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나무는 예로부터 궁궐이나 절, 또는 우물가나 묘 주변에 많이 심어 온 나무이다. 뿌리가 물을 깨끗이 정화시켜 물맛을 좋게 만들기 때문에 우물가에는 으레 한 두 그루를 심었다. 또 향나무는 청정한 이미지와 더불어 줄기와 잎에서 향기가 싱그럽게 나니 잡귀를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풍수학에서 명당을 '천 년동안 향불이 끊어지지 않을 터(千年香火不絶之地)'로 부르는데, 이것은 강신(降神)을 꾀하거나 신에게 소원을 빌 때에 향을 피우면 효험이 신통하다는 세속적인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향은 인간과 신이 교통하는 매개물로 인식되고, 제사를 지낼 때면 언제나 향불을 피워 신이 찾아오도록 배려하였다. 또한 향은 정화의 수단으로 순수함을 상징하는데, 묵상에 잠길 때면 향을 피웠고, 또 세속적인 부귀와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높은 도덕성을 달성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사대부들은 향을 주머니에 담아 옆구리에 차고 다녔다. 그런 재료로 쓰기 위해 향나무는 널리 식목되고 또 보호되어 왔다.

  향나무는 수국 내에서 가장 잘 자라는데, 특히 자연의 흐름이 묘파 혹은 절파일 경우에 한정하고 절파가 더욱 우수하다. 그런데 향나무는 다른 수종과 달리 태파에도 여러 그루가 있는데, 이것은 향나무가 높고 험준한 산에서 자생하는 이유를 알려준다. 즉, 땅의 기운만 좋다면 향나무는 바람과 물의 흐름을 어느 정도 견디며 이기고, 그 결과 온갖 풍상에 이리저리 꼬이고 비틀어진 관록을 몸에 나타내는 것이다.

  그렇지만 자연 흐름은 우선수보다 좌선수가 유리하다. 목국 내라면 묘파는 없고 자연의 흐름이 좌선수에 국한되고, 화국 내라면 묘파나 태파라면 자연 흐름에 관계없다. 하지만 금국 내서 노거수로 자란 향나무를 보지 못했으니, 자연흐름이 북동방으로 빠져나가는 곳이라면 향나무가 거목으로 자라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향나무는 금국이 아니라면 묘파와 절파 내에서 잘 자란다.

  향나무가 입지한 땅은 수맥이 없으면서 연하고도 고운 흙인 관대룡이 유리함이 밝혀졌다. 즉, 목재는 단단하고 치밀하지만 땅의 기운은 부드러워야 잘 자란다는 뜻이다. 약 60%가 생기 충만한 관대룡에 위치하고, 목국과 화국 내면 지질적 조건이 단단하면서 거친 임관룡과 양룡에 해당됨이 특이하다.

  [사진 : 상 - 연기 봉산동의 향나무 (321호, 조선 중종 때 최완이라는 사람이 죽자 그의 아들이 초막을 짓고 살면서 후손들에게 효를 보여주기 위해 심은 나무), 하 - 양주 양지리의 향나무 (232호, 거창 신씨 선조의 묘에 심은 묘지목)]