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의 풍작과 흉작을 점치던 이팝나무는 그 사연만큼이나 우리 삶의 관심 나무였고, 그 결과 오랜 세월이 흐르다 보니 마을의 신목으로 자라났다. 쌀밥은 왕족이나 권문세가들만이 실컷 먹는 곡식이니, 잡곡으로도 허기를 채우기 어려웠던 백성들은 얼마나 이 나무를 바라보며 배불리 먹을 날만 기다렸을까!

    따라서 매년 꽃이 필 때 즘이면, 한 해의 농사를 알아보려는 농부들이 이 나무 아래로 모여들었다. 즐기려는 꽃구경이 아니라 양식을 걱정하는 꽃구경이었던 셈이다.

    현재 가장 보호가 시급한 이팝나무는 양산 석계리의 이팝나무이다. 여러 책에는 ‘수관이 잘 발달하여 아름답다.’라고 적혀 있으나, 현장의 나무는 왜소하고 찢겨지고 부러진 가지만 앙상하여 천연기념물로써의 위엄과 품격이 전혀 없다. 나무 앞쪽에 사는 여자 분도 속이 상한지, ‘나무가 이상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어린 아이 손바닥만한 잎이 무성하여 꽃도 많이 피웠는데, 지금은 잎도 꽃도 별로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 이외의 이팝나무는 현재 위치한 터가 공장이나 도로로 인해 용맥과 자연의 흐름이 파괴될 위험이 적어 특별히 보호 대책은 강구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 하지만 일제 시대 천연기념물 제 37호이던 ‘김해 진레면의 이팝나무’는 냇가에 서서 도랑까지 가지가 뻗던 나무이다.

    하지만 40년 전에 태풍으로 쓰러져 지금은 고목조차 사라진 채 ‘조선총독부’라 새겨진 기념 석비만 대숲에 덩그러니 누워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서 모진 풍상을 견디며 늙어 간 나무를 보면, 그 나무에 깃들인 조상들의 바램과 애환이 가슴을 찡하게 울려 나그네의 발길을 한없이 더디게 만든다.

[사진 : 양산 신전리의 이팝나무(제 234호)
두 그루가 함께 자라며, 주변이 논이어서 생육 공간이 넉넉하다. 마을의 당산목으로 정월 보름날에는 마을의 안녕을 비는 제사를 지낸다. 개화 상태를 보고 한 해의 풍년을 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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