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 경전인 설심부(雪心賦)에 "먼저 집이 있고 뒤에 묘를 쓰면 묘는 반드시 흥하고 집은 반드시 패절한다. 먼저 묘가 있고 후에 집을 짓으면 묘는 스스로 쇠한다.(先宅後墳 墳必興而宅必敗 先墳後宅 宅旣盛而墳自衰)"란 경구가 있다. 따라서 풍수 사상을 믿는 사람들은 집에서 바라보이는 곳에 타인이 묘를 쓰면 작대기를 들고와 못쓰게 한다. 또 상주의 입장에서도 먼저 그 집과 마을 사람에게 양해와 이해를 구해야 되는 것이 도리이다. 그런데 이런 예의가 현대에 들어 좀 야박해졌다.


   대다수의 마을은 타인이나 객지로 떠난 고향 사람들이 마을 주변에 묘를 쓰면 대단히 불쾌하게 생각한다. 심지어 어떤 마을은 마을 입구에 '영구차 진입 절대불가'라고 쓴 표석을 세워 놓았고, 양해 없이 영구차가 마을을 통과할 때면 마을 사람들이 나와 영구차의 통과를 막는다. 자식의 입장에서 보면 여간 곤란한 처지가 아니다. 비록 자기 소유의 땅이라도 자기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를 무시하고 묘를 쓰면 산림 훼손으로 신고해 벌금을 물게 하거나, 불법 묘지로 신고해 이장에 대한 강제이행금이 부과되기도 한다. 따라서 상주된 사람은 먼저 마을 노인회나 부녀회를 찾아가 제반 사정을 얘기하고 마을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마을에서 요구하는 조건이 까다로울 때가 있다. 마을길을 포장해 달라거나, 다리를 놓아 달라거나, 노인·부녀회에 후원금을 기탁해 달라는 등 비용을 따지면 몇 백만 원에서 기 천만 원까지 부르는 게 값이다. 보통 200∼500만원 정도의 비용을 찬조하는 것이 상례가 되어 있다. 예전에는 상여꾼에게 노잣돈을 지불했지만 현대에는 마을에 후원금을 내야 한다. 그래서 영구차가 마을을 통과하지 않고 진입할 수 있는 장지가 새로운 명당의 개념이 되고 있다.


<사진 : 마을의 진입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