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섬유는 효성그룹의 역사와 함께 회사의 성장을 주도한 대표적인 분야인데, 국내 최고의 기술력과 국제적인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토프론’으로 불리는 나일론 원사는 창사 이래 효성의 근간이 돼온 제품으로, 세계 4위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메이커로 성장했다. 효성은 나날이 첨단화되는 선진의 기술개발과 최고 품질의 제품을 생산키 위해 1971년 민간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안양공장 내에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연구 영역의 전문화를 이룩했다.

안양공장의 동쪽에 자리한 중앙연구소는 장방형의 5층 건물로, 폭이 20칸으로 넓고, 외장은 엷은 분홍색으로 마감돼 편안한 느낌을 준다. 200여명의 석·박사급 연구인력이 포진한 연구소는 섬유와 화학 분야의 친 환경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이 한창인데, 6만여평의 부지 위에 그룹 연수원과 함께 있어 쾌적한 연구환경이 조성돼 있다.

한반도의 근간을 이룬 백두대간은 속리산에서 북진하는 한남금북정맥을 낳고, 이 정맥은 안성의 칠현산에서 다시 한남정맥을 분기해 경기 남부의 지형을 이룬다. 용인의 부아산을 거쳐 수원의 광교산까지 뻗어 온 한 남정맥은 광교산에서 북서진하는 용맥을 다시 출맥시켰는데, 이 용맥은 의왕에서 모락산(帽洛山)으로 솟은 후 맑은 내를 따라 서진과 북진을 하다가 안양천과의 합수점에서 전진을 멈춘 채 지기를 응집시켰다. 따라서 효성의 안양공장이 들어선 호계동의 터는 속리산이 태조산이고, 칠현산 이 중조산이며, 광교산이 소조산이고, 모락산이 주산이다.

호계동(虎溪洞)은 효성의 안양공장이 자리한 뒷산의 모습이 마치 호랑이가 엎드린 형세를 닮아 불려진 지명이다.‘범내’또는‘범계’(虎溪)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따라서 학의천과 맑은 내가 감싸안은 그 안쪽 땅인 평촌신도시는 예로부터 호랑이와 인연이 많은 마을이고, 효성의 중앙연구소가 들어선 터 역시 호랑이가 숲을 나오는 '맹호출림형(猛虎出林形)의 형국’이다.

풍수지리의 한 유파인 물형론(物形論)은 산천의 겉모양과 그 속에 내재 된 정기(精氣)는 서로 통한다는 가설에 전제를 둔다. 예를 들어 화가 난 사람은 얼굴이 붉어지고, 간이 나쁜 사람은 눈에 황달기가 보이듯이 땅 속에 간직된 기운에 따라 산천의 모양이 생겨났다고 본다. 그럼 혈을 찾으면서 산천의 형세를 왜 사람과 금수에 비유할까? 사람은 힘을 쓰거나 정신을 집중시키면, 몸의 한 부위가 긴장되면서 기가 모인다. 마찬가지로 혈 역시 자연의 기가 응집된 장소이므로 자연을 하나의 생명체로 보면 자연이 힘을 쓰거나 정신을 집중시킨 곳에 기가 뭉친다고 본다.

산천을 물형에 비유해 이름을 정하는데, 안산의 모양을 중요하게 보고, 다음은 조산이나 주변의 산들을 본다. 즉, 물형이 제대로 잡히려면 그 물형에 소용되는 물건을 닮은 안산과 조산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뜻이 다.

‘맹호출림형’의 경우, 호랑이가 위험을 무릅쓰고 숲을 나오는 이유는 오로지 개를 잡아먹기 위함이다. 따라서 조는 개의 형상을 한 안산이 혈장 앞쪽에 있어야[면구안(眠狗案)], 호랑이가 숲을 나온다는 상황이 전개되고, 숲을 나오는 호랑이는 귀와 눈 그리고 코에 정신을 집중시키며 긴장하기 때문에 지기(地氣)가 응집된다는 당위성이 성립된다. 따라서 맹호출림형은 면구안이 있어야 산기운이 발동해 발복을 가져오는 곳이 된다.

서울 시흥동의 호암산 중턱에는 조선 태종 때에 건립된 호압사(虎壓寺 )란 절이 지금도 있다. 절의 규모는 법당 두 개에 불과하지만,‘호랑이 기운을 눌러 제압한다’란 뜻의 절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한양을 조선의 도읍지로 결정한 다음, 무학대사는 한양의 외백호를 살펴보고는 깜짝 놀랐다. 관악산 서쪽에 있는 호암산(현 삼성산)이 호랑이 모습을 띠고 있는데, 당장이라도 북쪽에 있는 궁궐로 덤벼들 형상이었다. 이런 호랑이의 기세는 새 왕조에 커다란 재앙의 원인이 될 수 있어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무학대사는 호랑이 머리에 해당하는 곳에 절을 지어 기세를 누른 후, ‘호압사’라고 불렀다고 한다.

예로부터 호랑이는 용맹스런 동물로 악귀를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대문에 ‘호’(虎)자를 써 붙이는 풍습이 있으며, 이런 의미 에서 맹호출림형도 씩씩하고 용맹스런 기상이 충만한 땅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곳은 21세기에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갈 인재들이 프로 정신으로 무장해 기예를 닦아 큰 위력을 발휘할 곳이다.

하지만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연구소 남쪽의 산 정상을 가로 지르는 서울외곽순환도로가 흉물이다. 도로는 바람이 통과하는 곳으로, 바람과 물은 지형과 지질을 변화시키는 주체다. 그런데 연구소가 그 아래쪽에 위치한 형세가 돼 지기의 발동이 약화됐다. 이 경우라면 바람의 통로인 순환도로를 차폐시키기 위해 키가 큰 나무를 산기슭에 줄지어 심기를 권한다. 또 도로로 인해 끊어지고 훼손된 산 기운이 재차 발동해 다시 연구소로 들어오게 하는 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 방법의 일환으로 호랑이가 용맹스럽게 뛰쳐나오게끔 연구소 앞동산에 누운 개의 형상을 조각해 설치하면 제격이다. 조는 개를 잡아먹기 위해 호랑이를 닮은 산 기운이 밤낮으로 연구소로 몰려 들어와 지기를 크게 발동시킬 것이며, 이 지기는 신제품의 개발을 가속화시킬 복된 기운이 될 것이다.

또 건물의 좌향은 지맥의 흐름과 순행해서 앉혀야 길한데, 중앙연구소는 북진하는 지맥의 흐름과는 반대로 출입문을 남쪽에 둠으로써 소위 역룡(逆龍)의 형세를 취하고 있다. 물론 이 좌향은 안양천을 바라보며 순행적으로 건물을 앉힌 것에 비하다면 일조량과 출입에는 유리한 점이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목덜미가 아닌 꼬리를 붙잡고 말을 탄 형세이니, 위태로우며 결과적으로 연구의 집중력을 산만하게 만든다. 건물을 리모델링해 출입구를 북쪽으로 바꾸는 것이 대안이 되며, 임직원의 출입도 북문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면 만사가 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