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보호법」은 소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면서 품종별로 소나무, 곰솔, 백송으로 분류했고, 소나무는 반송 5건, 처진소나무 3건을 포함하여 22건이고, 백송 7건, 곰솔이라 불리는 해송은 5건이다. 그 중 백송은 노거수가 아닌 희귀 수종으로 지정받은 경우가 있고, 또 서울에 소재한 것들은 제외시켰으니 총 31건에 대해 입지환경을 연구하였다. 2,000년에 문경과 남원에 소재한 소나무에 대해 추가로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는 보도를 보았으나, 현장을 답사치 못하여 제외시켰다.


  소나무의 입지 환경이 나무마다 틀려, 풍수적으로 연구하는데 일관성은 없다. 하지만 지면 관계상 나무 전체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연구했는지를 소상히 밝히기는 어렵다. 제 358호로 지정된 함양 목현리의 구송(九松)에 한해 현장에서 행한 방법을 기행문식으로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구한다. 대상 소나무을 것속리의 정2품송겄으로 택하고 싶었으나, 월간 잡지에 이미 발표한 적이 있고, 또 소나무 중에서 반송의 비중이 큼으로써 구송을 택하였다. 다른 소나무에 대한 풍수적 고찰은 훗날 단행본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함양 목현리의 구송에 대한 풍수적 고찰
  1. 구송의 제원
    ○ 지정번호: 천연기념물 제 358호(지정사유: 노거수, 270년)
    ○ 영명: Kusong at Mokhyun-ri, Hamyang
    ○ 학명: Pinus densiflora for, multicaulis Uyeki
    ○ 소재지: 경남 함양군 휴천면 목현리 854
    ○ 지정일자: 1988. 4. 30
    ○ 소유: 국가(함양군 관리)
    ○ 나무의 특징
      (1)크기: 높이 12m, 뿌리목 줄기둘레 3.5m 가지길이(동서 17m, 남북 16.9m)
      (2)면적: 314m2
      (3)본래는 가지가 9개로 갈라져 구송(九松)이라 불리었으나, 지금은 그 중 2가지가
        죽어 7개의 굵은 가지만 남음- 수세(樹勢)는 매우 좋은 편임
    ○ 풍수적 입지:水局-右旋辰破(3分針)-左旋壬子長生龍-正生向寅坐申向에 대한 풍수적 고찰

  2. 찾아가는 길
  함양은 백두대간의 육십령 고개를 경계로 장수와 인접한 심산유곡의 고장이다. 예전에는 신라와 백제의 국경 지대로 역사와 문화가 함께 숨쉬고, 천태만상의 비경을 자랑하는 남계천 상류에는 자연과 조화를 이룬 여러 정자가 있어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 길이 끊어지지 않는 고장이다.

  정자는 산수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일상의 번잡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음의 쉼터이며, 뜻이 통하는 시인· 문장가를 불러 인생의 회한을 시(詩)로 토하고 치국을 논하는 사귐의 장이며, 학문을 수양하고 후학을 강학하는 도량이기도 하다. 단순히 비·바람을 피하려는 건물이 아니라 당대의 문장가나 선비 그리고 지조 있는 은사가 자연의 풍광을 즐기고 마음을 씻은 곳이며, 벗들과 더불어 풍류를 즐기던 정담(情談)의 공간이다. 농월정(弄月亭)은 선조 때에 예조 참판을 역임한 박명부가 시냇물에 비친 달빛을 즐기려고 지은 정자이고, 근처의 동호정(東湖亭), 거연정(居然亭)까지 오른다면 일상의 번잡함은 말끔히 사라진다.

  88올림픽 고속도로의 함양 IC를 빠져나와 24번 국도로 함양 시내에 들어서고, 다시 위천(渭川)을 따라 건설된 1001번 도로로 들어서 2km쯤 가면 팥두재가 나온다. 팥은 소두(小豆)라하여 대두(大豆)인 콩과 크기로 구분되는데, 아마 첩첩산중인 함양 땅에서 육십령 고개는 대두이고, 팥두재는 소두에 비유하지 않았나싶다. 십여 구비를 돌아 오르면 정상이고 내리막 길은 계곡을 따라 이어졌다. 1999년 12월 24일이다. 햇살이 기울어진 오후의 팥두재는 거칠게 눈발이 휘몰아쳤다. 남쪽 지방이라 큰 눈은 흔하지 않을텐데 나무들이 흰옷으로 갈아입는 모습을 보니, 눈 쌓인 세상에 대해 읊은 시인이 생각났다.

