보다는 주변을 흘러 다니는 바람 중에서 가장 길한 세기를 얻을 수 있는 방위로 좌향을 정해야 한다.

     함지박의 내부같은 평창동은 양명한 빛이 적고 음랭한 기운이 많아, 조석으로 산 안개와 습한 땅에서 솟아나는 독기[장기( 氣)]가 사람을 병들게 한다. 수구가 좁아 내외부의 공기순환이 어려우나, 수구를 넓히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집을 지을 때면 창을 되도록 넓게 하고, 또 지붕에 창을 내어 양명한 기운이 집 내부로 들어오도록 배려한다. 또 좁은 공간이라도 나무를 무성하게 심어서, 사방의 살기(암반, 바위 등)를 제압하고, 집 내부에는 미기후가 적당히 조절되도록 조경을 실시한다.

[사진 : 평창동에 소재한 가나아트 전경(사이버두산대백과사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