  천황씨가 죽었는가 지황씨가 죽었는가 (天皇崩乎人皇崩)
  산과 나무가 모두 상복을 입었네 (萬樹靑山皆被服)
  햇님이 소식 듣고 내일 아침 문상 오면 (明日若使陽來弔)
  집집마다 처마가 눈물 흘리리 (家家詹前淚滴滴)

  팥두재는 함양읍과 휴천면의 경계이고, 재를 넘으면 곧 목현리로 함양과 약 5km 떨어진 면소재지이다. 약간 경사진 마을의 중심을 통과하니, 옥계천 위로 임현교가 놓여 있다. 것목현리의 구송겄은 다리를 건너지 않고. 다리 앞에서 좌회전하면 2백미터 앞쪽의 옥계 냇가에 의연히 서 있다. 거대한 몸집과 수려한 자태에 탄성이 저절로 터져나온다.

  3. 구송 이야기
  이 소나무는 지금으로부터 약 270년 전, 목현리 마을로 떠들어 온 진양 정씨(晉陽 鄭氏)의 화산공이 심었다는 전설이 전한다. 따라서 나무의 수령은 약 270년으로 추정되고, 가지가 밑둥에서 9개로 갈라져 구송(九松)이라 불리었다. 하지만 현재는 그 중 안쪽에 솟아난 2개의 가지가 죽어 7개의 굵은 가지만 남아 있다. 이른바 칠송(七松)이다. 이 소나무의 정확한 명칭은 반송(盤松)으로 아래로부터 신방(申方, 서남) 70cm 지점에서 두 갈래로 갈라지고, 유방(酉方, 서) 60cm에서 세 갈래로, 자방(子方, 북) 100cm에서 네 갈래로, 곤방(坤方, 남서) 170cm에서 다섯 갈래로 갈라졌고, 그 위에서 6∼7가지가 갈라져 자태가 빼어나면서도 의연하고, 마치 부채를 펼쳐놓은 듯한 수관이 매우 아름답다.

  반송은 지표면 가까이부터 굵은 줄기가 여러 개로 갈라지는 소나무이다. 따라서 주간(主幹)이 없는 것이 특징이고, 마을 입구나 도래솔[丸松]이라하여 묘지 부근에 많이 심는다. 2개씩 난 잎은 단단하면서 끝이 뾰족하고, 4∼5월에 꽃이 핀다. 안내판에 따르면, 이 나무 곁에는 구송대(九松臺)란 정자가 있어 마을 사람들이 계모임을 하거나, 시회(詩會)를 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흔적조차 없다. 다만 소나무 아래로 공터가 넓고 수량이 풍부한 냇물이 바로 흘러 가 정자를 짖고 마음을 쉬기에는 제격이었을 것이다. 정씨 후손들과 마을 사람들은 조상을 숭배하고 예의바른 몸과 마음을 닦는데, 이 나무와 정자를 이용했다고 전한다.

  4. 입지환경의 풍수적 연구
  지리산의 노고단(1,607m)에서 동진(東進)한 산줄기는 삼각고지에 이르러 북동진하는 용맥과 동남진하는 용맥으로 갈라지고, 그 중 북동진한 용맥은 경남와 전남을 경계 짖으며 함양읍 가까이에서 삼봉산(三峰山, 1186m)로 높이 솟구쳤다. 그리고 삼봉산에서 계속 북동진한 생기발랄한 산줄기는 곧 선배치(先拜峙)를 지나며 몸을 튼 채 동남진하고 팔두재를 지나서는 목현 마을로 내려왔다. 마을 뒤쪽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감으며 뻗어나간 용맥은 결국 서주천을 만나면서 긴 여정을 마친다. 따라서 구송이 위치한 터[혈장(穴場)]는 속리산이 태조산이고, 지리산이 중조산이고, 삼봉산이 소조산이다.

  주산인 마을 뒷산에서 남진한 용맥은 산기슭의 기와집을 뚫고서 논바닥으로 이어지는데, 백천리와 연결된 포장도로에서 건해(乾亥) 목욕룡(沐浴龍)로 회전하더니, 수로 곁으로 난 시멘트 농로를 따라 흘러왔고, 구송 가까이에 이르러서는 몸을 다시 틀어 나무 터로는 임자(壬子) 장생룡(長生龍)으로 입수하였다.(來龍: 水局左旋壬子長生龍乾亥沐浴轉回壬子長生龍入首)

  사봉(砂峰)은 금반리 뒤쪽에서 동진과 북동진으로 갈라진 용맥으로 에워싸였는데, 백호는 동진한 용맥이고, 청룡은 목현 마을 뒤쪽을 휘감고서 팥두재를 지나 구송 터의 주산을 이룬 다음 다시 길게 뻗어나갔다. 백호보다는 청룡이 더 길고 수려하며, 마을은 전체적으로 배산임수의 지형에다가 장풍이 잘 된 입지조건을 갖추었다.
  혈장을 에워싸고 나무의 생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바람과 물[양기(陽氣)]의 순환은 결국 호산(湖山) 마을의 앞 산을 휘감아돈 1001번 국도와 백호의 끝자락이 만나는 지점에서 끝나는데, 진파(辰破)이니 수국(水局)이다. 그리고 선배상제를 거처 선배하제에 모여든 물이 목현 마을을 통과하여 임천강(臨川江)으로 흘러드니 흐름은 우선수이다. 하지만 도로가 건설되기 전은 을파(乙破, 8分針)였으나 1001번 국도가 건설되면서 백호의 끝자락을 파헤쳐 현재는 진파(3分針)로 수구가 변했다.(水口: 水局右旋墓位辰字地支消水)

  혈장의 생기는 장생룡으로 견밀하면서 고운 흙인 명당 터이고, 이제 나무가 생육하기에 가장 적당하고도 알맞는 양기를 선택하는 좌향이 필요하다. 이곳은 자연이 우선수이고, 물이 진파이니 좌향은 수국의 정생향(正生向)인 인좌신향(寅坐申向)을 놓으면 정법이고, 나아가 해좌사향(亥坐巳向) 역시 자생향(自生向)으로 길하다. 하지만 진향(辰向)만큼은 용상팔살에 해당되어 어떤 생물체도 생명을 유지하기 힘들다. 향상(向上)으로 안산이 아미사이면서 노적봉이고, 휴천의 진산(鎭山)인 법화산(法華山)이 멀리 수려하게 마주 보인다.(坐向: 水局正生向寅坐申向)

  5. 풍수적 보호반안
  현재 곤방(坤方)의 나뭇가지가 고사한 것은 1001번 도로로 인해 본래의 파(破)가 을파에서 진파로 변함으로 인해 나무의 길향도 곤향에서 신향(申向)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풍수적으로 지지파는 천간파에 비해 발복이 반으로 주니 나무 주위를 흘러 다니는 양기의 순환 궤도와 양도 도로 건설로 흉하게 변한 결과이다. 또 임자룡이 논바닥을 통과해 나무 터로 입수하는데, 논에는 봄∼가을 동안은 물이 차니 건해방에서 임자룡으로 들어오는 생기가 심하게 훼손 당해 생육에 지장이 많다.

  나무의 아래쪽에 진방으로 뻗은 두 가지가 죽었는데, 용상팔상의 방위에 해당된다. 버팀목이나 지주대를 설치해 보호에 힘썼으면 고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구송가까이 서 있는 홍송(紅松)은 수령이 30여년은 넘었으나, 터가 목욕룡에 해당하여 수세도 악하며 가지의 성장 역시 균형을 잃고 있다. 소나무는 습기가 많은 땅에서는 잘 자라지 못하니, 오래지 않아 고사할 것으로 판단한다.

  구송의 보호를 위해서는 첫째로 백호 끝쪽을 깍아 건설한 1001번 국도를 좀 더 아래쪽으로 내려 재 건설한 다음 깎여나가 낮아진 백호 끝자락을 흙이나 나무로 둔덕을 만들어주면 양기의 소수(消水)가 본래대로 을파로 바뀌어 길하다. 둘째는 시멘트 농로에서 구송의 터로 들어오는 약 20m의 임자 입수룡을 현재는 논바닥이지만 흙으로 두텁게 메워 밭이랑처럼 내룡으로 만들어 주어야한다. 그러면 물길은 자연스럽게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내룡의 기맥은 왕성해지고, 물로 인한 기맥의 손실도 막을 수 있다. 현재 구송의 표피는 해충이 침입한 흔적(그을음병)이 곳곳에 보여 방제 대책도 시급히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